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귀신보는친구이야기4(1) - 인스티즈 붉은광대님

박블링 작성일 14.06.04 18:22:37
댓글 3조회 3,960추천 7
다들 투표는 하셨나요?
저는 원래살던곳까지가서 하고왔습니다. ㅎㅎ(사실 지금 사는집에서 별로 멀지않다는게 함정. )
이번편은 길어서 두번에 나누어 올립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함.

퇴마 에피소드는친구가 과거얘기 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준 자신이 겪은 귀신이야기임
(녀석은 귀신에 대한 이야길 잘 하지 않음)

그 처음이자 마지막 이야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상당히 긴 이야기였음.

연재(?) 당시 사설에도 써놨지만

녀석의이야기를 토대로 구성을 더해 곳곳에 살을 입히거나 빼서
작정하고 소설처럼 작성하니

소설보는 기분으로 적당히 가볍게 읽으면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

원래 퇴마 에피소드는
귀신보는 친구얘기를 종결시키는 마지막 에피소드였던 글임
(나중에 요청으로 인해 특별편이나 異, 形 같은 추가 에피소드가 나오긴 했지만)

예고했던 대로 지금과는 다른 타입의 이야기고

한개의 에피소드를 20여편에 걸쳐 썼던 장문의 글이니

거지같은 미.친 스압은 양해부탁드림

이야기 특성상 기존의 문체와는 다르게 감

=============================================================================================================
질의응답



이번엔 에피소드보다 얼마전의 연락으로 귀신보는 친구놈과의 QnA 를 적어보려 함.

이야기를 쓸 때 마다 많은 분들이 친구 등록을 해주시고

많은 분들이 쪽지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하며 친구에게 물어봐 달라고 부탁해오는데

친구녀석은 자긴 영능력자도 퇴마사도 아니라며 그런 질문 받는걸 싫어함.
(욕도 먹었음. 쓸데 없는 짓 한다고.)

그래서 쪽지로 받은 많은 문의 사항중에 중복되는 몇가지만 추려서 올림.

1. 귀신은 정말 있는가. 혹은 사후세계는 존재 하는가.

A : 있을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사람에게 굳이 귀신의 존재를 인식시킬 필요는 없으며,

나는 남들이 볼 수 없는 특이한 것들을 보고 말하고 느끼며
현실보다 더 합리적인 그들의 이유로 인해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귀신 보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은 그냥 없다고 믿어라.

그게 속 편할 것이다.

2. 요즘들어 가위에 자주 눌린다, 같은 꿈을 꾼다. 귀신의 영향인가.

A : 대부분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꼭 귀신들은 일본 영화나 호러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일괄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본 귀신은 항상 몸 이리저리 비틀고 거지같은 소리내는 요상한 모습으로나온다

그런걸 보면 그 사람이 기억해내고 있는 의식이 꿈에서 형상화되었다는게 참 맞는 근거인것 같다.

그런 호러영화 같은 귀신도 물론 존재하지만,
보통은 육신을 잃은 의식의 발현이기에 그렇게 기괴한 모습을 띄고있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의 이유로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귀신이라면,
긴가민가한 꿈 따위로 나오진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제대로 확실하게 나타나겠지.

그땐 긴장하는게 좋을것이다.

3. 귀신이 해를 가할 수 있는가. 요즘 몸이 어디어디가 갑자기 이유없이 아프다,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귀신의 짓인가.

A : 아프면 귀신탓 하지 말고 병원부터 먼저 가라.
귀신은 쉽게 산 사람 몸을 건드릴 수 없다.

숨쉬는 이곳 보다 더 한 인과율이 그들에게 존재한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그보다 더 한 인과율의 법칙을 감당해야 한다는 소리다.

만약 정말 귀신의 짓인것 같다면,
그 아프기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죽을만큼 잘못한게 있나를 먼저 떠올려라.

그들의 인과율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걸 만큼의 각오일지도 모르니까.

4. 귀신이 보이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게 되었다.

5. 귀신의 언어가 따로 있는가.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가.

A : 물론 따로 있다.

그치만 애기들이 처음 말 배울때 의미도 모르고 어눌 한 것 처럼
육신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는 존재는
그들의 언어보다. 살아있을때의 언어에 더 익숙하다.

반대로 죽은지 오래된 귀신은 그들에 언어에 익숙하기에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오래된 귀신은 본적이 드물다.

여기까지 추려봤음.

앞으로 비슷한 류의 문의는 자제해주셨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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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1



20편 다 채우고 마지막 에피소드로 가는 듯

이 이야기는 친구과거 편 이후 처음으로 해준 귀신과 얽힌 자신의 이야기 임.

그리고 조금 많이 긴 에피소드 일지도 모름.

이야기 특성상 기존의 문체와 좀 다르게 씀.

조금 지루할지도 모름

귀신보는 친구의 이름을 K로 대신하겠음.

아주 오래 전 녀석과의 대화...

나 : 호러영화나 괴담처럼 귀신이 사람을 죽일수도 있냐?

K : 뭐가 궁금하냐 또...

나 : 내가 이런거 궁금한적 한두번이냐.

K : 쉽게 못건드려...

나 : 허당이네 그럼 그냥.

졸업후에 우린 뿔뿔히 흩어졌다.

