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전입온 이등병입니다 ^^
가위 눌리고 귀신을 본 적은 있지만
여고괴담의 한장면이 그대로 재현된지라~
전 무서워서 죽을뻔했지만 남이 보면 피식하겠네요.
그래서 제가 군복무시절 겪었던 몽유병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 2010년 9월 군번입니다.
여기서는 한참 어리지요 ^^
그리고 전방부대에 시설 좋은 곳에서 복무했지요.
개인적으론 군복무 내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전입 직후 연평도 뻥,
군번이 꼬여서 상병까지 중대막내,
부사수 2번 뺏겨서 병장때까지 폭풍업무 등등..^^;;)
시설 운은 좋았지요.
서론이 너무 기네요 ^^;;
제가 생활했던 부대의 생활관은 아래 사진처럼 생겼어요.
물론 저렇게 아동틱하게 꾸며놓진 않았습니다.
관물대는 분홍색이 아니라 흰색이고..
페인트칠도 없고 모포 같은 것들은 국방색이었지요.
침대라곤 하나 침상형 생활관에서 쓰던 매트릭스를
뼈대가 있는 침대에 놓고 그 위에 모포를 깐겁니다 ^^;;
군대침상 < 군대침대 <<<< 넘사벽 <<<< 사회침대 ^^
어쨌든 대략적인 구조는 저렇게 생겼습니다.
벽 쪽으로 머리를 두고 가운데 복도쪽으로 발을 두고 잡니다.
훈련은 많았지만 그럭저럭 부대생활에 적응하며 지내던 어느날,
일과중, 작업을 마치고 통신과로 복귀하니 선임들이 떠들썩하게 떠들고 있는데,
그 내용이 몽유병이더군요.
귀신은 한두번 본 적이 있었지만 몽유병은 다 거짓말, 구라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웃음을 치고 있었는데,
듣다보니 내용이 어젯밤에 일어난 일인겁니다.
흥미가 동해서 듣고 있는데,
한명이 갑자기 절 똑바로 쳐다보면서
"너 정말 모르겠냐?" 라는 겁니다.
" ?? "
알고보니,
어젯밤의 주인공은 저였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그당시 제 위치는 왼쪽의 가운데 침대였습니다.
머리맡에서 일어나면
천장에 머리는 닿지 않지만, 관물대와 천장 사이의 공간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후임 하나가 근무에 투입할 준비를 하려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뭔가 이질적인 느낌에 제 쪽을 보니,
제가 머리맡에서 일어나서
관물대와 천장 사이의 공간을,
(자리별로 1개씩이니까)
빙~ 둘러보고 자기쪽을 보는데,
어두운 와중에도 눈에 촛점이 없는 것이 느껴지더랍니다.
얜 무서운걸 느끼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환복하고 근무투입 준비하는데에 바빴는데,
정신없이 근무투입을 하고서, 교환대에 앉아있으려니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통신병인지라 실외근무가 아니고, 실내에서 지휘통제실 옆에 붙어있는
교환대에서 무전과 전화를 받는 근무이지요.
근무가 끝나고 후번초로 선임이 오니까,
"저, xxx 병장님?"
"어, 왜?"
"아, 저기 아까..."
"아아아, 내일 얘기해."
새벽엔 전화나 무전이 잘 안오기 때문에
병장의 경우, 숙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뭐라 말하려는걸 끊고서 보내고 앉아서 엎드려 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다음날 일어나서 이 후임병이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에 대한 일인데, 그리고 전 얘한테 선임인데..
저에게 말을 안하고 다른 사람한테 말을 하는건 실례라고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일단 저한테 이야기를 하려는데,
제가 인트라넷 망을 손보느라 하루종일 싸돌아다녀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고,
그러던 와중, 심심해하던 병장한테 걸린거죠.
처음에 아무생각없이 어제 무슨 말을 하려던거냐고 묻던 병장은
얘가 얘기를 안하려고 하니까 짜증이 나서 캐물었고..
힘없는 후임병은 다 말하고..
옆에서 듣던 녀석들이 흥미로운 소재다 싶어서, 막 이야기를 하던 것이었습니다.
전 당연히 그런 기행동을 한 것이 기억에 없었고,
거짓말 치지 말라고,
선임들이 무서운얘기, 재밌는얘기 하라니까 괜히 날 팔아먹냐고 하며
좀 불쾌해했지요.
