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할머니 이야기 9(후)

데브야니 작성일 15.06.23 15: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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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집을 더 터시고야 그제사 시장으로 향하셨어요.

 

 

 

그리고 가신 곳이 군용품 파는 곳.

 

 

거기서 야전 침대라고 아시나요?

 

 

 

군용 간이 침대.

 

 

그거 하나 사시고 담요도 두어장 사시고 배달 시키시고

 

 

이불집에 가서 베게랑 두꺼운 이불도 하나 사시고 요도 한장 사시고요.

 

 

 

 

전파사 들려 중고지만 작은 티비도 하나 사시고요.

 

 

 

그걸로 그 가게에 아줌마 방을 꾸미셨어요.

 

 

다 꾸미시고는 아줌마를 그리 데려 오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거기까지 오셔서는 쭈삣 쭈삣 하셨어요.

 

 

 

아마 하도 괄시를 받다보니 어딘가 집안엔 들어가면 안된다고 의식이 박혀 있었나 봐요.

 

 

 

 

할머니는 괜찮타고 억지로 잡아 끄시어 가게로 들어와선,

 

 

 

어떻노? 가정집만 하겠나만 그래도 여기면 편히 쉴만 할끼다.

 

 

 

 

이제 장마도 곧 올낀데 거기서 비 맞고 그라지 말고 깜깜해 지면 여기로 와서 자거라 하시며

 

 

이 침대 니꺼다, 한번 누워 보거라 하셨고 아줌마를 누이셨습니다.

 

 

 

 

그리고 손수 이불을 덮어 주시며,

 

 

비 오는 날 추우면 이 두꺼운 이불 덮고 더울 때는 이 담요 덮고 자래이~ 불은 킬줄 아나? 하시며

 

 

손수 불을 키셨다 끄셨다 하시며 어두워지면 불 꼭 키라시고 한번 시켜 보시고,

 

 

 

 

이번엔 테레비는 킬줄 아나? 한번 해 보그래이 하셨고 아주머니는 티비를 키셨어요.

 

 

 

잘 하네......밥에 심심하다고 돌아 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와서 테레비도 보고 쉬그라....알았제?

 

 

 

 

하셨고 아주머니 용하게도 알아 들었는지 헤벌레 웃으시며 좋아 하셨습니다.

 

 

 

휴!~~~ 할매도 한시름 놓으셨습니다.

 

 

 

그냥 그 아줌마를 두셨으면 할매 성격에 걱정하다가 병 생기셨을 껍니다.

 

 

 

 

 

그리고는 아픈데 어디 나가지 말고 여기서 쉬거라 하시고는

 

 

절 데리고 나오셔선 바로 앞에 있는 식당으로 가셨습니다.

 

 

 

길 건너가 바로 식당 이었거든요.

 

 

그리고는 그 식당 주인에게 말하셨죠.

 

 

 

 

........................그래가 앞으로 저 앞집 가게에서 살꺼니까, 집에 들어와가 불 켜지면 따뜻한 밥,저녁 한끼라도 먹게

 

 

매일 가져다 주소, 오늘은 아프니까 놔두고 내일 부터 가져다 주소. 셈은 내 미리 한달치 드리고 매달 선불로 드릴테니

 

 

미친 여자라고 그냥 아무거나 막 주지 말고 좋은 일 한다고 생각 하시고 맛난거 많이 좀 챙겨 주이소.

 

 

 

 

이러시면서 한달치 밥값을 선불로 주시고는 절 데리고 그 공터로 다시 가셔선 아까 아줌마가 먹은 그릇 챙기셔서

 

 

그 집에 다시 가셨습니다.

 

 

 

 

급한 맘이 이제 다 가라 앉으셨는데 그때야 겨우 제가 맘 편히 따라 갈만 하더이다.

 

 

광꽁꽝....

 

 

누구....?

 

 

내다......

 

 

또 우당탕 뛰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이미 그 날 영업을 접으신 아주머니가 나오시자 그릇을 내미시더니,

 

 

고맙데이.....갸 ㅇㅇ보살네 딸린 가게에 앞으로 지내게 되었다.

 

 

니 이따 미음 한번 더해가 갸 좀 먹이거라 하셨고 아줌마는 공손하게 네~~~~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에 비가 내려서 더 뿌듯하셨을 겁니다.

 

 

 

비 오네? 갸 거기 그리 두고 왔으면 맴 편하지 않아 우얄뻔 했노? 하시면서요.

 

 

 

 

그리곤 할매는 장에 갈적마다 아줌마를 만났습니다.

 

 

아줌마는 장날이면 할매가 오실 때까지 버스 정류장에 나오셔서 일찍부터 기다리셨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고,

 

 

늦은 가을 어느 날 할머니 집에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그 아줌마를 아주 집으로 데리고 들어 오신거죠.

