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3

얼룩말궁뎅이 작성일 13.12.30 00: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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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 中


가게에서 나와 잠시 맥주를 마시며 광란의 연회를 마무리 하였다.  모두들 다 만족한듯 입꼬리가 헤어질때까지 내려오질 
않았다. 사람들의 표정을 잠시 살핀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생각은 바로 언니의 딸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였다. 남자는 만나고 헤어졌을 경우도 있겠지만 자식이란건 그게 아니기에. 그리고 그 시간에 거기서 일을
한다... 그럼 딸은 누가보나??? 부모가 옆에 있지는 않을건데... 이런 생각들이 맥주를 마시는 내도록 나를 계속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연민을 느낀건가? 내가 왜 그런 걱정을 해야하지?' 속으로 몇번이고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지 되물었고 생각의 결론에 도달 하기 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올바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흩어졌다.
집에 도착해서 대충 씻고 자리에 누웠다. 술을 많이 마셨지만 오늘은 왠지 피곤하지도 잠이 오지도 않았고
몇시간 후면 또 일터로 나가야 하기에 그냥 노래를 틀어놓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희뿌옇게 해가 떠오를때쯤 머리를 스치는 생각... '전화번호...'
바로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 전화기를 열었다.  새벽에 전화했던 전화번호 이름을 입력해놓지 않아 혹시나 시간이
무작정 흐르면 까맣게 잊혀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저장하기로 맘을 먹고 이름을 생각해보니...
아직 이름을 모르는 것이다... '아...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물론 가명을 쓸 확률이 높았고 구차하게 먼저 연락하기도 꺼려져서  그냥 '누나'라고 무심결에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그리고선 잠시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눈을 감는 순간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전화기를 떨굴 뻔 했다... 이 시간에 나에게 연락이 올 사람이 없는데...
전화기를 열어 메시지함에 들어간 순간... 솔직히 속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바로. 누나에게 메시지가 온것이다.
'오빠 잘 들어갔어? 나는 이제 가게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요즘은 연말이라 쉬는날 없이 일하는데 언제 시간나면 한잔해요'
이렇게 메시지가 왔다... 머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확 몰려와 난 잠을 잘 수 없었다.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참 많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보낸 답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수 많은 생각을
한것과는 달리 '어... 안바쁠때 연락줘 나도 연말 지나면 한가해' 그렇게 보내고서 답장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답장이 없었다.
그렇게 한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오후 누나에게서 메시지가 다시 왔다.
'오늘 나 쉬는데 볼래요?' 
메시지를 받자마자 바로 답장을 쓰는데... 아차... 빠른 답장은 왠지 내가 너무 누나의 연락을 기다렸다는 티가 날거 같아
일단 커피 한 잔과 담배를 한대 태우고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그때는 그런것도 밀당이라 생각하는 나이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답장 보내는 시간이나
답장의 내용에 신경을 많이 썻던것 같다.
누나에게 답장을 보내고 그때부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일초일초가 지겹고 짜증나고 외근이라도 나가서 바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퇴근 시간이 될때까지... 일초를 일년처럼 시간을 보냈다.