머리가 나빴던 B와 C는 지방대학에 들어가 인천을 떠나게 되었고

A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일을 배우러 다녔다.

K는 20살의 반년이 지날 무렵 뜬금없이 친척이 있는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나 혼자 쓸쓸히 인천에 남게 되었다.

많은 추억을 가졌던 학창시절도 졸업식과 함께 어른이 되며 끝이 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녀석이 비교적 늦은 군복무를 위해 귀국해 돌아왔고.

오랫만에 만난 녀석은 무뚝뚝한 모습 그대로였다.

녀석과의 술자리는 학창시절 옛날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한잔두잔 술병을 비워가며 회포를 푸는데

이상하게 3차까지 와서도 일본에 있을때 이야기를 녀석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일본에서 재미난 일은 없었냐?

일본 여자 사겨봤냐? 라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고나서야
녀석이 말없이 소주를 두 잔 더 비우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이 취기때문이었는지 뭐 때문이었는지, 말을 아끼다가.

녀석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위에 질의응답 편에서 언급했듯이 인과율 이란 것이 있고

저 때보다 먼저 인과율에 대해 들은 시점이다.
(이번 에피소드 보시기 전에 미리 읽고 오시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K : 원령이나 원귀 라고 알아?

나 : 뭐 사람한테 해코지하고 다니고 그런거? 주온같은데 나오는?

K : 맞아. 비슷해

나 : 귀신이 쉽게 뭐 그런거 못한다며 사람 해치고 그런거...

K : 인과율을 포기하면 가능해

나 : 뭔 소리냐 그게

K : 영혼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선 인과율에 따른 일정한 책임이 뒤따라. 패널티같은 거야
그 행동이 크면 클 수록 그 인과율에 따른 책임도 커지지.

- 이쯤에서 사후 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 부분은 저도 녀석에게 한번도 들은적이 없습니다.

녀석에 말에 따르면 사후 에 대해 살아있는자에게
재대로 언급한 순간 그녀석이 죽은뒤에 그만큼의 인과율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

K : 혼이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고 인과율을 각오하면 원귀가 되

그리고 그 살아 있을때의 한, 그리고 자신이 각오한 인과율이 크면 클 수록 그 힘도 강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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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2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살을 주고 빼거나

시점도 이곳저곳 변경해서 작성하니

소설같은 느낌으로 가볍고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음


녀석이 일본에 있을때 일이다.

녀석이 일본에 발을디딘 순간 느낀것은

자신의 고국과는 다르게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숫자의 혼령들이 곳곳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당집보다 더 많은 숫자의 크고 작은 사당 들...

일본의 첫 느낌은
귀신의 나라 그 자체였다.

시간이 흘러 녀석이 일본의 생활과 언어에 익숙해질 무렵

녀석이 지내는 맨션과 같은 건물에 사는
Y라는 30대 초반 남자와 어느정도 친해지게 되었다.

Y는 트럭으로 개인화물 일을 하고 있다고 했고.

딱 보기에도 젊었을적 꽤나 한가락 하고 다녔겠거니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뭐 그녀석 자신도 불량학생이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던건 아니었다.

가끔 그 Y와 술을 마시며 가깝게 지냈고 그날 또한 Y와 동네 작은 주점에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다.

Y는 늘 술을 마시면 자신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동생 이야기를 늘상 했다.

여고에 다니는 2학년...

이쁘고 공부도 잘한다고 항상 하는 레파토리였다.

그는 그의 동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여지없이 그는 그날도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했고
얼마 후에 17살 생일인데 선물로 무얼 주면 좋아할지
요즘애들 취향은 잘 모르겠다는 시시껄렁한 얘기따위를 했다.

그치만 그날은 그런 시시껄렁한 얘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녀석은 그날 주점에서 처음 보았다.

K 자신의 온몸이 저릿저릿 해져 올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혼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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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3



K는 그 존재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원귀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

그치만 그것의 형채를 보려고 해도 봐지지가 않았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느낄 수 있는건 여자 라는 것 뿐.

아니... 더 솔직해지자면,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것 같다.

보지도, 듣지도 않기 위해.

K는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얼핏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수명이 다해 죽은 사람보다
제명을 못살고 사고 같은 걸로 죽은 사람은
장례할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K는 원귀를 많이 봐왔지만.
이번만큼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죽으면 저렇게 될 수 있는건가.

K는 Y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자리를 정리하려 했다.

그치만 자리를 정리해도 뭔가 달라지진 않을것 같았다.

그 여자는 Y의 옆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녀석과는 관계가 없는것이니 Y를 추궁해봐야 했으나

다짜고짜 추궁한다고 해도 이상한 놈 될 것은 뻔하며

그 여자가 없는 곳에서 무언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K는 술자리를 정리하고 주점을 나왔다.

다행히 그 여자의 기운이 조금씩 멀어졌다.

따라오고 있지는 않았다는 거지.

맨션에 도착해 Y가 들어간 것을 보며 , 녀석도 자신이 사는 층으로 올라갔다.

열쇠로 현관을 열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현관 센서가 켜지지 않는다.

무언가 비릿한 냄새가 났다.

한기...

