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영상 제작 전문 학교에서 강사의 조수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1학년 수업에 [카메라를 사용해 정해진 테마의 영상을 다음 시간까지 찍어오기]라는 과제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사가 첫번째 수업에서 과제로 내는 테마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죽은 거리] 라는 테마였습니다.
수업의 목적은 [고객의 막연한 요구에 어떤 구체적인 영상을 제시할 것인가]라는 걸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죽은 거리라는 테마의 경우 쇠퇴하여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영상을 찍어오면 좋은 거죠.
그렇지만 1학년 학생들은 아직 학교에 입학한 지 몇 달 지나지도 않은터라 완전히 아마추어였습니다.
그런 의도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었기에 이상한 것을 찍어오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죽은 벌레를 찍어 오거나, 자살하는 사람을 주제로 모노 드라마를 만들어오기도 했죠.
그런데 그렇게 학생들이 찍어 온 영상 중에 하나 묘한 것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 영상은 학교 별관을 배경으로 황혼이 비치는 가운데 학생이 카메라를 들고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이 곳은 여자가 자살해서 유령이 나온다고 합니다.]라는 둥 이야기를 하는 특이한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은 건물을 모두 지나치고, 마지막으로는 최상층의 교실에서 마지막 괴담을 이야기하고
카메라가 갑자기 앵글을 바꿔 고정된 채 화면 위쪽의 창문을 찍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창 밖에는 여자가 붙어 있었습니다.
창문에 손을 꽉 대고서.
한 마디로 [귀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실현한 거죠.
나와 강사는 그 영상을 보고 기발함에 감탄을 했습니다.
바깥도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고,
카메라의 초점도 다른 쪽에 맞춰져 있어 표정이 흐릿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귀신 같아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수업 시간에 나는 그 영상을 찍은 학생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테마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을지언정 영상이 재미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학생은 창 밖의 여자에 관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것입니다.
확실히 그 건물에서 괴담을 말하며 영상을 촬영했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창문을 찍은 것은 단순히 촬영을 끝내고 카메라를 내려 놓은것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스위치를 누르는 것을 잊어 카메라가 계속 켜져 있던 거죠.
짐을 다 정리했을 때에야 카메라가 켜져 있는 걸 알아차리고 황급히 녹화를 중단했지만
아직 자신은 편집 기재도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거기 다른 영상을 덧씌우는 것도 애매해서 그대로 제출한 것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학생이 겁을 주려고 장난 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에이, 그 사람 여자친구지? 그렇게 높은 곳에 서 있었는데 화 안 냈어?] 라고 놀렸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이 [무슨 소리세요, 정말!] 이라고 화를 내서 영상을 편집실에서 다시 돌려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가 창 밖으로 보이는 걸 가르키면서 [봐라, 봐.] 라고 말했더니, 그 학생은 얼굴이 새파래졌습니다.
[전 이런 거 찍은 적 없어요! 전 모른다구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혼자 편집실에 남아서
[끝까지 연기를 하다니. 재밌는 친구야.] 라며 싱글싱글 웃으며 그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알아차렸습니다.
영상에 찍힌 교실 창문 크기로 계산하면, 그 여자의 얼굴은 적어도 70cm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나는 그대로 영상을 끄고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이후에도 한동안 그 곳에서 근무했지만 그렇게 오싹했던 영상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