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생일 무렵 이야기다.
내가 다녔던 구마모토 대학 주변에는 탓타산이 있었고, 그 산길에는 묘지가 있었다.
당시 나는 학원제 실행 위원회 소속이었기에,
수업이 끝나면 저녁부터 밤 11시 무렵까지 선배와 함께 대학가 주변 식당을 돌며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원제까지 사흘 남은 날 밤이었다.
그 날은 선배와 따로 행동하게 되어, 나는 탓타산 기슭에 있는 R 식당에 협조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묘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묘지 안 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겁쟁이였기에, [저건 잘못 본 걸거야.] 라고 머릿 속으로 되뇌며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다음날,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선배 역시 그 그림자를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선배는 [그건 노파였어.] 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런 이야기를 둘이서 늘어놓고 있자, 곧 다른 녀석들도 흥미를 느꼈는지 끼어들기 시작했다.
원래 실행 위원회에 들어올 정도면 다들 소란스러운 장난을 좋아하기 마련이니..
결국 우리는 그날 밤 그 묘지로 향해 담력시험을 하게 되었다.
밤 11시, 우리는 6명이서 그 묘지까지 손전등을 들고 올라갔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거기에는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그 때까지는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던 다른 녀석들도 그 모습을 보고 말을 잃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확실히 노파였다.
하지만 왜 묘지에 있는거지?
우리는 부자연스럽지 않게 어디까지나 등산을 하러온 것처럼
묘지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노파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희들, 나를 보러 왔냐? 귀신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겨우 같이 온 녀석들 중 한 명이 [죄송합니다!] 라고 새된 목소리로 사과할 뿐이었다.
노파는 한동안 우리에게 설교를 늘어놓았다.
[나는 말이야, 작년에 남편을 잃었어..
너희들이 학원제랍시고 잔뜩 들떠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서 우리 남편을 치고 도망쳤다고!]
노파는 울먹이는 소리로 우리를 향해 고함쳤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노파는 계속해서 말했다.
[딱 지금 정도 시간이야, 남편이 죽은 건.. 그 후로 남편이 매일 꿈에 나와서는
'그 산을 지나가는 놈들은 죄다 저주해 죽여버릴거다' 라고 말하고 있어.
그래서 나는 남편이 무덤에서 나오지 못하게, 이렇게 학원제 전에 무덤을 지키고 있는거야.]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