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제 친구가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저희 학교는 지은지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학교 뒤에는 바로 산이 있고, 그 옆에는 절(무당집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이 있으며
앞에는 오래된 동네가 있어 분위기가 으시시했기 때문에 여러 괴담이 돌았습니다.
(한 때 영화 "여고괴담"의 촬영 제의가 들어왔는데 학교 이미지와 면학 분위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중 유명한 괴담으로 "사람이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남자아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졸업한 3학년 선배가 학교 신문에 투고 했던 이야기입니다.
저희 학교는 뒤 쪽에 수돗가가 있고, 도서관과 매점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산과 접해있습니다만 산과 학교 사이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산으로 가는 길은 등산하러 가는 날이 아니면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사람이 왕래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 선배가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 학교 뒷길로 집에 가기 위해 수돗가 쪽으로 올라갈 때였다고 합니다.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산에서 내려오더니
울타리를 뚫고 지나서는 그 선배를 힐끗 돌아보고는 인적이 드문 길로 학교를 향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선배는 너무나 무서워 그 길로 뒤돌아 다른 길로 집에 가 버렸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수학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다들 선생님이 칠판에 써 주신 판서를 조용히 필기하고 있는데
앞 문에서 웬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나타나 선생님을 지나쳐 조용히 걸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실을 한 바퀴 돈 뒤 뒷문으로 다시 나갔다고 합니다.
이상한 것은 그 남자아이가 교실을 돌면서
자신의 옆을 지나쳤음에도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친구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이상하게 여긴 친구는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봤지만,
[무슨 소리야,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복도에서 어린 남자아이와 살짝 스쳤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오곤 합니다.
학교 근처를 떠도는 남자아이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여고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걸까요.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