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터넷에 글을 잘 안 올리는 성격이라... 짱공에서도 댓글 한번? 정도에 글 올리는건 처음이네요.
가끔 무서운 글터 보곤 하는데 오늘은 제 고등학교때 있었던 일을 적고자 합니다. 20년 전 쯤이겠네요.
전 여의도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아파트들이 많죠. 주택은 없고 아파트와 빌딩들만 있죠.
학교에서 체육시간 이였습니다. 보통은 체육선생님이 교과 스케줄에 따라 수업을 하지만, 가끔은 자유 시간을 주시죠.
그럼 아이들은 자기들이 하고픈 운동으로 우르르 편이 갈려 몰려 갑니다. 전 농구 였죠.
농구 골대가 네개 정도 있다면 한 골대마다 3:3 농구로 반코트 농구를 하는데 자연스레 모이는 인원들은 자기랑 실력이 비슷한 무리들하고 게임을 하죠.
그렇기에 서로 말없이도 자유시간이면 딱 모이는 농구 맴버가 있는데 한 놈이 안보이는 겁니다.
둘러보니 벤치에 혼자 앉아 자기 앞머리를 자꾸 뽑고 있더군요. 잠시 후에 알았지만 아침부터 교실에서도 저러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친한친구는 아니기에 체육시간에 전 그 모습을 발견한겁니다. 앞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이.. 살짝 살짝 머리카락을 베베 꼬면서 뽑는게 아니라(이런 버릇 가진애를 본적이 있어서) 미친듯이 뽑고 있는겁니다.
그애랑 친한애들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해줘서 모르겠다고 하고... 저와 제 친구가 너무 궁금해서 다가가 봤습니다.
그애가 그렇게 눈이 큰지 몰랐더랬죠. 눈은 동그랗게 부릅뜨고 눈동자는 멍한것 같기도 흔들리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자초지정을 물었죠. 역시 대답은 없었지만, 반에서 조금 잘나간다는 친구들이 와서 왠일로 물어봐주니... 대답을 해줬던것 같습니다.
"너 왜 그러냐" "먼 일 있냐?"
"나... 어..제... 귀신 봤어..."
"어? 뭐? 먼소리야. 귀신? ㅋㅋㅋ 어디서?"
그 친구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우리때에는 아파트가 빼곡한 동네에서 호기심 많은 고딩들의 놀이 중 하나가 쌍안경으로 건너편 아파트 훔쳐보기 였죠.
그 친구가 그걸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새벽에요. 제 예상으로는 저녁에 봐도 정말 운 좋아야 속옷입고 거실 가로질러 가는 아줌마 정도 잠깐 보는게 다여서 새벽이면 사랑놀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저 아이의 바보스런 순진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벽에 침실 커텐 열고 불 켜놓고 사랑놀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ㅎㅎ)
자기 방 불은 다 꺼놓고 쌍안경에 눈이 끼도록 바짝 밀어 넣고 깜깜한 건너편 아파트 창문들을 열심히 훑어보면서 시력을 끌어 모으고 있던 때 였습니다. 10층보다가 8층도 보고 4층도, 골고루 절대 놓치는 일이 없도록... 보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쌍안경이 그렇게 찾던 사랑놀이는 못 찾았지만 굉장한 미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그 아파트 앞을 걷고 있는것을 발견합니다.
가로등 불빛에 이쁜이 포스 정도는 구분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얀옷에 청순가련형 긴 생머리...이 애가 사는집이 8층이라 쌍안경까지 동원 했으니 머 맞게 봤으리라 생각은 듭니다.
쌍안경 시야에서 절대로 놓치지 않고 그 여자를 따라가고 있는 찰나에 갑자기 팟! 하고 그 여자가 쌍안경 시야에서 사라진겁니다. 이 친구는 놀라서 쌍안경을 눈에서 확 떼었는데 그 순간 육안으로 볼 수 있었죠. 그 여자가 건너편 아파트를 수직으로 날아 오르고 있었답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지만, 발이 없는건지 안보이는건지 치마 아래쪽은 발이 나와있지 않고 치맛자락만 푸르르르~ 휘날리는 상태로 건너편 아파트 옥상을 넘어 가더랍니다.
이 친구는 자기가 여기까지만 겪었으면 그렇게 무섭진 않았을거라더군요. 아침이 되었고 건너편 아파트 방향 쪽이 학교라 그 아파트 옆을 친구는 지나가야 했습니다. 여기서.. 공포영화에 나오는 순서마냥 '소란스런' 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구급차가 와있더랍니다. '귀신이 떨어져 죽었나.. 이건 말이 안되는데..' 하면서 그쪽으로 가니...
소란스런 이유는, 전날밤 그 아파트에서 여자한명이 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죽었답니다.
경비원아저씨가 말해줄리는 없고 얼핏 들은 이야기거나, 아니면 눈치로.... 어쨋든, 현장 근처에서 이 사실을 알아챈 순간...
그 친구 머리속에 새 기억이 더듬어 졌다고 합니다. 하얀옷을 입은 여자가 아파트를 따라 수직으로 날아 오르면서 옥상을 넘어갈때... 옥상에 정확히 사람으로 보이는 여자가 한명 서 있었다고 합니다. 옥상 난간에 가려 머리와 어깨 정도가 보였고 귀신으로 추측되는 날아오른 그 여자가 난간의 여자 어깨를 잡아 채면서 아래로 훅 끌어 내린 장면이 머리속에서 꺼내진겁니다. 이 친구는 이때부터 공포가 밀려와 계속 혼이 빠진사람 처럼 있었던 거죠.
어떤 여자가 뛰어 내렸다는 사실을 듣고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없는 상황을 상상으로 만들어 낸건지, 정말로 봤던건데 아침에 그 사실을 마주 하기 전까지 머리속에서 묵인하고 있었던건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얀옷의 여자가 날아올라 옥상을 넘은건 분명하다고 하더군요...
자.. 그 친구의 얘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그 후에 가끔 그 친구의 그때 얘기가 생각나면, 이런 상상을 하곤 합니다.
자살을 할까... 망설이던 어떤 여자... 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쳐다 보고.... 뛰어 내릴 용기가 없어진 찰나... 빨간 입술이 귀까지 찢어진 모습으로 웃고 있는 귀신이 낚아채서 죽게 만든건 아닌지...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