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정글짐

금산스님 작성일 13.12.07 22: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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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생일 때의 일입니다.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담배를 사려고 가판대에 다가가 발을 멈췄을 때였습니다.

6,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곁에 다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안녕.] 이라고 대답해줬습니다.

 


[뭐 하는 거예요?]

[뭐긴, 담배를 사려고 하잖아.]

 


묘한 질문을 해오는 그 아이에게 나는 무심결에 쌀쌀 맞은 태도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갑을 꺼내 담배를 살 때까지 그 여자아이는 [좋은 날씨네요.] 같이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적당히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 곳을 떠나려고 하자

그 아이는 [어머니가 부르고 계세요. 같이 가 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나의 손을 잡아 당겼습니다.

 


나는 거기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에게 볼 일이 있다고?

나는 어떻게든 피해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내 쪽은 보지도 않고 [부르고 계세요.] 라고 계속 말하며 나를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결국 나는 그 집념에 지쳐서 질질 끌리듯 여자아이의 뒤에 붙어 따라갔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곤란한 일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5분쯤 따라가니 조금 큰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그네와 정글짐, 등나무가 기둥을 휘감고 있는 벤치가 보입니다.

황혼이 가까운 탓인지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여자아이는 벤치 쪽으로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 공원의 벤치는 천장과 양 옆에 등나무가 잔뜩 휘감겨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엄마, 데리고 왔어요.] 라고 등나무 안 쪽 벤치를 향해 말했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등나무에 가려 안 쪽의 벤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에 누가 있는지 보고 싶었지만

내 손을 꽉 쥐고 있는 여자아이의 손을 뿌리치기 미안해서 그냥 서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하고 벤치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유별날 것 없는 보통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내 온몸에는 소름이 끼치며 [위험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시라도 바삐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어졌습니다.

 


그 때 아이가 [나, 놀고 올게.] 라고 갑자기 말하고 벤치 반대쪽에 있는 정글짐으로 달려갔습니다.

나는 퍼뜩 제정신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또 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별다를 것이 없는 목소리.

이번에는 소름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기분 탓이었나...?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등나무 안쪽 벤치가 보이는 곳으로 뛰쳐 들어갔습니다.

 


뛰어들면서 확 벤치 쪽을 돌아봤습니다.

..거기에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어깨 정도 오는 머리카락의 30살이 약간 넘어 보이는 여자입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그녀는 조금 망설이면서 다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야, 평범한 사람이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나는 [아뇨, 아닙니다. 괜찮아요.] 라고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자아이의 어머니와 가볍게 잡담을 나눴다.

날씨가 어떻다든지, 요즘 학교는 어떻다든지..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다른 이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벤치의 바로 옆, 내 등 뒤에 있는 정글짐에서 놀고 있습니다.

슬슬 해도 저물고 있었습니다.

공원은 오렌지색에 물듭니다.

 


그 때 나는 문득 원래의 목적을 떠올렸습니다.

왜 내가 여기에 오게 된 것인지를 말입니다.

 


그래서 그 때 [저, 그런데 어째서 저를 부르신건가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치에!] 하고 대단히 큰 목소리로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외쳤습니다.

아마 그 여자아이의 이름 같았습니다.

 


나는 황급히 등 뒤의 정글짐을 되돌아봤습니다.

그러자 눈 앞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고, 둔탁한 충격음과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발 밑에서 났습니다.

 


천천히 발 밑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여자아이, 치에라고 하는 여자아이가 기묘하게 몸을 비틀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몸은 엎드려 있는데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크게 뜬 눈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렌지 색의 지면에 붉은 피가 천천히 퍼져 나가는 것을 나는 아연실색하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경찰, 앰뷸런스, 전화..

여러 단어가 머리 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녔지만 정작 몸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 때, 여자아이가 움찔하고 움직이고 무슨 말을 중얼댔습니다.

아직 살아 있다!

나는 바로 달려 들어 여자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들으려 했습니다.

 


[...어...엄...마...]

어머니를 찾는 것일까!?

나는 벤치를 돌아봤습니다.

 


그러나 아이 어머니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비명을 지른 후에 어머니는 이 쪽으로 달려오지도 않았습니다.

도움을 구하러 간 것일까?

 


[..가지마..]

다시 여자아이가 중얼댔으므로 나는 그 쪽을 향했습니다.

[괜찮아, 어머니가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갔어.] 라고 말하며 여자아이를 달래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헛된 위로일 뿐이었습니다.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이미 목이 꺾여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 곳에 없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분노를 느꼈습니다.

 


[엄..마가..부르고..있..]

여자아이는 아직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부르고 있다고..?

나는 문득 위로 시선을 돌려 정글짐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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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탁한 눈, 잔뜩 빼물은 혀..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그것은 이미 죽은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비뚤어진 턱이 꾸물거리며 움직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딸이..]

그 다음 일은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아마 그 때 기절했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밤 중에 놀이터에서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정글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졌습니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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