그런데 그 때, 다른 사람이 말을 또 꺼냅니다.
제가 어느날
침대에 거꾸로 엎드려서 근무투입 준비를 하는 자기를 똑바로 보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침대에서 자면 똑바로 자든, 엎드려 자든 머리가 벽쪽에 기본적으로 있는데요,
발이 있어야 할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엎드려서는
팔을 몸에 딱 붙이고 나무토막처럼 일자로..
그 상태에서 얼굴만 들어서 턱을 침대에 괸 그 자세로
근무투입 준비하는 자기 쪽을 똑바로 보고 있더라는 겁니다.
뭔가 섬뜩하고 기분 나빴지만 역시 정신없이 근무투입 준비를 하였고,
새벽의 일인지라 '내일 말해야지~'하다가 까먹었다는겁니다.
그러고보니,
자고 일어나니 선임이 너 왜 자길 쌩까냐고 제게 화를 낸적도 있었습니다.
전 전날밤에 일어난 기억이 없는데,
전날에 복도에서 불침번을 섰던 그 선임의 말에 의하면
제가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길래,
자기가 말을 걸었는데
자기쪽을 슥 쳐다보고는 대꾸도 안하고 그냥 화장실만 갔다가
다시 생활관으로 들어가더랍니다.
그 선임에게 혼날 당시엔
'이 새키 또 ㅈㄹ이네.'
'아, 누구랑 헷갈리고 나한테 난리야.'
이런 생각을 했지만...
위의 두가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뭔가 맞아떨어지는겁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제가 휴가나와서 겪은 일입니다..
이병때 나온 이등병 위로휴가땐..
여자친구에게 올인하느라 정신없이 지냈고 뭘 겪고 자시고 할것도 없었지요 ^^;
(휴가 복귀 한달후 쏠로부대 복귀 -_-+)
일병때 정기휴가를 나왔을때 일입니다.
집에 있는 제 방의 침대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이불이 침대 옆으로 떨어져있습니다.
평상시엔 이불이 떨어질 정도로 잠꼬대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의아해하면서
이불을 들어올리려는데,
이불이 축축합니다.
아니, 이불 전체가 물에 푹 담가놓은것처럼 젖어있습니다.
뭐지???????
하고 방바닥을 보니 온통 물천지입니다.
찰방찰방까진 아니고.. 철벅철벅 하는정도?
그리고서 일단 방 거실로 나와보니..
현관문, 화장실, 제 방
을 통해서 물이 장난아닙니다.
이게 무슨 변고인가..
주무시던 어머니, 아버지를 흔들어 깨우고,
집안에 도둑이 든 것인지..
없어진 물건이 있는가 확인도 해보고,
전 컴퓨터 본체 뚜껑 따서 없어진 부품 있나 보고 ^^;;
(집어가려면 통째로 집어갔을텐데.. ㅋㅋ 제정신이 아니었나봅니다.)
도둑이 든 것은 확실히 아니었지요.
그리고 그 날 오후,
전날에 보다가 덮지 않고 엎어놓은 책을 보려고 딱 집었는데,
물에 젖었다가 한창 마르고 있는 책장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분명 전날엔 멀쩡했는데 말이죠...
이 때, 부대에서 있었던 몽유병 사례가 떠오르더군요.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입니다만,
제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덮고 있던 이불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서
이불을 온통 물로 적신 후,
현관문 앞으로 가서 한번 물을 짜고
다시 화장실로 가서
이불을 온통 물로 적신 ㅎ,
제 방 안으로 와서 다시 한번 물을 짜내고
그 와중에 책상 위에 있던 책을 잘못 건드려서 떨어뜨렸다가 다시 원상태로 올려놓고,
이불은 방바닥에 방치하고
침대에 올라가서 잔겁니다.
소름이 돋더군요.
남은 휴가기간 내내,
손님오면 꺼내는 이불을 꺼내서
안방에서 부모님과 함께 잤습니다 ^^;
그리고 부대 복귀하였는데,
희안하게 그 뒤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군복무중에 있었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여기까지가 제가 살면서 겪은 소름돋는 이야기입니다.
무섭다기보단.. 소름돋는 이야기에 가깝네요 ^^;;
이런 이야기를 처음 써보는지라 서론도 너무 길고 설명력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