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7

얼룩말궁뎅이 작성일 14.01.07 10: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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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떳다... 다시 병원인가??

어렴풋 눈에 비치는 천장은 누나의 집 천장이다.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맘 한구석의 의심도 어느정도 진정 되는듯 했다.

누나는 아직 내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일어나면 오늘은 누나에게 그 아이에 대해 꼭 물어봐야겠다.

그냥 물어만 보고 대답해주는 만큼만 들어야겠다.

곤히 잠들어있는 누나 얼굴에 좀전에 꿈에 나에게 안겨있던 아이의 얼굴을 겹쳐 보았다.

딸이 맞는데... 닮았는데... 아이가 그렇게 누나의 옆에 있는걸 보면 뭔가 사연이 있을텐데...

궁금증 또한 커졌다. 그러나 깊이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어쩌면 아닐수도 있고, 깊이 알게 된다면 그 알게됨으로 멀어져야 할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현실에서의 8시간이 나의 꿈속에서는 몇달간의 고된 노동을 한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나는 좀더 눈을 붙였다.

 

전기 밥솥에서 김 빠지는 소리와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깻다.

이번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처음 잠에서 깻을때보다 세시간 정도 더 흘렀다.

누나도 피곤했는지 일어난지 얼마 안되어 밥을 하고 점심을 준비하는것 같았다.

밥먹으라고 부를때 까지 좀더 눈을 붙일까 하다가 어젯밤 식은땀을 많이 흘려 씻어야 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킨다.

정신도 멀쩡하고 잠에서도 깻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가위구나... 눈동자를 굴려 주방 쪽을 봤다. 눈을 뜨고 버둥대고 있으면 누나가 보고 날 건드려

줄것 같아서였다.

침실에서 주방을 바라보면 주방이 훤히 다 보이진 않으나 싱크대가 보인다.

누나가 주방을 오가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가위에 눌렸으나 불안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꿈이 아니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다지 버둥대지도 않고 누나가 이쪽을 한 번 봐주길 바랄 뿐이다.

누나가 싱크대에서 요리한 도구들을 세척하고 있다.

집안이라 짧은 바지에 면티 한장 입고 설거지 하는 뒷태를 감상하며 누나가 날 돌아봐주길 바랄때였다.

보통 집에 조명이란것은 대부분 사람이 주로 있는 공간이나 활동하는 공간 바로 위에 설치가 되어

그림자를 길게 만들진 않는다.

그런데 유난히도 누나의 발에 붙어 있는 그림자는 길고 진했다. 그림자의 외형도 누나와 맞지 않게

남자 그림자 같았고 주방 조명이 누나의 바로 머리 위에 있음에도 그 그림자는 주방을 지나

내가 있는 방에 닿을 정도로 길고 진했다.

기괴한 모습의 그림자에 눈이라도 달린듯 날 응시하는 기분이 들었고 심지어는 날 비웃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까지 했다.

나는 저 그림자가 누나를 삼킬거 같다라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기 위해 몸에 힘을 줬다.

몸에 힘을 주면 줄 수록 몸은 올가미에 옭매인듯 더욱 날 옭매어오고 숨도 쉬기 힘들정도의

힘이 내 목에 주어지고 있다는걸 느꼈다.

숨이 안쉬어 지고 몸에 힘이 빠져나간다.

'아... 난 아직도 꿈속을 헤메이고 있는건가?'

목이 졸려옴에 숨을 쉬지 못하는 고통이 지나가고 난 후 난 경험해본적 없는 쾌감을 느끼며

눈앞이 까맣게 변함을 보았다.

 


눈이 떠졌다. 아직도 식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을 보면 긴 시간 정신을 잃은건 아닌거 같았다.

밥상차람이 다 되었는지 누나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몸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 했다.

몸이 일으켜 진다.

누나의 발밑을 말없이 바라봤다.

아까의 그 그림자는 처음부터 없었던거 처럼 사라졌다.

나는 누나에게 늦은 아침인사를 하고 우리는 식탁으로 향했다.

간만에 맛보는 밥에 반찬들이라 맛있었다.

입으로는 몸이 원하는 양식을 채우고 있었고, 눈으로도 몸이 원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로는 이여자, 내 앞에 있는 이여자.

도화살이란걸 가진 이 여자... 도화살이란게 얼마나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지...

아까 본 그림자를 생각하며 귀신이란 존재도 이쁜것을 아는지... 귀신이 붙었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런 존재도 붙는데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달려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좋을 수도 있지만, 얼마나 기구한 삶을 살았을까?