어두운 방안에

말 그대로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가 방안에 가득 차다못해 넘쳐나는 느낌

그리고 그 한기는 녀석에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귓가에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 방해... 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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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4



숱하게 귀신을 봐왔고,

후에 나이가 들며 그들의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어릴적에 느꼈던 낮선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존재 자체가 주는 위압감.

농담조로 녀석은 얘기했다

우습지만 K는 그때 내 생각이 잠깐 났다고 한다.

그 놈 있었더라면...

녀석도 살아오며 별별 단맛 쓴맛 다 봤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정신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말했다.

- 살아있는 존재에게 해를 가하면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할거다. -

갑자기 그 여자가 『꾸르룩, 끄어억』 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인지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기괴한 소리

그 기괴한 소리가 길게 울려퍼지며 간간히 탁한 웃음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녀석은 잠시 주춤했지만 그 소리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한기 또한 사라졌지만 비릿한 냄새는 여전했다.

녀석은 먼저 전등스위치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방안에 그 여자가 있던 곳에는 갈색 액채가 물 흘린듯 떨어져 있었다.

피였다.

그것도 붉은 빛깔이 아닌 오래된 흑갈색의 피

그치만 굳지 않은채로 그 자리에 흘러있었다.

그리고 그 피는 배란다 쪽까지 이어져 배란다 난간에서 끊겨 있었다.

녀석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Y가 사는 층으로 내려갔다

Y의 집문을 두드리고 인터폰을 눌러대며 Y를 불렀다.

Y가 이제 막 잠자리에 누웠다 일어난 모습으로 짜증스럽게 문을 열었다.

녀석이 무슨일 없냐고 묻자 Y는 밤에 무슨 실례냐며 화를 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녀석은 반쯤 당황해 하며 돌아서는데 귓가에서 다시한번 들려왔다.

- 아직은 아니야... 이 제...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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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5



녀석은 그렇게 별 수 없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종이를 여러장 뜯어 빽빽하게 휘갈겼다.
(새집이사, 친구과거 편 참고)

그리고 테이프를 가지고 나가 Y의 집 앞으로 갔다.

그리고 현관문 위쪽부터 시작해서 둘러 싸듯이 그 종이들을 붙였다.

- Y가 쓸데없이 때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창문쪽도 신경써야 했지만 일단 어쩔수 없었다

현관쪽만 붙여놓고 그렇게 녀석은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녀석이 Y의 현관 앞을 지나쳤을때

녀석이 붙여놓은 종이들이 붙어있는 채로
전부 네모난 재가 되어있었다.
원형을 유지한 채...

손을 대니 부스스 하고 힘 없이 떨어져 나갔다.

종이가 붙어있던 벽면엔 그 어떤 그을음도 없었다.

사람이 한 짓은 아니라는 것.

녀석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 전화기를 열었다.

할아버지...

믿을만한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그치만 막상 할아버지와 통화하니 이딴것들에 대한걸 말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타지에 있다고 걱정하시는데,

더욱 걱정을 끼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사사로운 이것저것 안부만 물어보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 힘이 닿지 않는 일에 휘말리지 말거라... -

녀석은 할아버지의 뜬금없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대충 얼버무리며 알겠어요 하고 끊었다.

그 후로 몇일동안 별일 없이 잠잠했다.

Y도 별일 없어보이고 녀석도 그냥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다.

그렇게 어느날 저녁 방안에서 조용히 쉬고있는데 Y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에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며...

녀석이 Y에 집에 도착하니 왠 낮선 여자아이와

식탁위에 이것저것 차려져있는 모습이 보였다.

Y가 말한 동생...

음식 냄새로 보아 Y의 솜씨는 아닌것 같고 그의 동생 실력인것 같았다.

Y의 말대로 그의 동생은 수수한듯 했지만 미인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몸에 배어있는 듯한 예의바른 행동.

그리고 Y의 외모나 평소 행동과는 달리 동생에게 꽤나 자상한듯 했고

동생 또한 그런 Y를 잘 따르는 듯 했다

두 남매는 사이가 겉보기에도 좋아보였다.

그 날은 다름아닌 그의 동생의 생일.

녀석이 왜 생일인데 친구와 보내지 않느냐고 묻자
동생은 오빠가 꼭 생일은 자신이나 가족들과 먼저 보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왔다고 대답했다.

팔불출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으나.
저런 동생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Y와 맥주한잔을 하며 그의 동생과 PS게임 같은걸 하며 즐겁게 놀았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흘렀고 녀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의 동생도 이제 가봐야겠다며 일어나자 Y는 늦었는데 자고 가라며 잡았다.

동생은 오빠네 집에서 자면 오빠가 깨워주지 않아서 늘 학교에 지각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동생은 Y에게 받은 큰 곰인형을 안고 길을 나섰고
Y와 녀석은 동생을 적당히 배웅을 나섰다.

그리고 동생이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그의 여동생의 모습이 어둠속으로 조금씩 보이지 않을때 쯤

뭔가 이상하다.

녀석은 갑자기 미친듯이 동생의 뒤를 따라갔다.

Y는 갑자기 왜 그러냐며 녀석을 따라왔고.

한참을 뛰자 컴컴한 곳에서 그의 여동생이 기절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Y는 동생을 계속 깨우며 이게 무슨일이냐며

혼잣말인듯 소리 질렀다.