누나와의 약속장소로 나는 퇴근땡 하자마자 불이나케 달려갔다. 성격상 약속이 잡히면 30분 정도 항상 일찍 도착해
있는것이 버릇인 나에게 그날은 평소 약속시간보다 30분도 아닌 50분이나 일직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볼거 안볼거 다 본 처지임에도 이래저래 거울에 날 비춰 복장도 체크하고 머리도 체크하고 그러면서도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라는 생각을 하며 멋쩍게 웃으며 약속시간까지 지루하지만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 문 열리는 소리...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 거림에도 신기하게 이 시간쯤엔 들어오겠구나 라는 느낌과 함께
여자 힐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왔구나 하고 고개를 돌렸을때 문을 열고 내가 앉아 있는 곳을 찾는 
누나를 발견했다. 
살짝 쑥스러운듯 손을 들었더니 알아보고 씨익 웃으며 손흔들며 콩콩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찰나지간에 넋이 나가 약간 입을 벌어졌다. 침은 안흘렸으니 다행이다...
사람을 대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맞은편에 앉지 않고 옆자리에 앉더니 '많이 기다렸어?' 라는 질문에 그저 넋이 나가
아니라고 어색하게 대답하고 웃었다.
점원이 메뉴를 들고 와 뭘로 하시겠냐 라는 질문에 누나는 내 팔을 붙들고는 배고픈데 고기에 소주한잔 하러 가자고
날 이끌어 우리는 밖으로 나와 만난 장소 근처에 고기집에 갔다.
고기도 먹고 술도 먹고 얼마나 마셨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주는데로 받아 마시고 먹고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몸과 
마음가짐이 흐트러 졌는지 손도 잡고 볼도 쓰담쓰담 하면서 연인들이 데이트 하는것 처럼 꽁냥꽁냥 하고 있다가
잠시 술때문에 정신을 살짝 놨는지 필름이 끊겼다가 다시 붙었는데 눈을 떠보니 또 다른 주막같은 술집에 
들어와있었다. 나는 놀라서 실수한거 없냐? 물었는데 누나도 약간 술이 취했는지 별일 없다 재밋게 잘 마셨는데
기억 안나냐 이런 말들을 주고 받으며 술을 약간 더 마셨다.
마시다가 더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고 혹시나 필름이 끊겨 제대로 일을 치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
물론 업소에 나가긴 하지만 사석에서 만나서 무례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아 누나에게 난 더이상 술 못마실거 같으니
이만 집에 가야겠다라고 말을 했다.
누나는 나에게 집이 어디냐 라고 물어 어디어디에 산다 라고 말을 했더니 오빠 지금 몇시인줄 알아? 라는 질문에 황급히
시계를 쳐다본 난... 맙소사... 새벽3시.... 이렇게 오래 같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잠시 혼란 스러웠다.
얼마나 필름이 끊겼는지 얼마나 마셨기에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 마법같게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이 흐른만큼 
친해지긴 했으나 그날 바로 돈내고 자는 곳으로 같이 입성할 수 없을것 같았고 허락도 하지 않을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가야한다. 밥은 아무데서나 먹더라도 잠은 집에서 자야지... 라는 조금은 가정적인 남자의 말투로
가고싶진 않지만 너무너무 아쉽지만 간다... 라는 인상으로 말을했다.
그런데 누나 입에서 ' 좀 있으면 어차피 차 다니는데 차 다닐때까지 우리집 가자'
'thanks god it's friday' 만난 날이 금요일이라 이런 인사를 신께 드렸다...새벽이라 토요일이지만.
그렇게 우리가 술 마신 근처에 누나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남자의 다음 행보에 대한 설레임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지난번 맥주 마셨을때의 걱정이었던 아이...
'어라???' 누나의 얼굴을 똑바로 봤는데...이상함이 아니 뭔가가 틀렸다라는게 보이기 시작한게 그때였다.
분명 경기도에서 처음 봤을 당시엔 아이... 그것도 딸... 관상학적으로 봤을때 딸이 있었는데...
얼굴에서 그런게 표출되는 눈 아랫부분이 틀리다...
택시 안에서 또 한번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지금 내 옆에 앉은 사람이 그때 그사람인지... 내가 처음에 잘못 본것인지
일년의 시간동안 얼굴에 손을 댄건가???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택시가 멈췄다. 아파트 단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집 문앞에서 번호키를 눌러 문을 열고 센서틍이 켜졌다.
들어가자마자 난 현관 바닥에 신발을 살폈다. 
없다... 신발이... 아이 신발이 없다.  현관 바로 옆이 침실 침실 옆이 화장실, 화장실 지나면 우측으로는 주방
좌측으로는 거실 그리고 베란다. 
원룸형식의 아파트였다... 아이방이 없고 아이의 흔적이 없다. 뭔가 내가 처음에 잘못봤거나. 내가 본게 맞다면
뭔가 일이 있다.
누나는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아무렇지 않게 옷갈아 입는다며 방에서 문을 닫지도 않고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지 않기위해 거실로 갔고 집안 어디에도 아이의 흔적이나 다른 사람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깊은 생각은 접었다. 술도 많이 먹기도 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남자와 여자가 있고
그 둘은 술에 적당히 취했다. 그리고 여자가 먼저 집에 오기를 권했으며 남자는 거절없이 호의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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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깻다...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몸도 욱신욱신 거렸다. 지난밤의 흔적들은 여기저기 남았고 밤의 푹풍우가 할퀴고
간 자리만큼 내 속도 엉망진창이었다.
눈을 감은채로 혹시나 눈을 뜨면 우리집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혼자서 꿈을 꾼건 아닐까...
옆으로 손을 뻣었다... 사람이 있다... 꿈이 아니었구나... 그리곤 누나쪽으로 돌아누워서 눈을 떳다.
누나도 뒤척임에 눈을 떳고 난 꿈이 아님에 다행이라는 생각과 새벽에 이 집을 들어오면서 가졌던 의문들을
떠올렸다.
아이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고작 하루만에 자기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할것 같지도 않고. 내가 말했던게 맞는지
뭔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가 깨질까봐 일단은 맘 속 저편으로 날려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남을 시작했다. 나는 그저 좋았다.. 단 하나 누나가 하는 일만 빼고... 그냥 마냥 좋았다...
그 좋음이 나에게 무엇을 안겨 줄지도 모른채... 그렇게 나는 한 사람에게 녹아가고 있었다....13883297834264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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