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은 항상 거울이 싫었다. 거울을 보면 추악한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밥을 퍼도 될 것 같은 주걱턱에 크게 부각되는 매부리코에 쭉 째진 눈 얍삽해 보이는 가는 입술이 비춰졌다. 마치 만화 속에 나올법한 마귀할멈의 모습을 보는 듯 수진의 외모는 아름다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거울에 비친 역겨운 자신을 모습을 보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항상 혐오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했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수진이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남들을 웃게 만들며 오히려 밝은 모습으로 지내왔었다. 그러던 그녀가 스스로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비관에 빠진 것은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처음 나온 사회는 그녀의 외모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녀는 외모로 인해 수치심을 느꼈다. 남학생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의 외모를 지적하며 비웃었고 여학생들 역시 그에 동조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깔아뭉갰다. 처음 느끼는 당혹스러움에 눈물을 흘리던 그녀에게 동기들은 ‘못생겼으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고작 조금 놀렸다고 질질 짜네.’라고 말하며 그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고 그녀는 그날 이후로 어떤 학과 모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그녀는 점점 혼자만의 세상에 스스로를 가두었고 그녀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인터넷이 되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큼은 그녀도 남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고 그 누구도 그녀의 외모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오히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접을 해주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큼은 아무리 못생긴 그녀일지라도 여왕처럼 행세할 수 있었다.
수진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그 공간에서 만큼은 행복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복 또한 오래가지는 못했다.
***
수진은 어느 때처럼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카페에 접속했다.
그녀는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제일먼저 출석체크란에 이모티콘을 섞어 귀여운 멘트로 자신의 출석을 알리고는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게시물들을 보기 시작했다.
조금 뒤 채팅창이 열렸고 수진은 한참동안 남들과 수다를 떨었다.
인터넷 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수진에게 상당한 재미를 주는 일이었다.
수진은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마치 절친한 친구인양 대하며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었으며 그들의 재미난 일화에 동조하며 웃어주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여성유저인 탓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녀와 대화하기를 원했고 자발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수진은 마치 자신이 대학시절 퀸카들과 같은 레벨의 여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곤했다.
그러나 그러한 수진의 착각을 깨어버리고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게 만들 만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저기 수진님 이 카페에서 활동하신지 꽤 오래되셨는데 얼굴 인증 같은 거는 안하시나요?
수진은 채팅창에 올라온 그 말을 보자마자 굳어버린 듯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대학교의 첫 오리엔테이션이 떠오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수진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상상이 떠오르며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야 시발 내가 저딴 년을 한 번 보겠다고 그동안 보빨을 했나...좆같네 씨발
-ㅋㅋㅋㅋㅋ님아 줮 같이 생기셨는데 왜 인증을 하세요???
-님 저 진심 토할 뻔ㅡㅡ]
벌써부터 엄청난 악플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수진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장시간 수진이 대답을 않고 있자 질문을 했던 사람이 오히려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아 님ㅡㅡ 갑자기 그런 식으로 인증을 요구 하시니까 수진님 당황하셨나봐요
-아...ㅈㅅ 제가 너무 무례했나봄
-ㅇㅇ앞으로 조심하세요 그러나 수진님 나가시면... ㅠㅠ
수진은 그런 그들에게 나중에 인증을 하겠다며 말하고는 채팅방을 나왔다.
나중에 인증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수진은 두려웠다. 다시 예전처럼 놀림감이 될까봐 걱정이 되었고 자신의 못난 얼굴을 보고 실망하여 욕설을 내뱉고 그로인해 상처를 받게 될까봐 무서웠다. 그러나 이대로 잠수를 탄다고 해도 수진에게 희망은 없었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
수진이 생각해낸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여 자신이 그 사람인 척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포토샵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진을 편집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방법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남의 얼굴을 사용하다보면 혹시라도 사진의 주인 본인에게 들킬 수도 있고 다른 포즈의 여러 가지 사진을 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수진은 두 번째 방법으로 사람들을 속이기로 결심했다. 수진은 내친김에 바로 셀카를 하나 찍어 컴퓨터로 사진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자신의 사진이 비춰지자 수진은 또다시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사진은 자신이 봐도 볼품이 없었다.
한참동안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다보니 문득 목구멍을 타고 구토가 넘어왔다. 너무 역겨웠다. 사진 속에서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겠답시고 억지로 밝게 웃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혐오감이 들었다.
구토를 쏟아내고 나자 수진은 서러운 마음과 함께 분노가 치솟았다. 스스로를 못나게 낳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고 그런 부모님을 원망하는 자신이 미웠다. 또 그녀를 단지 외모만으로 판단하며 자신을 방구석으로 몰아넣게 만든 사회가 다른 사람들이 미웠고 그런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예쁜 여자들이 너무나도 미웠다.
수진은 방안에 거울을 부수고 자신의 웃는 모습이 떠있는 모니터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한참동안을 괴성을 지르며 발악을 했다.
그렇게 수진이 자신의 분노를 발산하면 발산할수록 방 밖의 세상에 대한 불신과 원망,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자신과 다른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들에 대한 질투가 미친 듯이 불타올랐다.
“예쁜 것들은 다 죽어야해...!”
어느새 수진의 입에서는 섬뜩한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방안에 깨어진 거울 조각 속에 비춰진 수진의 모습은 온통 질투에 눈이 먼 녹색의 마녀와도 비슷한 모습이 되어 반사되고 있었다.
***
수진이 자주 가는 카페의 사진 게시판에 수진의 이름으로 “얼굴 인증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등록되었다.
