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투신자살을 마주하다.

금산스님 작성일 14.12.08 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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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딱 요맘때 있었던 일이다.

1년여가 지나고서야 겨우 냉정하게 떠올려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내겐 큰 충격이었던 사건이다.

 


그 날은 금요일로, 나는 회사 동료 몇 명과 4차까지 술을 퍼마시고 기분 좋게 취해있었다.

당연히 막차는 이미 끊긴 후였고, 결국 동료들 중 나처럼 집이 먼 다른 3명과 함께 캡슐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캡슐 호텔에 들어가 프런트에 4명이라고 말하자, 방이 2개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선배인 나와

집이 그나마 가까워서 택시를 타고 가도 숙박비랑 비슷한 정도가 나오는 동료가 양보하기로 했다.

 


캡슐 호텔을 나와, 동료는 택시를 잡기 위해 역 쪽으로 갔다.

나는 다른 캡슐 호텔 한 곳에 전화를 걸어, 방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빈 방이 있다는 말에, 나는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0m 정도 걸었을 무렵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2, 3초 후, 전방 3m 정도에서, 갑자기 사람이 떨어졌다.

콰직하는 소리가 나고, 남자는 거꾸로 처박힌 채 미동도 앉는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머리가 완전히 얼어 붙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1분 정도는 가만히 서 있었을 것이다.

겨우 정신을 차린 후, 나는 남자에게 다가가 [괜찮아요?] 라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가까워지면서, [아, 이건 안 되겠어.. 기분 나쁜 일에 얽혀 버렸구나..] 하고 느꼈다.

 


일단 머리의 모습이 이상했다.

직각으로 구부러져서, 오른쪽 머리가 움푹 패여 있었다.

코피도 어마어마하게 흐르고 있었다.

 


50대 전후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저씨였다.

그는 캡슐 호텔의 유카타를 입고 있었기에, 나는 곧바로 호텔에 뛰어들어 직원을 불러냈다.

그 후엔 구급차가 오고, 경찰에게 사정 청취를 받으며 꼬박 2시간은 잡혀 있었다.

 


죽은 이가 캡슐 호텔에서 묵던 사람이라는 게 확실해지고,

3층 창문이 열려 있었다는 게 확인되고나서야 나는 단순한 목격자라는 걸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면허증과 회사 주소를 알려주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4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와서 캡슐 호텔에 들어가봐야 돈만 아깝다는 생각에, 나는 만화카페에서 새우잠이라도 자기로 했다.

하지만 아까 봤던 광경에 눈에 선해,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다.

 


기분 나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그날 밤부터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는 서 있다.

이윽고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가 눈 앞으로 떨어진다.

 


아저씨는 천천히 일어서서, 머리를 좌우로 휙휙 돌리며 내게 다가온다.

도망치려해도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눈 앞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내게 달라붙는다.

 


그리고 그가 달라붙는 그 순간, 나는 아저씨와 함께 깊고 깊은 곳으로 떨어져간다..

그리고 깨어나는 것이다.

 


다시 잠을 청하면 또 같은 꿈을 꾼다.

그런 꿈을 하룻밤에 5, 6번은 족히 꾸는 것이다.

매일 밤 같은 꿈을 꾸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무서움은 곧 익숙해진다.

그것보다 매번 같은 꿈을 꾸기 때문에, 자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지는 게 문제였다.

 


밤에 숙면을 취할 때뿐만이 아니라,

전철 안에서 깜빡 졸 때도 어김 없이 꿈을 꾸기에, 쉴 틈이 없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다음주 수요일이었으리라.

동료가 [오늘 술 한 잔 하자구.] 라고 말을 걸어와, 같이 선술집에 갔다.

 


하루하루 점점 안색이 나빠지는 게 눈에 보여서,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건 아닌가 걱정한 나머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던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매일 같은 악몽을 꿔서 그렇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요새 잠을 영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동료는 [그럼 술이라도 진탕 마셔서 푹 자 버려.] 라며 술을 권했다.

잔뜩 술을 마신 후, 나는 집에 돌아가 죽은 듯이 잤다.