녀석은 그때 보았다.

그의 동생이 저 멀리서

그 여자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어떠한 저항도 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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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6



Y는 구급차를 불러 기절한 동생을 응급실로 데려갔다.

사실 병원가도 별수 없을거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별로 그 상황에서 통할것 같지는 않았다.

녀석도 무언가 심상치 않아 보여서 같이 따라나섰다.

그리고 어느 타이밍에서 그 여자 얘길 꺼내야 하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응급실에 그의 동생을 눕히고 의사에게서 외상이나 별다른 증상은 없고
가벼운 쇼크로 인해서 그런것 같다.

입원할 정도는 아니니 잠시 링거를 맞고 휴식을 취해라 등등 형식적인 진단을 들었고,

안녕하세요 퐁당쇼콜라입니다.

이번편은 스압이너무쩔어서 두번으로 나눠서올리겠습니다. 재밌게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함.

퇴마 에피소드는친구가 과거얘기 후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준 자신이 겪은 귀신이야기임
(녀석은 귀신에 대한 이야길 잘 하지 않음)

그 처음이자 마지막 이야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상당히 긴 이야기였음.

연재(?) 당시 사설에도 써놨지만

녀석의이야기를 토대로 구성을 더해 곳곳에 살을 입히거나 빼서
작정하고 소설처럼 작성하니

소설보는 기분으로 적당히 가볍게 읽으면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

원래 퇴마 에피소드는
귀신보는 친구얘기를 종결시키는 마지막 에피소드였던 글임
(나중에 요청으로 인해 특별편이나 異, 形 같은 추가 에피소드가 나오긴 했지만)

예고했던 대로 지금과는 다른 타입의 이야기고

한개의 에피소드를 20여편에 걸쳐 썼던 장문의 글이니

거지같은 미.친 스압은 양해부탁드림

이야기 특성상 기존의 문체와는 다르게 감

=============================================================================================================
질의응답



이번엔 에피소드보다 얼마전의 연락으로 귀신보는 친구놈과의 QnA 를 적어보려 함.

이야기를 쓸 때 마다 많은 분들이 친구 등록을 해주시고

많은 분들이 쪽지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하며 친구에게 물어봐 달라고 부탁해오는데

친구녀석은 자긴 영능력자도 퇴마사도 아니라며 그런 질문 받는걸 싫어함.
(욕도 먹었음. 쓸데 없는 짓 한다고.)

그래서 쪽지로 받은 많은 문의 사항중에 중복되는 몇가지만 추려서 올림.

1. 귀신은 정말 있는가. 혹은 사후세계는 존재 하는가.

A : 있을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사람에게 굳이 귀신의 존재를 인식시킬 필요는 없으며,

나는 남들이 볼 수 없는 특이한 것들을 보고 말하고 느끼며
현실보다 더 합리적인 그들의 이유로 인해 그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귀신 보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은 그냥 없다고 믿어라.

그게 속 편할 것이다.

2. 요즘들어 가위에 자주 눌린다, 같은 꿈을 꾼다. 귀신의 영향인가.

A : 대부분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꼭 귀신들은 일본 영화나 호러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일괄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본 귀신은 항상 몸 이리저리 비틀고 거지같은 소리내는 요상한 모습으로나온다

그런걸 보면 그 사람이 기억해내고 있는 의식이 꿈에서 형상화되었다는게 참 맞는 근거인것 같다.

그런 호러영화 같은 귀신도 물론 존재하지만,
보통은 육신을 잃은 의식의 발현이기에 그렇게 기괴한 모습을 띄고있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의 이유로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귀신이라면,
긴가민가한 꿈 따위로 나오진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제대로 확실하게 나타나겠지.

그땐 긴장하는게 좋을것이다.

3. 귀신이 해를 가할 수 있는가. 요즘 몸이 어디어디가 갑자기 이유없이 아프다,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귀신의 짓인가.

A : 아프면 귀신탓 하지 말고 병원부터 먼저 가라.
귀신은 쉽게 산 사람 몸을 건드릴 수 없다.

숨쉬는 이곳 보다 더 한 인과율이 그들에게 존재한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그보다 더 한 인과율의 법칙을 감당해야 한다는 소리다.

만약 정말 귀신의 짓인것 같다면,
그 아프기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죽을만큼 잘못한게 있나를 먼저 떠올려라.

그들의 인과율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걸 만큼의 각오일지도 모르니까.

4. 귀신이 보이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게 되었다.

5. 귀신의 언어가 따로 있는가.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가.

A : 물론 따로 있다.

그치만 애기들이 처음 말 배울때 의미도 모르고 어눌 한 것 처럼
육신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는 존재는
그들의 언어보다. 살아있을때의 언어에 더 익숙하다.

반대로 죽은지 오래된 귀신은 그들에 언어에 익숙하기에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오래된 귀신은 본적이 드물다.

여기까지 추려봤음.

앞으로 비슷한 류의 문의는 자제해주셨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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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1



20편 다 채우고 마지막 에피소드로 가는 듯

이 이야기는 친구과거 편 이후 처음으로 해준 귀신과 얽힌 자신의 이야기 임.

그리고 조금 많이 긴 에피소드 일지도 모름.

이야기 특성상 기존의 문체와 좀 다르게 씀.

