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작글 써보네요.
여름도 이제 다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추워요.
무게 여러분들 감기 조심하세요.
최근 주말을 맞아 본가에 올라가서 겪은 일입니다.
평일에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이 되면 본가로 올라가곤 하는데요.
개강하기 전, 방학의 마지막 주말을 맞아 집으로 갔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밤 열시쯤 도착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착하자마자 제가 온 것을 알아차린 저희 집 강아지가 달려와서 앵기고
한참 동안 반갑다고 달려드는 것을 진정시키고 부모님께도 왔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부모님께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집에만 오면 못 해주셔서 안절부절 하십니다.
야참으로 쫄면을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드랬죠.
그렇게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안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꾼다는 건 깊게 잠들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가 평소에 꿈을 자주 꾸는 편입니다.
한 내용일 때도 있고 여러 가지 내용의 꿈을 꿀 때도 있구요.
그날 또한 꿈을 꾸었는데 내용이 심히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주로 악몽을 꾸면 겪는 패턴이 있습니다.
음.. 첫 번째 패턴은
주위 배경이 제가 다녔던 학교나 아니면 전에 살았던 집이 배경으로 나오는데
주로 “무언가”에게 쫓기는 꿈을 꿉니다. 사실 그게 무엇인지 기억난 적은 없지만
꿈에선 굉장히 다급하고 공포에 질려서 도망가는데 다리는 물에서 걷는 것처럼
무겁기만 하고 무언가는 미치광이처럼 웃으면서 점점 가까워지다가
제가 잡히려고 하는 순간 꿈에서 깹니다.
두 번째 패턴은
마찬가지로 전에 살았던 집이나 시골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살았던지 적어도 십년이 넘거나 가본지 몇 년이 넘는 시골을 꿈인지라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노라면
이상하게도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생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낫겠군요.
아무튼 오랜만에 보는 장소를 둘러보면서 문을 열게 되면 항상 인형이 하나씩 있습니다.
인형이 사람 모양일 수도 있고, 동물 모양일 수도 있는데
문을 열고 방안에 있는 인형을 쓱 쳐다보노라면 언제나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찜찜한 기분에 뒤돌아서 방문을 닫고 나오려고 하는 순간..
절 차갑게 노려보고 있는 인형과 눈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나오지 않고, 몸이 굳어버려서
계속해서 말을 하려는 제 입에서는 으아.. 으아아..하는 신음소리만 나옵니다.
그렇게 굳어버린 저를 비웃듯 인형은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천천히 제게로 걸어옵니다.
그냥 걸어오는 것도 소름이 끼치는데
제가 정말 생각하기 싫은 것은 인형이 눈알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온다는 겁니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다가
이 또한 인형이 제게로 닿을 때가 되면
갑자기 경직이 풀리는 느낌이 나면서 꿈에서 깨게 되더군요.
이런 악몽들을 주로 꾸는 편인데
그 날은 뭔가 달랐습니다.
그 날의 꿈에 저는 어떤 연구실처럼 보이는 곳에 있었습니다.
투명한 유리벽이 보이는 차가운 느낌이 드는 하늘색 바탕의 방이었습니다.
마치 제가 실험체 비슷한 느낌이었는데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분을 카운트하고 그 20분이 지나면 제 온 몸이 터져서 죽는다는 사실을
제가 인지하고 있는 이상한 꿈이었습니다.
앞에 보이는 전광판에는 20:00이라고 써져있고
19:59.. 19:58.. 1초 단위로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제 온몸이 터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상상하는데
그 상상이 굉장히 사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와서 너무나 공포스러웠습니다.
13:47..
09:21..
07:10..
전광판의 숫자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공포에 질려서 몸을 떨고 있던 그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나갔습니다.
전체가 깜깜해져 앞을 볼 수 없는 실험실인데도
제 앞에 있는 그 빌어먹을 전광판은 계속해서 숫자가 내려가더군요.
03:31..
01:01..
00:37..
30초 정도 남았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크고 끔찍한 소리들이라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찢어버리면 그런 소리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멀리서 들리던 비명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전광판의 숫자도 얼마 남지 않았던 그 때..
꽝!!
깜깜해진 유리벽에 뭔가가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건 마치..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 그림처럼 관절은 모조리 뒤틀린 채
온 몸을 심하게 삐걱거리는 이상한 것이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관절이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사람이 너무 놀라면 오히려 아무 반응도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깜깜한 방인데도 그 광경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제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 것”은 괴성을 지르며 제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그 모습을 보며 멍하니 서있던 전
무의식적으로 전광판을 쳐다보았고
00:00으로 바뀌는 숫자를 보며
꿈에서 깼습니다.
주위가 깜깜했습니다.
멍한 머리로 아.. 내가 안방에서 있다가 잠들었구나하고 판단하고
하.. 꿈이구나하고 한숨을 쉬며
식은땀을 닦으려는데
손이.. 안 움직였습니다.
아.. 설마..
또 그건가 하고 생각하며
잘 때 여름에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습관이 있는 저로선
그저 이불 안에서 몸을 움직여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죠.
그 때였습니다.
이불이 살며시 들춰지는 느낌이 나면서
콱!!
“뭔가”가 제 한 쪽 손과 발을 잡고 굉장한 한기와 함께
제 손바닥과 발바닥을 두껍고 긴 손톱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맨 정신이었던 저는 너무나 놀라서 계속해서 손톱을 뿌리치려했지만
좀처럼 놔주지 않는 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과 발을 찢을 기세로 누르던 감촉과 한기가 순간적으로 없어져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이번에는 "그 것"이
제 얼굴을 잡았습니다..
정말 다시 느끼기 싫었던 한 없이 차갑고 딱딱한 그 손톱의 감촉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던 그 때
순간적으로 반야심경이 생각났습니다.
우스울지도 모르시겠지만 너무나 절박한 그 상황에
기독교 신자인분들은 주기도문이나 기도를 한다고 들었는데.
불교 신자인 저는 이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게 반야심경밖에 없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중얼중얼 반야심경을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한 구절, 한 구절 외워 가는데도
얼굴을 잡은 손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마지막을 향해 읊조리고 있을 때
제 목소리가 라디오의 잡음처럼 지직..지지직하며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주파수를 맞출 때 삐이익.. 지직 삐잉하는 소리에 제 목소리가 묻힌다고 느꼈을 때
어느 순간 손이 움직여지는 걸 느꼈습니다.
이불을 확 걷어버리고 방 안을 둘러보는데
왼쪽에는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시고
어두운 방 안에는 정적만 흐를뿐이었습니다.
한참 동안이나 멍하게 앉아있던 저는
식은땀을 닦으며 도저히 이대로는 다시 못 잘 것만 같아서
어떡하지 어떡하지하고 고민하다가 개가 귀신을 쫓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잘 자고 있는 강아지를 데려다가 품 안에 안고 주위를 한참이나 둘러보다가 쫓기듯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초반에 무게에서 활동했을 때 가위 경험담을 쓴 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아주 가끔 가위에 눌렸었던 경험이 있지만
실제로 무언가가 제 몸에 위해를 가했던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제 몸에 닿았던 그 손톱의 감촉이 너무나 생생해서 더 두려웠습니다.
가위는 왜 눌리는 걸까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함께 공유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