며칠동안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난 어제의 꿈에 대해서 누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차를 한잔 하고 있었다.

난 이때가 아니면 앞으로 물어볼 기회가 없다라고 생각을 하고 누나에게 말을 꺼냈다.

'전에 내가 누나한테 우리 맨 처음 봤을때 애 얘기 한적 있었잖아.'

'어 그랬던거 같아.'

'그냥 누나 과거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냥 숨김없이 얘기좀 해줬으면 하는데....'

난 말꼬리를 흐렸다.

'그게 사실 내가 아이를 낳은 경험은 없어, 유산을 한적이 있어...'

누나 또한 말꼬리를 흐렸다.

뭔가 앞뒤가 안맞아 돌아가는 느낌이고 이 사람이 정녕 그때의 그 사람인지 싶었다.

그렇다면 어제 꿈속의 아이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누나 곁에 있는것이고, 내 앞에 나타났는지...

의구심만 더 커졌고 소득없이 아이에 대한 대화는 거기서 마무리를 지었다.

아니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좀더 밝고 건설적인 얘기를 하는게 좋을것 같아서였다.

'사실 아이에 대한 얘기는 너한테만 들은게 아니야, 전에 만나던 사람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

남자가 자가의 여자에 과거에 대해 듣게 되는건 참 좋은일이 아닌거 같다.

물론 지금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바라는 보지만 과거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지금 나에게 하는것 처럼 했다.... 라는 말을 듣는다는게...

이기적인 생각인건 알지만 나 또한 과거의 다른 사람에게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하는듯이 했었지만

그래도 그게 좋은 기분이 될 수 없었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 아이 얘기를 하고 나서부터 좀 사람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광적으로 집착을 하더라,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 사람이 맞는지... 한순간 그렇게 사람이 변하더니... 폭력도 쓰고,

다른남자 만난다고 생각을 했는지 일하는 병원에도 따라와서 감시하고, 그러다 어느순간 그 사람이

말도 없이 떠났어... 그리고 자살했데.. 나도 그냥 통해서 들은 얘기야.'

'누나가 맘 고생이 심했겠네... 난 안그럴테니 걱정마.'

'너도 그 사람이 말했던말 똑같이 하네... 사실 나 많이 불안해.'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현재를 살고 있으면 현재에 충실하자! 불안한 미래따위 아예 생각치도 말자.'

누나의 손을 쥐며 당차게 한마디 내 뱉고 남자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기 위해 베란다로 담배 하나를

꺼내들고 나가려는 찰나... 뒤에서 누나의 일침이 날라왔다.

'너 아직 담배 안끊었냐? 이자식 그동안 몰래 담배 피웠었네?, 멘트는 그럴싸했는데...ㅋㅋㅋ.'

일부러 웃기려고 그런말과 행동을 했다. 조금 어리숙한 남자 컨셉?

사실 담배는 여자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것이라 그동안 몰래 피웠었다.

누나도 이미 알고 있었고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나의 노력에 그녀의 노력도 보태져서

간만의 웃음으로 찌뿌둥했던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xx씨 (내이름) 나 솔직히 내 운명데로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고 장담도 못하지만 이제

정말 잘 살아보려한다, 나 다음주부터 병원 출근한다.'

뜻밖의 누나의 한마디에 난 피우던 담배를 땅에 떨궜고 바로 거실로 들어가 누나를 얼싸안고 되물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결심을 다 했어? 이제야 철 들으셨고만 우리 xx씨...ㅋㅋ'

가슴속에 항상 안고 있었던 불안감... 누나가 남자를 상대한다는 초조감... 멀쩡한 사람이 왜

저런일을 하나에 대한 불신감... 모두가 저 하늘위로 휙 날라갔다.

 


누나의 정상적인 삶이 시작이 되고, 나 또한 한동안 월차 년차 써가며 들쭉날쭉한 회사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단 한가지 돌아오지 않은것이 있다면 몸상태는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가위 이후에 급속도로

하향세를 달리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뜰때부터 무거운 눈꺼풀은 항상 닫히길 원했고 목은 항상 뻣뻣했다.

누나가 간호사임에도 혈압, 체온, 심박 등 집에서 알아 볼 수 있는걸 다 해봤음에도 이상은 없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에도 혈압이 약간 높은것 외엔 다른 이상은 없었다.

 

외근으로 발주처를 오가며 끼니를 대충 때웠다.

저녁시간즈음 퇴근길에 오르며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일단 버스에서 내렸다.

번화가엔 온통 술집뿐 마땅히 먹을게 없어 번화가 뒷 골목으로 들어섰다.

