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무렵, 무척 사이가 좋던 S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개 S네 아파트에 모여서 놀곤 했었습니다.
그 날 역시 S랑 다른 친구 3명이서 함께, 당시 유행하던 게임을 하며 S네 집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놀던 와중, S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당분간 집에서 못 놀거 같아.]
아무래도 근시일 내에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S는 딱히 그걸 도울 생각은 없었는지
이사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밖에서 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날은 S가 어디로 이사가는지에 대해 묻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녁식사 때, 부모님에게 잡담 삼아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조금 신경 쓰이는 말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S가 이사가는 집은 전에 화재로 여러 사람이 죽었던 곳이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그런 일에는 딱히 흥미가 없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소문은 주변에서 무척 유명한 듯 했습니다.
S네 부모님도 모를리가 없을거라며 이상하다는 듯 어머니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뭐, S네 부모님은 겉으로 보기에 무슨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었기에 아마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겠지요.
일부러 그걸 S에게 말할 이유도 없다 싶어, 나는 그 일은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S가 이사한 후에도 변함 없이 S네 집을 찾아가 함께 놀았습니다.
몇 해가 지나, 우리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나는 S와 다른 친구 2명에게 왕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마 별 거 아닌 이유에서였겠지요.
그렇게 따돌림들 당하는 사이, 나는 진심으로 S를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를 한다느니, 죽여버리겠다느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흉흉한 생각을 마음 속에 잔뜩 품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나는 겁쟁이였기에 그런 짓을 실제로 자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사고를 치면 고등학교 가는 데 문제가 생긴다느니 하고 자신에게 애써 둘러대고,
그대로 왕따를 당하면서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과 다른 학교로 진학했고,
잠시나마 여자친구도 사귀는 등 하루하루를 무척 충실히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친구 한 명에게 라인으로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S네 집이 불에 휩싸여 전소해, S네 가족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말도 안되는 농담 하지 말라며 웃어 넘기려했지만, 사실이었습니다.
껄끄러워 오랫동안 가까이하지도 않았던 S네 집 근처에 가보니,
거기에는 정말 불탄 자국만 있을 뿐, 집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터 중심에, 이상한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온 몸에 수많은 붉은 벨트를 감고 있어, 무척 기분 나빴습니다.
여자는 나를 향해 [당신을 위해 태워버린거야.] 라고 말한 뒤 정말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엇이었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진짜로 그 사람이 S네 집을 태웠거나, 혹은 그 전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태워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S가 죽은 건 기뻤지만,
나를 괴롭히던 나머지 2명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 두 사람도 죽는다면, 그 여자는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나는 걸까요.
그게 너무 무섭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그 여자가 단순한 환각이었다고 믿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