조금 지루할지도 모름

귀신보는 친구의 이름을 K로 대신하겠음.

아주 오래 전 녀석과의 대화...

나 : 호러영화나 괴담처럼 귀신이 사람을 죽일수도 있냐?

K : 뭐가 궁금하냐 또...

나 : 내가 이런거 궁금한적 한두번이냐.

K : 쉽게 못건드려...

나 : 허당이네 그럼 그냥.

졸업후에 우린 뿔뿔히 흩어졌다.

머리가 나빴던 B와 C는 지방대학에 들어가 인천을 떠나게 되었고

A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일을 배우러 다녔다.

K는 20살의 반년이 지날 무렵 뜬금없이 친척이 있는 일본으로 간다고 했다.

나 혼자 쓸쓸히 인천에 남게 되었다.

많은 추억을 가졌던 학창시절도 졸업식과 함께 어른이 되며 끝이 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녀석이 비교적 늦은 군복무를 위해 귀국해 돌아왔고.

오랫만에 만난 녀석은 무뚝뚝한 모습 그대로였다.

녀석과의 술자리는 학창시절 옛날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한잔두잔 술병을 비워가며 회포를 푸는데

이상하게 3차까지 와서도 일본에 있을때 이야기를 녀석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일본에서 재미난 일은 없었냐?

일본 여자 사겨봤냐? 라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고나서야
녀석이 말없이 소주를 두 잔 더 비우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이 취기때문이었는지 뭐 때문이었는지, 말을 아끼다가.

녀석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위에 질의응답 편에서 언급했듯이 인과율 이란 것이 있고

저 때보다 먼저 인과율에 대해 들은 시점이다.
(이번 에피소드 보시기 전에 미리 읽고 오시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K : 원령이나 원귀 라고 알아?

나 : 뭐 사람한테 해코지하고 다니고 그런거? 주온같은데 나오는?

K : 맞아. 비슷해

나 : 귀신이 쉽게 뭐 그런거 못한다며 사람 해치고 그런거...

K : 인과율을 포기하면 가능해

나 : 뭔 소리냐 그게

K : 영혼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선 인과율에 따른 일정한 책임이 뒤따라. 패널티같은 거야
그 행동이 크면 클 수록 그 인과율에 따른 책임도 커지지.

- 이쯤에서 사후 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 부분은 저도 녀석에게 한번도 들은적이 없습니다.

녀석에 말에 따르면 사후 에 대해 살아있는자에게
재대로 언급한 순간 그녀석이 죽은뒤에 그만큼의 인과율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

K : 혼이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고 인과율을 각오하면 원귀가 되

그리고 그 살아 있을때의 한, 그리고 자신이 각오한 인과율이 크면 클 수록 그 힘도 강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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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2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살을 주고 빼거나

시점도 이곳저곳 변경해서 작성하니

소설같은 느낌으로 가볍고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음


녀석이 일본에 있을때 일이다.

녀석이 일본에 발을디딘 순간 느낀것은

자신의 고국과는 다르게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숫자의 혼령들이 곳곳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당집보다 더 많은 숫자의 크고 작은 사당 들...

일본의 첫 느낌은
귀신의 나라 그 자체였다.

시간이 흘러 녀석이 일본의 생활과 언어에 익숙해질 무렵

녀석이 지내는 맨션과 같은 건물에 사는
Y라는 30대 초반 남자와 어느정도 친해지게 되었다.

Y는 트럭으로 개인화물 일을 하고 있다고 했고.

딱 보기에도 젊었을적 꽤나 한가락 하고 다녔겠거니 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뭐 그녀석 자신도 불량학생이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던건 아니었다.

가끔 그 Y와 술을 마시며 가깝게 지냈고 그날 또한 Y와 동네 작은 주점에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다.

Y는 늘 술을 마시면 자신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동생 이야기를 늘상 했다.

여고에 다니는 2학년...

이쁘고 공부도 잘한다고 항상 하는 레파토리였다.

그는 그의 동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여지없이 그는 그날도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했고
얼마 후에 17살 생일인데 선물로 무얼 주면 좋아할지
요즘애들 취향은 잘 모르겠다는 시시껄렁한 얘기따위를 했다.

그치만 그날은 그런 시시껄렁한 얘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녀석은 그날 주점에서 처음 보았다.

K 자신의 온몸이 저릿저릿 해져 올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혼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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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3



K는 그 존재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원귀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

그치만 그것의 형채를 보려고 해도 봐지지가 않았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느낄 수 있는건 여자 라는 것 뿐.

아니... 더 솔직해지자면,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것 같다.

보지도, 듣지도 않기 위해.

K는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얼핏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수명이 다해 죽은 사람보다
제명을 못살고 사고 같은 걸로 죽은 사람은
장례할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K는 원귀를 많이 봐왔지만.
이번만큼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죽으면 저렇게 될 수 있는건가.

K는 Y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자리를 정리하려 했다.

그치만 자리를 정리해도 뭔가 달라지진 않을것 같았다.

그 여자는 Y의 옆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녀석과는 관계가 없는것이니 Y를 추궁해봐야 했으나

다짜고짜 추궁한다고 해도 이상한 놈 될 것은 뻔하며

그 여자가 없는 곳에서 무언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K는 술자리를 정리하고 주점을 나왔다.

