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소름 끼치는 회고록

금산스님 작성일 13.10.02 22: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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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어느 여름 밤의 일이었습니다.

이 지방에서는 올해 여름 역시 40일이 넘는 열대야에 시달렸습니다.

 

 

자동 타이머 때문에 에어콘이 꺼져서 잠이 깨거나, 목이 말라서 잠이 깨거나,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요의 때문에 잠이 깨거나, 자던 도중 갑자기 잠이 깨거나..

 


어쩐지 밤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분명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겠죠.

그에 비해 어렸을 때는 밤이 참 짧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짧았다고 하는 것보다는 시간의 감각이 없었다고나 할까,

잠에 빠지고 일어나면 바로 아침이었기 때문에

8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이 어딘가에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의 저에게 있어 잠이란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다른 시공을 찾아 순간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상한 느낌이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그 날 밤만은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가슴 부근을 흔들리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목소리에 깊은 잠의 바닥에서 깰 것 같아지면서도 다시 잠이 듭니다.

 

 

그것을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겨우 나의 눈이 떠졌을 때에는

이미 어머니도 일어나서 모기장 안의 이부자리 위에 앉은 채

갑자기 깨워진 것에 대해 투덜대며 눈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아직 새벽 1시잖아요]

아버지 [들렸단말이야.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어머니 [누가요?]

아버지 [아마 시골의 백모님인 것 같아...]

어머니 [백모님이 계신 곳은 여기서 100Km도 더 떨어져 있잖아요. 꿈이라도 꾸신 거겠죠.]

아버지 [아니, 계속 깨어있었어. 그건 꿈이 아니야. 칭하고 울리는 종소리도 들렸다구...]

[어쨌거나 어서 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해!]

 


잠들고 나서 바로 아침이 되어 버리는 것에 익숙하던 나에게는

사람이 밤중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서는 오히려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아버지는 꿈을 꾼 거야, 이렇게 졸린데 터무니 없는 짓을,

정말 번거롭네라며 투덜대며 곁눈질로 아버지를 노려보면서 파자마를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따르르르릉-]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아직 졸음이 남아있던 나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죠.

그런 나의 옆을 지나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네, 여보세요. 응... 알았다.]

몇 번의 수긍을 하고 아버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죠.

 


그렇습니다, 아버지에게 [돌아가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린 시간,

정확히 그 때 아버지의 백모님이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과 너무도 흡사해서 믿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본 당사자로서는 어이없는 충격이며

이후 귀신이나 불가사의한 존재들을 믿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 소름 끼치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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