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가 학생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니, 벌써 20년은 더 된 것입니다.
어느 겨울날 나는 친구의 맨션에서 평소처럼 마작을 치고 있었습니다.
정신 없이 보내는 대학 생활이었기에 대개는 해가 뜰 때까지 마작을 하곤 했지만,
그 날은 의외로 판이 일찍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시간은 새벽 2시.
나의 대학은 교토의 후시미에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맨션은 교토-오사카 전철의 연선에 있었습니다.
깊은 밤 맨션을 떠난 나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스쿠터를 타고 철로 옆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조금 졸렸기 때문에 찬 바람이 불어 딱 좋았고,
주위에는 다른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철로를 가로질러 가기 위해 건널목에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경보기가 [쾅쾅쾅]하고 요란스레 울리며 차단기가 눈 앞으로 내려왔습니다.
급히 스쿠터를 멈추고 시계를 보니 시간은 3시 즈음.
[뭐지? 이런 시간에. 막차라면 훨씬 전에 끊겼는데...]
이런 상식을 벗어난 시간에도 전철이 주행하는 건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할 수 없이 나는 추위를 참으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멀리서 열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량의 앞에는 [회송]이라는 큰 두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새벽에도 회송 전철이 다니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눈 앞을 지나가는 전철의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주변이 주택가인데다가 새벽이었기 때문에
전철은 스피드를 낮춰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려 하는 듯 했습니다.
중간 정도 지나갔을까, 나는 전철에서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어째서인지 금방 내가 본 것이 너무도 이상해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 때에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내가 본 것, 그것은 여자였습니다.
새벽 3시의 회송 전철에 여자가 단 한 명 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갈색의 울로 된 코트를 입고 머리가 긴 사람이었습니다.
주위에 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외에 다른 사람이 타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 여자만이 문 근처도 아닌, 열차 한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기묘한 것이 보통 열차 안에서 서 있는 사람은 손잡이를 잡고 창문 쪽을 향해 서 있는데
그 여자는 뒤로 돌아서 손잡이도 잡지 않은채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전철이 지나가고 차단기가 올라간 다음에야
나는 내가 본 것이 기묘한 것이란 것을 알아차리고 확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로부터 이미 상당한 세월이 흘러 지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여자의 뒷모습은 나의 뇌리에 똑똑히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가 내 쪽을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