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고등학교 마지막 여행

금산스님 작성일 13.08.11 0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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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 겨울방학의 일이다.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

나는 A와 M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남자만 셋이서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산기슭의 온천 여관으로, 주변에 별다른 것은 없지만 공기가 무척 맑았다.

 

 

여관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짐이나 풀고 놀까?] 라고 이야기하며 체크인했다.

고등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온 여행이나 보니 그다지 좋은 여관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풍스럽고 깨끗한 괜찮은 곳이었다.

 

 

여관의 현관에 들어서자, 대단히 예쁜 여주인이 맞으러 나왔다.

[어서 들어 오세요.]

목소리도 예뻐서 우리들은 무심코 [우와!] 라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여주인은 [짐을 맡아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우리의 짐을 들려고 했다.

보통 고용인이 짐을 옮기다보니, M이 의아한 듯이 [혼자 운영하시나요?] 라고 물었다.

[아뇨, 고용인이 한 명 있습니다만 지금 조금 바빠서... 죄송합니다.]

 

 

우리는 서로 한 번 마주본 뒤 말했다.

[짐은 저희가 가져갈테니 방만 안내해주세요.]

여주인은 고개를 숙인 뒤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주인의 등 뒤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이였다.

나는 여주인에게 [자녀분인가요?] 라고 물었다.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제가 옆에 없으면 금새 울거든요.]

 

 

아이를 업고 일하다니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봐도 5살은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어머니에게 늘 매달려 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도 좀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조용히 방으로 갔다.

우리는 짐을 풀고 셋이서 산을 탐험하고, 산기슭의 가게에서 특산품을 사는 등 나름대로 놀다가 여관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자, 여주인이 왔다.

[식사 준비가 되었는데 언제 가져다 드릴까요?]

마침 우리도 배가 고파오고 있었기에, 우리는 바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뒤 고용인이 식사를 가져왔다.

고용인은 이 때 처음 봤는데, 60세 정도 된 다리가 불편해보이는 아저씨였다.

[천천히 드세요.]

 

 

고용인은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고 나갔고, 우리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뒤 여주인이 왔다.

[죄송합니다... 이 아이가 손님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싶다고 하네요... 같이 먹게 해도 될까요?]

 

 

나는 아까 등에 업혀 있던 아이를 생각하고 [괜찮습니다.] 라고 승낙했다.

여주인은 문 뒤에서 밥상을 꺼내오더니 아이를 등에서 내렸다.

[잘됐구나. 오빠들이랑 같이 식사할 수 있어.]

 

 

우리는 말을 잃었다.

그 아이는 인형이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조금 자기 마음대로인 아이라서... 잘 부탁드립니다.]

 

 

웃는 얼굴로 여주인은 방을 나갔다.

우리들은 계속 말 없이 밥만 먹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고용인이 왔다.

[정리하러 왔습니다. 식사는 다 끝나셨나요?]

 

 

그리고 잠시 뒤 여주인도 왔다.

[어머, 이 아이 평소에는 밥을 잘 먹지 않는데... 손님들과 같이 있어서 즐거웠나 보네요.]

 

 

그리고 여주인은 인형과 그 인형 앞에 있던 인형을 가지고 나갔다.

우리는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솔직히 기분이 나빠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온천이라도 들어갔다 올래?]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지쳤는데 고개를 젓고 먼저 자겠다고 했다.

나는 혼자 목욕을 하러 갔다.

 

 

깔끔하게 목욕을 하고 기분 좋게 방으로 돌아오자, 방 안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잔다고 했으면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나 싶어져 화가 난 나는 문을 세게 열었다.

그런데 안에서는 친구들이 아까 그 인형을 사이에 두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을 연 나를 보고 A가 말했다.

[어, 왔냐? 야, 이 아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줘서 재밌어.]

M 역시 말했다.

[너도 이리 와. 진짜 즐거워.]

 

 

두 사람 모두 눈에 초점이 풀려 있었다.

[무슨 소리야, 이 바보들아! 그건 인형이잖아!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인형?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이 아이 쓸쓸했다잖아.]

 

 

둘 중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골이 오싹해져서 뒤를 돌아봤다.

[같이 오신 분들은 우리 아이가 마음에 든 것 같네요. 손님도 우리 아이와 놀아주세요.]

 

 

여주인과 고용인이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으악!]

 

 

나는 정신 없이 여관을 뛰쳐 나왔다.

필사적으로 산을 내려간다.

뛰어가던 도중 문득 뒤를 돌아보니, 말도 안되는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며 여주인과 고용인이 따라오고 있었다.

 

 

산을 다 내려갈 무렵, 희미한 빛이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것은 택시였다.

나는 온 힘을 다해 택시에 올라타고 [아저씨! 빨리 출발하세요! 빨리!] 라고 소리쳤다.

 

 

운전사 아저씨는 어이가 없는 것 같았지만,

내가 너무 필사적이었던지 [아, 알았다.] 라고 대답하고 출발하셨다.

조금 달린 뒤 아저씨는 나에게 [어이, 무슨 일 있었냐?] 라고 물었다.

나는 내가 겪은 일들을 모두 말했다.

 

 

아저씨는 조금 침묵하더니 [어이... 그 여관은 5년 전에 망하고 없어졌어.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라고 말했다.

나는 멍해져서 말을 잃었다.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그 여관은 경영난 때문에 빚투성이에 올라 일가족이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여주인과 몸이 불편한 고용인 남편, 그리고 4살짜리 딸.

친구들이 걱정이었지만 그 때는 너무 무서워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나는 해가 뜨면 여관에 데려달라고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어 해가 뜨자, 나는 벌벌 떨며 택시를 타고 여관으로 갔다.

거기에는 밖에서 봐도 안이 다 보일 정도로 허물어진 여관이 있었고, 안에 친구들이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친구들은 감기에 걸린 걸 빼면 별 문제가 없었다.

 

 

저녁밥을 먹은 이후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친구들은 혼자 도망친 나에게 무척 화를 냈었다.

여관 자체가 유령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묘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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