게시물을 클릭해 열어보니 굉장한 미녀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흰 피부에 계란형 얼굴, 오똑하게 날이 선 코에 적당히 동그랗고 큰 눈은 마치 별 빛을 담고 있는 듯 반짝거렸고 속눈썹은 길게 내려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듯했다. 그러한 얼굴을 조화롭게 감싸는 웨이브 진 머리카락은 누구라도 ‘아!’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실제로 댓글도 굉장히 폭발적이었다.
-역시!!! 수진님은 굉장한 미인이었군요!!
-ㅠㅠ저 완전 반했어요 우리 카페 여신이세요!!!
-님 신고할게요... 혼인신고욬ㅋㅋㅋㅋ
-헐...쩐다
-헐...쌌다
-ㄴㅋㅋㅋㅋㅋㅋ
수진은 그런 댓글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참동안 자신의 게시물을 보던 수진은 컴퓨터를 껐고 불이 꺼진 모니터에는 여전히 혐오스러운 그녀의 외모가 비춰지고 있었다.
***
수진은 웃으며 자신의 장롱을 열었다.
장롱을 열자 카페 사진 게시판에 올라와있던 여자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테이프로 칭칭 감싸진 채였고 투명한 테이프 사이로 보이는 말라붙은 핏자국과 시퍼런 멍 자국이 그동안 그녀가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수진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을 하고는 덜덜 떨고 있는 여자에게 웃으며 다가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이런! 화장이 번졌잖아...울지마 해치지 않을게...”
그러나 여전히 테이프로 결박된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수진은 아까보다 더 강하게 말하며 울고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세게 움켜쥐었다.
“씨발 년아 뚝 그쳐!!”
머리채를 잡힌 여자가 격렬하게 반항을 하자 수진은 결국 따귀를 강하게 때리면서 다그치기 시작했다.
짜악
“씨발 반반한 년들은 깡따구가 없어!!! 뒤지고 싶어?!”
짜악
“쳐 웃어 씨발년아 질질 짜지말고!!”
짜악
“누가 널 죽인다고 했니? 사진 몇 번만 더 찍고 보내줄 테니까 웃어 이 씨발년아!!”
한참동안 따귀를 때려서인지 테이프로 결박된 여인의 뺨은 빨갛게 변해서 부어올랐고 입술은 다 터져서 피가 보이고 있었다.
수진은 그런 여자의 상태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얼굴에 침을 내뱉고는 중얼거렸다.
“말을 안 들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바로 보내주려고 했는데 상처 낫고 사진 찍을 때 까지는 여기 있어야겠다.”
수진은 이미 눈깔을 뒤집고 쓰러진 여인의 터진 입술에 연고를 대충 발라준 뒤 그녀를 다시 장롱에 가뒀다.
***
카페에는 첫 인증 게시물 이후로도 다양한 사진들이 올라왔다.
그때마다 남성유저들은 환호하며 전보다 더 열렬히 수진을 찬양하고 섬겼고 수진은 매번 만족감에 젖어들었다. 자신의 얼굴도 아닌 얼굴이지만 넷 상에서는 분명히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얼굴은 자신의 소유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수진은 여자가 도망을 갈까봐 그녀의 몸을 결박한 테이프를 절대 풀어주지는 않았다. 또 혹시나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싶어 혀도 잘라버렸다. 그녀는 앞으로 계속해서 수진을 위해서 사진을 찍어주어야만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사진을 올릴수록 점점 수진은 장롱속의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수진은 이제 장롱 속의 여자가 미워서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수진의 생각에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훔쳐간 도둑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진은 결심했다.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에 달아두지 않겠다고
***
테이프로 온 몸을 결박당한 여인 ‘수아’는 갑자기 얼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지금까지 지신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미친년’이 자신의 얼굴에 칼을 가져다 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수아는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으나 테이프로 묶인 탓에 제대로 반항을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어설픈 발버둥 탓에 그녀의 얼굴에 더욱 큰 상처가 생겼을 뿐이었다. 수아는 자신의 볼을 타고 그어지는 칼날의 느낌이 주는 고통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고통마저도 잊게 만든 것은 ‘미친년’의 반응이었다.
“아아악!!!!!”
그 미친년은 마치 자기의 얼굴에 칼이 들어온 듯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면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이 씨발년이!!! 내 얼굴에 흠집을 내??!!”
수아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저 두려움에 떨면서 몸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미친년은 수아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칼을 쥔 채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 눈에는 굉장히 섬뜩한 광기가 서려있었다.
“내 얼굴 내놔!!!”
미친년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높이 들었다.
푸욱-
날카로운 쇠붙이가 수아의 배를 뚫고 들어왔다.
수아는 그 서늘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과 그것이 주는 찢어지는 통증에 머리가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미친년은 수아가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고서 수차례나 칼을 수아의 배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수아의 배를 찢어놓았다.
마침내 수아는 자신의 장기가 갈갈이 찢어지는 통증과 함께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수아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시무시한 광기를 내뿜는 미친년의 ‘붉은 눈’이었다.
***
얼굴 도둑년의 몸에서 힘이 빠지자 수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수진은 천천히 공들여 ‘자신의 얼굴’을 되찾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도둑년은 자신의 얼굴을 훔친 주제에 뭐가 억울한지 죽어서도 눈을 부릅 뜬 채로 수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 가죽이 벗겨진 채 뻘건 속살을 드러낸 도둑년의 추악한 얼굴은 수진을 원망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수진은 그러한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찾은 자신의 얼굴을 꼭 끌어안았다.
곧 수진은 지금까지의 작업보다도 더욱 중요한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
그날 카페에는 수진의 새로운 사진이 업로드 되었다.
인터넷 창에 떠오른 사진 속에는 칼로 인한 상처로 엉망이 된 채로 찢어진 사람의 얼굴 가죽을 스스로의 살에 꿰맨 흉측한 모습의 여자가 어설픈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