다행히 그 여자의 기운이 조금씩 멀어졌다.

따라오고 있지는 않았다는 거지.

맨션에 도착해 Y가 들어간 것을 보며 , 녀석도 자신이 사는 층으로 올라갔다.

열쇠로 현관을 열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현관 센서가 켜지지 않는다.

무언가 비릿한 냄새가 났다.

한기...

어두운 방안에

말 그대로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가 방안에 가득 차다못해 넘쳐나는 느낌

그리고 그 한기는 녀석에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귓가에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 방해... 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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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4



숱하게 귀신을 봐왔고,

후에 나이가 들며 그들의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어릴적에 느꼈던 낮선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존재 자체가 주는 위압감.

농담조로 녀석은 얘기했다

우습지만 K는 그때 내 생각이 잠깐 났다고 한다.

그 놈 있었더라면...

녀석도 살아오며 별별 단맛 쓴맛 다 봤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정신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말했다.

- 살아있는 존재에게 해를 가하면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할거다. -

갑자기 그 여자가 『꾸르룩, 끄어억』 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인지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기괴한 소리

그 기괴한 소리가 길게 울려퍼지며 간간히 탁한 웃음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녀석은 잠시 주춤했지만 그 소리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한기 또한 사라졌지만 비릿한 냄새는 여전했다.

녀석은 먼저 전등스위치쪽으로 가서 불을 켰다.

방안에 그 여자가 있던 곳에는 갈색 액채가 물 흘린듯 떨어져 있었다.

피였다.

그것도 붉은 빛깔이 아닌 오래된 흑갈색의 피

그치만 굳지 않은채로 그 자리에 흘러있었다.

그리고 그 피는 배란다 쪽까지 이어져 배란다 난간에서 끊겨 있었다.

녀석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Y가 사는 층으로 내려갔다

Y의 집문을 두드리고 인터폰을 눌러대며 Y를 불렀다.

Y가 이제 막 잠자리에 누웠다 일어난 모습으로 짜증스럽게 문을 열었다.

녀석이 무슨일 없냐고 묻자 Y는 밤에 무슨 실례냐며 화를 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녀석은 반쯤 당황해 하며 돌아서는데 귓가에서 다시한번 들려왔다.

- 아직은 아니야... 이 제...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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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5



녀석은 그렇게 별 수 없이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종이를 여러장 뜯어 빽빽하게 휘갈겼다.
(새집이사, 친구과거 편 참고)

그리고 테이프를 가지고 나가 Y의 집 앞으로 갔다.

그리고 현관문 위쪽부터 시작해서 둘러 싸듯이 그 종이들을 붙였다.

- Y가 쓸데없이 때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창문쪽도 신경써야 했지만 일단 어쩔수 없었다

현관쪽만 붙여놓고 그렇게 녀석은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녀석이 Y의 현관 앞을 지나쳤을때

녀석이 붙여놓은 종이들이 붙어있는 채로
전부 네모난 재가 되어있었다.
원형을 유지한 채...

손을 대니 부스스 하고 힘 없이 떨어져 나갔다.

종이가 붙어있던 벽면엔 그 어떤 그을음도 없었다.

사람이 한 짓은 아니라는 것.

녀석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 전화기를 열었다.

할아버지...

믿을만한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그치만 막상 할아버지와 통화하니 이딴것들에 대한걸 말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타지에 있다고 걱정하시는데,

더욱 걱정을 끼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사사로운 이것저것 안부만 물어보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 힘이 닿지 않는 일에 휘말리지 말거라... -

녀석은 할아버지의 뜬금없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대충 얼버무리며 알겠어요 하고 끊었다.

그 후로 몇일동안 별일 없이 잠잠했다.

Y도 별일 없어보이고 녀석도 그냥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다.

그렇게 어느날 저녁 방안에서 조용히 쉬고있는데 Y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에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며...

녀석이 Y에 집에 도착하니 왠 낮선 여자아이와

식탁위에 이것저것 차려져있는 모습이 보였다.

Y가 말한 동생...

음식 냄새로 보아 Y의 솜씨는 아닌것 같고 그의 동생 실력인것 같았다.

Y의 말대로 그의 동생은 수수한듯 했지만 미인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몸에 배어있는 듯한 예의바른 행동.

그리고 Y의 외모나 평소 행동과는 달리 동생에게 꽤나 자상한듯 했고

동생 또한 그런 Y를 잘 따르는 듯 했다

두 남매는 사이가 겉보기에도 좋아보였다.

그 날은 다름아닌 그의 동생의 생일.

녀석이 왜 생일인데 친구와 보내지 않느냐고 묻자
동생은 오빠가 꼭 생일은 자신이나 가족들과 먼저 보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왔다고 대답했다.

팔불출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으나.
저런 동생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Y와 맥주한잔을 하며 그의 동생과 PS게임 같은걸 하며 즐겁게 놀았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흘렀고 녀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의 동생도 이제 가봐야겠다며 일어나자 Y는 늦었는데 자고 가라며 잡았다.

동생은 오빠네 집에서 자면 오빠가 깨워주지 않아서 늘 학교에 지각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동생은 Y에게 받은 큰 곰인형을 안고 길을 나섰고
Y와 녀석은 동생을 적당히 배웅을 나섰다.

