짱공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실 무서운 글터에 군대시절 이야기가 흔하지만 저도 대세에 따라 군대시절 겪은 이야기를 하나 올립니다.
영장을 받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였지만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경비교도대로 착출되서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2차 교육을 받고 춘천교도소로 배정되어 2년간 경비교도대로 군생활을 하였습니다.
타 교도소도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저희 교도소같은 경우에는 감시대나 정문과 외정문을 제외한
모든 초소근무가 단독근무였습니다.
제가 야간근무에 북문 배치를 받고 근무를 서던중이었습니다.
제대한지 10년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략 02~04시 근무 였던것같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간단히 교도소 형태를 알려드리자면.
보통 영화에서보는 5미터정도 되보이는 높은 콘크리트벽을 '주벽'이라 합니다.
춘천교도소같은 경우엔 얼추 200미터 길이의 주벽이 정사각형을 이루며 각 모서리에 감시대가 하나씩
총 4개의 감시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벽에있는 높은 철문(영화에서보는 출소자들이 나오는 문)을 '정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밖으로 경비교도대 막사 등 각종 시설들이 있고 그 테두리를 형성하는 것이
2미터 정도 높이의 철조망으로 이뤄진 '외벽'이 있습니다. 그 외벽에 이어져 외정문과 북문이 있습니다.
그림으로 보여드리자면 대략 저런 모양입니다...
그림이 저따우라 죄송합니다....
암튼 북문초소 안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북문 한 모서리에
단발머리에 검은옷을 입은 여자가 한명 서있는듯 보였습니다.
시간대도 그렇고 '사람'이라는것이 저기 서있다는 것을 본 순간 든 생각은 '포상휴가'였습니다.
경비교도대라는곳이 2~3달에 한번씩 2박3일 외박을 나가긴 하지만 포상휴가따기가 정말 어려운지라
휴가에 굶주려있던 저는 제발 저 여자가 철조망(외벽)을 넘어오길 기대했습니다.
잡아서 포상이라도 따보려는 꿈에 젖어 있었죠.
제가 보는 자리에서 약 6~7미터 정도 거리였는데 그 여자가 서있는 자리가 북문초소의 서치라이트가 정면으로
비춰지는 곳이라 그자리에선 북문 초소의 안이 보이질 않습니다.
언뜻 보이는 모습이 가만히 서서 북문초소안의 동향을 살피는듯 보였습니다. 저도 정확히 그 여자의 얼굴이 보이진않았지만 얼굴의 각도가 제가있는 북문쪽을 보고 있는듯 했으니까요.
그렇게 10분 20분을 기다려도 그여자는 꿈쩍도 안하더군요. 슬슬 다리가 아파와서 초소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여자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내가 있다는걸 그여자에게 들키면 안넘어 올까봐 아주 조용히 마려운 오줌도 참아가며 기다리고 있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미동도 없는것이었습니다.
너무 오랬동안 가만히 서있는 여자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자꾸 그여자와 시선이 맞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저 자리에선 제가 보일수가 없는데 말이죠.
마찬가지로 저도 그여자의 얼굴이 명확하게보이지 않아 얼굴 생김새도 그렇고
시선또한 어디에 두고 있는지 보이지않는데 말이죠.
문득 드는 생각이
'귀신아냐?'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살짝 무서워지더군요.
그 무서워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 여자가 분명히 저와 눈을 마추지고 씨익 웃는데.
입꼬리가 쭉 찢어지며 귀까지 올라가고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눈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짧은 단발머리가 마구 길어졌습니다.
분명 저를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제가 겁을 먹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말이죠.
그 순간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알고있는 어떤 단어로도 그 순간의 공포심을 표현할수가 없었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지금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저 무언가가 나를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이세상 존재가 아니며 내가 감히 어쩔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진 저는 의자에 앉은채로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머리는 정말 아팠지만 정신은 번쩍 들더군요.
그후에 정말 될대로 되란식으로 북문초소를 박차고 나가 차고있던 교봉을 뽑아들고 진짜 울면서 북문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정말정말 다행스럽게도 막상 나가보니 그곳엔 아무도 없더군요.
혹시나 뒤돌아서면 그 무언가가 또 생겨날까 무서워 움직이지도 못하고
여자가서있던 자리를 응시하며 남은 근무시간 30분 정도를 울고 떨면서 버텼습니다.
'제발 나타나지마라 나타나지마라' 하면서 말이죠.
그 후에 돌아와 친한 선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북문쪽에 있는 교도관빌라에서 몇년전에
누가 떨어져죽었니 어쩌니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제가 본것이 무언지는 알아낼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참 웃긴것이 그 순간엔 심장이 떨어져나갈듯 무서웠지만
역시 군대에서 가장 무서운것은 고참이더군요.ㅎㅎㅎ
그때가 일병 5호봉쯤 되던때라 한참 날라댕기고 갈굼당할 짬밥이라
귀신인지 뭔지를 본것은 금방 잊고 생활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문득 검은 형체가 보이면 흠칫 놀라게 됩니다. 그러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죠.
아직도 트라우마가 조금 남아있나봅니다;;
제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지어집니다.
막상 글을 올리고보니 좀 싱겁네요;;
그래도 제가 직접 겪은일중엔 가장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짧지만 긴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p.s 혹시나 우리 짱공인분들중에 경비교도대 출신 있으신가요?
2009년인가 2007년인가 경비교도대 제도가 폐지가 되서 이젠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부대가 되어버려서
왠지 안타깝네요 ㅎㅎㅎ
참고로 저는 212기 춘천교도소 근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