전통시장에서 순대국에 소주 한병을 비우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었을때

묘하게 들어왔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발길 가는데로 걷고 있었다.

조금 앞에 높은 대나무에 빨간 깃발이 걸린 집이 보였고... 무당집이라는걸 알면서

잠시 그 앞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갑자기 집 안쪽에서 왠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면서 '왜 남의 신성한 곳에서 연기를 피우냐

다른곳에 가서 담배펴라.. 곧 죽게 생긴사람이 뭐 좋다고 담배를 피우는지.'

'아줌마, 아니 무당님? 제가 왜 곧 죽습니까?.

'니가 산 사람이 아닌것이랑 붙어 다니니까 죽는다는거지.'

'산사람이 아니라뇨?'

'살아 있어도 산게 아니고, 꽃은 꽃인데 이승에서 필 수 없는 꽃에 붙어있는 꼴이지.'

'무슨소립니까?'

'궁금하면 주머니에 있는 돈 내놓으면 봐줄께... 불나방 같은 사람... 지 몸 타는지도 모르고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사람...'

외투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보니 뙇 삼마넌 이 들어있었다.

하도 지갑을 잃어버려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항상 바지주머니 왼쪽엔 지폐를 오른쪽엔

핸드폰, 상의 왼쪽은 담배 이렇게 날 길들여 놓았는데 왼쪽 외투 주머니에 담배 뒤쪽에

돈이 만져졌다.

신기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아주머니께 돈을 드리고 난 무작정 따라 들어갔다.

 

처음 들어가보는 신당이다.

분위기가 오싹함을 자아낸다.

아주머니는 내 앞쪽에 앉으셨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날 이리저리 그리고 내가 앉은

주변을 이리저리 훑어 보신다.

'꼬마는 참 자네를 뭐랄까 헤치려거나 그런 거로 보는게 아니라 관찰 하려는거 같고.'

꼬마?... 아... 그 꼬마 여자아이를 말하는구나...

'남자가 하나 붙었는데... 노려보는게 잡아먹을거 같네... 자네 사연이 뭔가?'

난 그냥 꿈과 가위에 대해 아주머니께 말씀 드렸다.

'꼬마는 수호령인거 같은데 시커먼놈은 뭔지 모르겠네... 잔뜩 독기만 품은게 원한령인거 같고

처사가 말하는걸 봐서는 처사에게 원한을 품은건 아닌데 지금 함께 하는 사람 사주를 말해보게.'

'태어난 시는 잘 모르는데 1974년 5월 x일 입니다.'

'전화해서 태어난 시간을 물어봐.'

아주머니가 하는 말씀에 왠지 모를 무개감을 느끼며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는 뭘 그런걸 다 묻냐 너 어디서 뭐하냐 이런 말을 물어왔고 난 그저 궁합좀 보려 그런것이다

라는 말로 달래며 태어난 시를 알아냈다.

'11시랍니다.'

'아닌데... 11시면 머리에 꽃 꼽았을건데... 이렇게 멀쩡할 수 없어 시간을 잘못 안게 아니야?'

'아닙니다 11시라고 확실히 들었는데요.'

'그럼 사진은 없나?'

'사진이요? 네...'

나는 핸드폰에서 찍은 사진을 아주머니께 보여드렸다.

'도화살이 잔뜩 꼇구만 귀신이고 사람이고 미친듯이 꼬여... 남자 잡아먹을 상이야...'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말씀하시던 아주머니가 뭔갈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신다.

핸드폰을 내게 돌리며 사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하셨다.

'이것봐 여기 지금 자네한테 붙은거 그거 여기 사진에도 나와있네...'

난 아주머니가 지목한곳을 보았다. 그저 그림자 정도일뿐인데...

가위... 내가 가위 눌렸을때 그녀의 발에 붙어있던 그런 이유 없이 진한 그 그림자....

'아주머니 뭘 어떻게 해야하죠?'

'헤어져 옆에 있지마.. 지금 처사도 몸도 안좋고 밤에 가위에 시달리고 해서 여자랑 합 하지 않을거야

다른 방법이 없소... 계속 붙어있으면 다른 영 때문이 아니라 처사 스스로 목매다는 날이 올거야 그러니

여기까지다 생각하고 그만 연을 끊으시게.'

 

내가 들은건 거기까지였고... 혼란스러운 맘으로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 앞이다... 복도식 아파트 원룸 형식이라 침실이 현관 바로 옆에 붙어있고 창고 현관문쪽

복도 쪽으로 되어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복도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순간 누나 침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남자와 여자가 하나가 될때 나는 그런 찰진 신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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