그리고 동생이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그의 여동생의 모습이 어둠속으로 조금씩 보이지 않을때 쯤

뭔가 이상하다.

녀석은 갑자기 미친듯이 동생의 뒤를 따라갔다.

Y는 갑자기 왜 그러냐며 녀석을 따라왔고.

한참을 뛰자 컴컴한 곳에서 그의 여동생이 기절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Y는 동생을 계속 깨우며 이게 무슨일이냐며

혼잣말인듯 소리 질렀다.

녀석은 그때 보았다.

그의 동생이 저 멀리서

그 여자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어떠한 저항도 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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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6



Y는 구급차를 불러 기절한 동생을 응급실로 데려갔다.

사실 병원가도 별수 없을거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별로 그 상황에서 통할것 같지는 않았다.

녀석도 무언가 심상치 않아 보여서 같이 따라나섰다.

그리고 어느 타이밍에서 그 여자 얘길 꺼내야 하는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응급실에 그의 동생을 눕히고 의사에게서 외상이나 별다른 증상은 없고
가벼운 쇼크로 인해서 그런것 같다.

입원할 정도는 아니니 잠시 링거를 맞고 휴식을 취해라 등등 형식적인 진단을 들었고,

얼마 있지 않아 Y의 부모님같은 분들이 찾아왔다.

그의 부모님들은 이게 무슨일이냐고 묻는듯 했고

Y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중

그의 동생이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Y와 그의 부모는 괜찮냐고 어떻게 된거냐고 캐물었고

그의 동생은 갑자기 길을 가다가 숨이 막혀왔고 그 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동생이 가슴부분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고

동생의 블라우스에 피가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그의 부모들은 서둘러 간호사를 불러 상태를 봐달라고 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녀석이 Y에게 들은 얘기는
동생의 가슴에 무엇인가로 긁은듯이
깊이 패인 자국으로

- 마지막 생일 축하해. -

라고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

당황스럽지만 분명 간호사들이 그녀의 호흡을 돕기위해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렀을 때 그런 상처는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녀석은 그 여자에 존재에 대해 이젠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Y에게 먼저 예전에 크게 원한을 살만한 일이 있냐고 물었다.

Y는 그딴 녀석이 한둘이겠냐며 농담조로 얘기하다.

잠시 무언가 떠오른듯 해보였고 초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그런일이 있었냐고 되묻자.
Y는 정색하며 그딴일 없다 라고 대답했다.

녀석은 더 이상 추궁하지 못하고 전에 할아버지와 통화했던 기억이 떠올라
일본에선 신사에 있는 스님 같은 사람들이
위령 같은걸 해주는 행위를 한다고 들은적 있으니
무슨일이 더 생기기 전에 신사 같은 곳에 찾아가라고 전했다.

그렇게 녀석은 Y를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와 잘준비를 하고 잠자리를 펴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누군가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녀석은 잠에서 깼다

누구냐고 부시시한 소리로 물어보니

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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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7


Y는 다짜고짜 녀석에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아까 신사 어쩌구 한게 무슨 의미냐고 Y는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녀석은 이런 상황이 늘 익숙했다.

Y를 진정시키며 무슨일이냐고 차근차근 물었다.

Y는 동생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전등을 켜고 입고잇던 옷을 벗으려 하자
전등이 나가버렸다고 한다.

짜증을 내며 스위치 쪽으로 다가간 순간 전등이 들어왔고

그렇게 전등이 깜빡깜빡 하며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깜빡거리는 방안에서 그에 눈에 들어온건

허리까지 내려오는 칠흙같은 흑발의 긴 머리에
온통 검은옷과 검은 빛깔같은 느낌의 여자

여자의 머리는 피 같은것이 굳어서 떡져 있었고
그렇게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채로
구부정한 자세로 손을 늘어뜨리며
우는지 우는지 온 몸을 기분나쁘게

그리고 천천히 들썩거렸다고 한다.

Y는 온몸에 튀어 나올정도로 소름이 돋았고

미칠듯한 공포감에 조금씩 뒷걸음을 쳤는데

그여자가 손을 쭉 뻗어 Y의 목을 움켜 잡았다.

어찌나 쎄게 잡혔는지

캑캑이는 소리도 못내며 버둥거리는데

그때 그 여자가 몸을 들썩이며 그여자 에게서 소리가 들렸다.

『이러...지마... 이...러지마...』

그 소리에 Y는 혼절할 듯이 공포감을 느꼈고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기절하기 직전

그 여자가 사라졌다.

Y는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가.

- 하... 하...;;; 그래... 환영이야 환영...;;; -

이렇게 억지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화장실로 향했는데

거울을 본 순간

자신이 움켜졌던 목에 있는
손바닥 자국과 다섯개의 깊이 파인 손톱자국을 보았고

그보다.

거울로 자신에 뒤에 여전히 구부정하게 서 있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

미친듯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녀석의 집으로 온 것이다.

Y는 녀석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거라 생각 했는지
증거처럼 남아있는 자신의 목의 자국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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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8

Y의 얘길 들은 녀석은 다시한번 Y에게 누군가에게 크게 원한을 산적이 있는지 물었다.

Y는 아까처럼 그런거 없다고 같은 대답을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아보였다.