이상하게 꿈도 꾸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매일 저녁, 나는 미친 듯 술을 마셨다.

다음날은 숙취에 시달리지만, 그것 이상으로 꿈을 꾸는 게 싫었다.

 


당연히 그런 생활이 계속되자 일에도 지장이 오게 되었다.

지각도 잦아지고, 영업 도중에 술기운을 빼내기 위해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아졌다.

당연히 상사에게 질책당했기에 그 날은 술을 안 마셨지만, 아니나다를까, 바로 악몽이 찾아왔다.

 


솔직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정신과 진료를 받을까 고민할 무렵이었다.

술을 끊고 1주일 정도 된 어느날, 영업처에 가던 도중 전철에서 그만 졸고 말았다.

 


어두운 공간 속에 혼자 서 있는 나.

또 이 꿈인가 싶었지만, 그 날은 꿈이 좀 달랐다.

 


언제나 휙휙 목을 젓고,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오던 아저씨가,

그날만은 머리를 제끼고 눈을 크게 뜨고서는, 이를 악문 채로 한 발자국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 대신, 입을 벌려 [악! 악!]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거기서,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형씨, 형씨.]

웬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딱 봐도 완고해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나는 혹여나 내가 조는 사이 부딪혀서 화라도 났나 싶어,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를 해버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웃으며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니까 다음 역에서 내리라구.] 라고 말했다.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 당황스러웠지만, 왠지 모르게 [네.] 라고 대답하고, 다음 역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내렸다.

 


역에서 내린 후 영업처에 가야한다는 게 생각났지만, 전화를 걸어 오늘은 못 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저 쪽 가게에서 좀 쉬자구.] 라며, 역 앞에 있는 카페로 쓱 들어가버렸다.

 


나는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채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커피를, 할아버지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점원이 주문을 받고 가자, 갑자기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형씨, 곧 죽을거야. 스스로도 조금은 느끼고 있겠지?]

어째서인지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와, 울면서 [네.] 라고 대답했다.

 


일련의 경위를 이야기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묵묵히 커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할아버지는 [우리 집에 형씨를 데리고 갈거야. 시간이 꽤 걸릴테니 회사에는 조퇴한다고 연락 해 놓으라구.] 라고 말했다.

곧바로 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고 조퇴하기로 했다.

 


카페를 나와,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집까지 갔지만, 할아버지는 입을 꽉 다문채 말 한마디 없었다.

할아버지의 집은 아까 내렸던 역에서 전철로 세 정거장을 가야 나오는 동네 주택가에 있었다.

 


집에 들어가자, 친절해 보이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 후, 일본식 방에 안내되어 차를 받았다.

할아버지는 다른 방에 가 있었지만, 30분 정도 후에 염주와 경전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더니 내 앞에 앉아, 차를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어. 형씨를 지켜온 부적의 힘이 없었더라면 나랑 만나지도 못하고 죽었을거야.]

나는 또 눈물이 나왔다.

 


[나는 말이야, A사라는 절의 둘째 아들이야. 어릴적부터 경문을 외거나 아버지의 흉내를 내며 노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지 않는게 보이게 되더군. 하지만 내 힘은 그리 센 게 아니야.]

할아버지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전철에 형씨가 탔을 때, 꽤 악질인 것에게 사로잡혀 있다는 걸 바로 알았어.

 아마 제대로 상대한다면 나 따위는 금새 빙의당해 살해당하고 말겠지.

 우리 형이라면 어떻게든 해냈을 테지만, 이미 죽은지 한참 된데다 조카놈은 영 시원치 않아.

 그래서 원래는 형씨를 그냥 모른 척 할 생각이었다.]

나는 눈물을 훔쳤다.

 


[형씨는 죽은 그 남자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정말 나쁜 건 그 남자에게 빙의해서 죽여버린 놈이야.

 그 남자가 떨어진 것도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구. 형씨 위에 떨어져서 죽이려 했던거야.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무고한 이들을 죽여서, 힘을 늘려가는 거지.

