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는 곧 이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아마 심장마비 같은 급사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병이 아닙니다.
나는 살해당하는 것입니다.
아마 내가 진실을 털어놓는다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죽는 진짜 이유를 알리지 않고는 억울해서 못 배길 것 같습니다.
내가 살던 집에는 창 너머에 건널목이 보였습니다.
보통 1년에 2명 정도는 그 곳에서 죽곤 했습니다.
모두 자살이었습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저녁형 인간이라서 사건을 직접 볼 일은 거의 없었지만,
운이 나쁠 때는 길을 지나가다 시체에서 튀어나온 조각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걸 보는 것은 고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시체가 아니라 귀신 같은 것에는 흥미가 있었기에,
밤에 밖으로 나갈 때면 [귀신이 나오지않을까?] 하며 두근대면서 그 건널목을 오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 산 지 2년이 넘도록 이상한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3주 전,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날이었습니다.
나는 동료들과 마지막으로 회식을 가지고, 환송의 꽃다발을 받아든 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건널목 앞에 섰을 때,
문득 [자살 명소에 놓인 꽃다발은 또다른 자살자를 불러들인다.] 라는 뜬소문이 떠올랐습니다.
동료들의 선물이라고는 해도 결국 집에 가면 어차피 버릴텐데...
결국 나는 꽃을 슬며시 건널목 옆에 두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은 왠지 잠을 이룰 수 없어서, 날이 샐 때까지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그리고 아침 무렵, 정말 별 생각 없이 창 밖으로 눈을 돌리자
새파란 점퍼를 입은 50대의 남자가 건널목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설마설마 하면서도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 귀에 익은 소리와 함께 차단기가 내려왔습니다.
등 뒤의 시계를 보자 정확히 첫 차가 올 시간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시선을 되돌리자, 남자는 발을 멈춘채 내가 둔 꽃다발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전철은 가까워 옵니다.
남자는 시선을 발 밑에 떨어트린 채 서 있습니다.
나는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철은 조금만 있으면 남자에게 부딪힐 수준까지 다가왔습니다.
나는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철이 거의 도착해 올 무렵, 남자는 차단기를 넘어 선로로 들어간 뒤 내가 있는 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때 갑자기 [네가...]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남자는 전철에 부딪혀 산산조각나서 날아가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분명 환청일거야.
어제 쓸데없이 꽃다발을 내려놔서 들린 거야.
나는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면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어쩐지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간적으로 났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멍하게 있는 사이, 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경찰이 수사니 뭐니 하면서 주변에서 어수선하게 돌아다닐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목격자로서 나서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솔직히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시선이 마주쳤다는 것도 단순한 나의 착각일 수 있을테니까요.
어쨌거나 큰 사건을 목격했다고 친구에게 말하기 위해 휴대폰을 찾고 있는데,
쾅하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습니다.
뭐가 떨어졌나 싶어서 문을 열자, 아끼는 신발 옆에 남자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정황하게 말하자면 남자의 목과, 다리인지 어디인지 모를 조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났을 때 현관에 남자의 시체는 없었습니다.
다만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주위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갑과 휴대폰만 가지고 집에서 뛰쳐나와, 근처에 사는 친구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설명했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기에,
아르바이트도 그만 뒀겠다 심심해서 놀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하룻밤 그 친구 집에서 자게 되었지만, 저녁이 되자 그 이상한 냄새가 방 안 자욱히 퍼졌습니다.
불안해진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고 싶어져서 친구에게 24시간 영업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기왕 가는 거 친구를 더 부르기로 해서 여럿이서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면 쉽게 마음을 놓고 맙니다.
친구들과 모여 떠들고 있자니 30분도 되지 않아 무척이나 생생했던 아침의 일도
[사실은 내가 만들어낸 환각은 아니었을까?] 하고 의심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3시간 정도 지나자, 나는 완전히 아침 일은 잊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즐겁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테이블에 오는 종업원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계속 주문을 헷갈리고, 음식을 가져올 때도 황급하게 서두르다 접시를 하나 깨 먹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침착성이 없구나 싶었지만, 내 음식을 가져오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꺅!] 하고 작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는 무척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 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새벽 1시에는 친구들도 다들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나도 마지못해서 자전거의 자물쇠를 열고 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습니다.
[너 오늘 혹시 무슨 일 있었냐?]
나는 아직 누구에게도 그 날 아침의 일을 말하지 않은 채였습니다.
그 질문을 듣자 불안해진 나는 반대로 친구에게 왜 그런 것을 묻냐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네 발 밑에 무언가가 얽혀서 붙어 다니고 있는게 보인단말야...
그게 왜 있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그래서 물어본거야.]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 귀신이나 영능력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깜짝 놀랐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해서 우선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친구는 [우선 우리 집에 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딱히 어찌할 것도 없었던 나는 친구를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 가던 도중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친구네 집은 가족 모두가 영감이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여동생은 특히 능력이 대단해서, 길거리를 지나가다 무당이 스카우트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직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은데다,
그 일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씻김이라도 받는 게 낫겠다 싶어 친구의 여동생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집에 도착하자 친구의 아버지가 현관에 서 있었습니다.
[미안하지만 돌아가주게.]
나는 당황해서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친구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들어주세요.] 라고 친구가 부탁했지만,
친구의 아버지는 [안 된다. 돌려 보내.] 라고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라고 해놓고 현관에도 못 들어간 채 쫓겨난 나는 무척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좀처럼 받지를 않았습니다.
1분 정도 기다린 끝에 간신히 전화를 받은 친구는 그저 사과만 할 뿐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끈질기게 물었더니 친구는 아버지에게 [절대 가르쳐주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듣자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그냥 나는 잠이나 자기로 했습니다.
그 날은 화가 났던 탓인지, 지쳤기 때문인지 두려움 없이 잠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는 코를 찌르는 그 냄새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멀리 건널목이 있고, 기차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는 기차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 전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에도 나는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다만, 전날보다 약간 건널목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매일 같은 꿈을 꿉니다.
점점 건널목에 가까워만 갑니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를 만난 나는 억지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친구의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나와 자살한 남자는 한 몸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죽기 직전, 나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꽃다발을 내려놓은 것이 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을 알고, 나에게 대한 격렬한 증오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눈이 마주쳤을 때 느낀 나의 죄책감이 그 남자의 감정과 반응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영혼은 나에게 씌였다기보다는 섞여들고 말았고,
이제는 떼어놓으려는 시도도 어중간해서는 오히려 삼켜지고 만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진실을 알 수 있었지만, 오늘 밤도 뜬눈으로 지새고 있습니다.
시작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작은 호기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에는 그런 호기심 따위 버리는 게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나같은 꼴이 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