K : 일단 당신의 방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Y : 안되... 아직 그것이 있을지도 몰라...

녀석이 Y에게 그럼 혼자 다녀올테니 잠시 여기 있으라 하자
무섭다고 하며 머뭇거리다 녀석을 따라 나섰다.

Y의 집 현관을 열자 전에 그 여자가 녀석에게 찾아왔을 때 처럼
기분나쁜 비릿한 냄새가 났다.

- 역시... 진짜로 찾아왔던건가... -

그치만 그 여자의 기운은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진듯 했다.

방안은 불이 온통 깜깜했다.

녀석은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자신의 방과 구조가 같으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불을 켜자 방안이 환해지며 방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여자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녀석에 방에서와 똑같이

흑갈색의 굳지 않은 오래된 피가 쏟아져 있었다.

그리고 Y가 말한대로 화장실에도 똑같이 그 핏자국이 있었다.

그때 갑자기 Y가 이게뭐야 라며 소리를 질렀고

녀석은 그 소리에 반응하고
Y가 있는 쪽으로 갔다.

Y가 동생에게 선물했던 곰인형

녀석이 바닥의 피에 신경쓰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Y : 아니... 이게 왜 여기있지...
이 모습은 또 뭐고...

분명 그 인형은 그의 동생이 가지고 갔었고

그의 동생이 기절했을땐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치만 Y의 방안에서 발견된 곰인형은 온전한 모습이 아닌
여기저기 처참하게 찢겨 군데군데 솜이 튀어나온 흉칙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강한 기운이 어디에선가 느껴졌고,

녀석은 그것이 다시 왔나 싶어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녀석의 시선이 머문곳은 한쪽 벽면에 TV쪽.

그리고 TV옆에 놓여져 있는 DVD 캠코더가 작은 불빛을 반짝거렸다.

K : 저거... 녹화되고있는건가요?

Y : 그럴리가 없어. 한동안 쓰지 않고 그냥 옆에 놔둔것 뿐인걸

녀석은 그래도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했고
Y는 케이블을 찾아 TV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녹화되있을리 없다는 그 캠코더를 연결하니

TV화면에 기분나쁜 노이즈가 넘쳐 흘렀다.

그리고 그 화면속엔 그 캠코더가 있던 그 자리에서 그대로

Y의 방안이 촬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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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 9



DVD 캠코더의 화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심한 노이즈와 지직거림...

마치 오래전에 봤던 복사되고 복사된 빨간마후라 테잎을 보는 듯한 화질이었다.

그리고 화면의 방안에

Y와 그의 동생이 등장했고, 녀석도 등장했다.

아까 같이 저녁을 먹었을때 촬영된 것이다.

익숙한 장면이었다.

하나만 빼고는...

그 여자...

그 여자가 그의 동생의 뒤에 서서 기분나쁘게 몸을 천천히 들썩이며
지저분한 밧줄로그의 동생의 목을 칭칭둘러 감았다.

녀석은 그 장면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아까전에 저딴 상황이 있었다면
자신이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화면속에는 그 여자가 밧줄로 그의 동생의 목을 감고
거세게 끌고 가려 했고,

동생은 고통스러워하며 끌려가지 않으려고 처참하게 저항하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치만 화면속 Y와 녀석은 아까와 다른 것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가 전혀 나지 않던 그 화면에서무언가 소리가 났다.

『이러...지마... 이...러지마...』

『살려주...세...요...』


탁하고 기분나쁜 목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재생이 중지되었다.

녀석이 다시한번 봐야겠다고 하며 Y쪽을 바라보자.
Y는 정신이 나가 패닉상태가 되어있었다.

녀석이 Y의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K : 다시한번 봐야겠다고!!!

Y : 아... 응??? 그... 그래...

여전히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한듯한 Y가 캠코더를 다시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치만 아까와는 달리 재생이 되지 않았다.

믿을수 없게도 공DVD 상태였던 것이다.

녀석은 일단 DVD는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하고 Y에게 DVD를 빼주길 요청했다.

캠코더에서 DVD를 꺼내주는 Y를 향해 녀석은 다시 한번 질문했다.

K : 정말 누군가에게 크게 원한을 산 일이 없나요?

Y : 없어... 그런거 없다고...

K : 흠.......

Y가 무언인가를 감추는 듯 했지만 녀석은 더 이상 캐물을 순 없었다.

무엇보다 아까처럼 더 이상 휘말려서 좋을건 없겠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었기 때문이다.

K : 다행이네요. 만약 원한 때문에 이러는거면
적당히 하고 끝낼것 같진 않아보이거든.

녀석은 멍하니 있는 Y를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이 방안을 나서려고 하자 무섭다고 붙잡는 Y

녀석은 그런 Y를 뿌리치고 그리고 하루빨리 동생을 신사에 데려가라는 말 또한 남기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후우... 신경쓰지 말자 말어... -

그 후로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 여자도 녀석의 앞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Y랑 마주치는 일도, 연락이 오는 일도 없었다.

아마도 동생때문에 자신의 본가로 돌아간 듯 했다.

그렇게 조용한 몇일이 흘렀다.

여느때 처럼 평온히 지내는 와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Y였다.

녀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Y : 우리집에... 같이 가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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