 누가 됐든 상관 없이 손을 대서, 무차별적으로 죽여버리는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놈이 형씨한테 붙어있수.]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좀 낌새가 이상하더라구. 분명히 악령한테 잡아먹히기 직전이어야 하는데,

 희미하게 뭔가가 그걸 막고 있었어. 그 기척을 찾아보니, 부적이 필사적으로 형씨를 지키려 하고 있더구만.

 하지만 부적의 힘으로도 악령을 막아내는 게 고작이지, 떨어져 죽은 남자의 원한은 신경쓸 겨를이 없던거야.

 그래서 형씨가 그 남자한테 시달린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면 그 이상한 남자를 쫓아내서 악령과 형씨의 인연을 끊어낼 수 있어.

 그 정도라면 나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 싶더구만. 그래서 졸고 있던 형씨를 깨운거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버리는 건 영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지.]

내가 엉엉 울며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 할아버지는 다시 설명했다.

 


[다시 말하자면, 형씨를 잡아채려는 괴물이 있는거야. 필사적으로 형씨에게 손을 뻗고 있지만,

 장애물이 사이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 손도 안 닿아. 하지만 손가락 끝에 형씨가 걸려 있는거야.

 그걸 어떻게든 잡으려는거지. 여기서 장애물이 형씨의 부적이고, 손가락 끝이 꿈에 나오는 죽은 남자라는 거야.

 그러니까 괴물이 장애물을 치우기 전에 손가락 끝을 떼어내고, 형씨를 잘 숨겨두자는거지.

 그렇게 하면 괴물도 포기하고 다른 사냥감을 찾으러 갈테니까. 그 정도라면 내가 할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할아버지는 염주를 들고 2시간 가량 경을 읊었다.

[이제 됐어.] 라고 말한 후, 할아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셨다.

 


[이 염주는 우리 아버지 유품이라 엄청 소중한거지만, 형씨한테 빌려줄게. 절대로 몸에서 떼어놓으면 안 돼.

 염주를 가지고 있으면 괴물놈도 간단히는 형씨를 찾을 수 없을거야. 그리고 괴물이 형씨를 포기했는지 봐야 하니까,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매달 우리집에 찾아오도록 해. 그리고 그 때 그 남자가 죽었던 곳은 두번 다시 가면 안 돼.

 쫓아낸 남자는 아마 거기로 다시 돌아갈거야. 그리고 그 근처에는 분명 괴물이 있겠지.

 그렇게 가까이 가버리면 아무리 염주가 있어도 소용이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있었던 일은, 괴물도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던거지 형씨에게 손을 댄 건 아니야.

 간단하게 빙의해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생각치도 못한 반격을 당해서 형씨는 도망쳐버렸구.

 만약 한 번 놓친 사냥감이 다시 눈 앞에 나타난다면, 그 놈은 도망갈 틈도 주지 않고 형씨를 죽여버릴거야.

 그렇게 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도와주기는 커녕 형씨한테 빙의해서 나까지 죽이러 올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 죽어.

 그러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모든 건 잊어버려. 그게 제일 좋을거야.]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돌아갔다.

 


그 날부터 악몽은 꾸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도 가끔 악몽을 꿀 때는 있다.

하지만 깨어났다 다시 잠을 청하면 편히 잘 수 있고, 그나마도 극히 가끔 있는 일이다.

 


염주는 계속 내가 가지고 있다.

잘 때는 팔에 끼고, 아예 테이프로 칭칭 감아둔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일주일 뒤에는 회사도 그만두었다.

시골로 내려와 작은 회사지만 집 근처에서 일자리도 구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무조건 할아버지네 댁에 찾아갔다.

지난달에, 마침내 할아버지가 이제는 안전할 것이라 말해주셨다.

나는 그간 소중히 지녀왔던 염주를 돌려드렸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할아버지가 만들었다는 염주를 받았다.

테이프로 붙이는 짓까지는 하지 않지만, 지금도 잘 때는 언제나 염주를 끼고 잔다.

이제 더 이상 안 와도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할아버지 댁을 찾아갈 생각이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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