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입 시험을 앞둔 겨울이었다.
건강하던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간암이었다.
더 이상 손조차 쓸 수 없는 말기였다.
3월 말이 되어 내가 무사히 수험을 마치고 졸업한 뒤,
중학교의 마지막 봄방학을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할아버지는 나날이 여위어 가셨고, 가족들은 교대로 할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그 즈음에는 아버지는 일이 바쁘고 여동생도 몸이 안 좋았기에,
여유가 있던 내가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할아버지의 곁을 지키곤 했다.
시간은 이미 오후 9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그 날은 이미 아버지에게 늦게 올 것 같다는 전화가 왔던 터였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나는, 내 쪽으로 목을 기울이고 보고 있는 할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얘야.]
[응? 왜요, 할아버지?]
[의자.]
[의자요?]
할아버지는 이미 혼자 힘으로는 뒤척이는 것마저 힘든 상태였다.
의자에 앉을 기력조차 없었기에, 나는 그 말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의자를 가져오거라.]
[의자라뇨..]
[야스오형이 와 있지 않느냐.]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의 시선은 내가 아니라 내 뒤 쪽의 방문을 향해 있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말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할아버지가 말한 야스오형은, 우리 큰할아버지셨다.
하지만 1주일 전에 뇌일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던 것이다.
그러나 아픈 할아버지에게 충격이 될까봐 일부러 가족들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의자를 내오너라.]
투약하고 있는 진통제 때문에 환각을 보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섬뜩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텅 빈 곳에 의자를 내왔다.
[그래.] 라고 한 마디 한 채, 아무 말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할아버지.
내 옆에는 주인 없는 의자만이 놓여 있었다.
조용한 방 안에는 시계 바늘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얘야.]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할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야스오형이 돌아가겠단다.]
[아, 알았어요. 배웅해 드리고 올게요.]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이 방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의자를 가지고 방에서 나왔다.
어둡고 조용한 텅 빈 복도는 내 발소리 뿐이다.
나는 간호 센터 앞을 지나 작은 빛이 비치는 어슴푸레한 홀에서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한층 더 속이 메스꺼워져, 할아버지의 방에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왔다.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모든 불을 켜고, 음료수를 마시면서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TV를 켜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병실에서 나올 때는 눈을 감고 있던 할아버지가, 어느새 내 쪽을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러세요?]
[얘야, 제대로 배웅해 드리고 와야지.]
이 날 이후, 상태가 나빠져 어머니가 곁을 지킬 무렵에는 매일 같이 손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