 

 

 

할매는 아줌마에게 앞으로 여가 너거 집이다 생각하고 지내거래이.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나도 좋으니까,

 

 

 

겨울 동안만 이라도 이곳에서 나랑 지내자.

 

 

거는 이제 추버서 못잔데이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줌마는 할매집에서 겨울을 나게 되셨어요.

 

 

 

우리 엄마가 할매한테 한 소리 했다가 혼꾸녕이 나셨죠.

 

 

 

아즈매!!~~~ 우쟈자고 저 여잘 데려 오셨는교?

 

 

지금까지 해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우쨜라고예?~~~

 

 

 

 

할매가 벌컥 화를 내셨습니다.

 

 

 

뭐라꼬? 이 몬땐 가시나가 뭐라꼬 씨비려쌌노?

 

 

가시나야!! 내가 니 한테 쌀을 달라 카더나? 밥을 해 내라 카더나?

 

 

남는 방 하나 주고 내 먹는 밥상에 수저 한벌 밥 한공기만 더 푸면 되는긴데....

 

 

먹여도 내가 먹이고 재워도 내가 재운다. 이 엉디에 뿔날 X아!!!!

 

 

 

참..아즈매도 아 듣는데......지는 아즈매 힘 드실까봐....

 

 

챠라 가스나야!!!

 

 

 

 

데헷 ㅋㅋㅋㅋ 내 그럴줄 알았네.....할매한테 그렇게 말하면 혼날꺼 어린 내도 알겠더만....엄마 바보!!!

 

 

 

 

아주머니가 할매집에 오시고 다음 날 놀러 가보니 왠 이쁜 아줌마가.....

 

 

데려 오신 날 할매가 목욕도 싹 시키고 옷도 이쁘게 새옷 사 입히셔서 못 알아봤어요.

 

 

와!!!! 저렇게 멀쩡하신 아줌마가.........

 

 

 

그리고는 저랑 아줌마를 데리고 시내 나가셔선 아줌마 머리를 미장원서 단정히 깍이시고

 

 

제 머리도 잘라 주시고....

 

 

 

아무도 아줌마를 몰라 보더군요.

 

 

아이고 할매 오늘은 며느님도 같이 나오셨나보네예? 하고 말들 하더군요.

 

 

 

그렇게 할머니 집에서 지내기 시작 했는데 한 날은 저랑 마루에 앉아 화단에서 꽃 구경 하시는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 보시더니 한숨을 푹 쉬시며,

 

 

 

전생에 뭔 죄를 그리 크게 졌길래 저리 큰 고통을 받노? 하셨어요.

 

 

 

그러시고는 혼잣말로 그래....니는 미쳐가 사는기 그나마 다행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 않느냐? 하시는 겁니다.

 

 

 

 

전 깜짝 놀랐어요.

 

 

할매 그게 뭔 소린데예 ? 했어요.

 

 

 

좋아는 안 비제? 지금 아줌마 옆에는 아기 귀신이 3명이나 붙어 있단다. 하셨어요.

 

 

그러시며 정신이 온전치 못하니 크게 영향 받진 않을꺼다 하셨죠.

 

 

 

전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며 할매가 쫓아 버릴수 있잖냐고 했어요.

 

 

할매는 고개를 흔드시며 엄마가 좋아 곁에 있는 애들을 어찌 내가 쫓아 버리냐 하셨어요.

 

 

 

전,

 

 

그래도 귀신이 가면 아줌마가 다시 멀쩡해 지실수도 있잖냐고 했더니,

 

 

할매는 그래서 더 쫓으면 안되는기다 라고 뜻 모를 얘길 하셨고

 

 

멀뚱거리며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제게,

 

 

 

좋아야! 사람에게는 견딜수 있는 고통의 한계란게 있는 법이란다.

 

 

아줌마는 그 한계를 넘는 고통을 받아 미친거데이.

 

 

 

아마 아줌마가 다시 정신이 돌아오면 며칠 못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끼다. 하셨어요.

 

 

자살을 하신다니,

 

 

 

할매의 보살핌을 받으시자 아줌마는 눈에 띄게 안정이 되어 갔습니다.

 

 

미친 사람 이라고 항상 미쳐 있는게 아니란걸 알게 되었어요.

 

 

 

어느 날 아줌마의 정신이 유난히 맑은 날이 였어요.

 

 

할머니를 쳐다 보시더니 감사해요 하는 겁니다.

 

 

 

 

얼마나 놀랐다구요.

 

 

전 아주머니가 말 못하는 벙어린줄 알았거든요.

 

 

 

 

아주머니는 할머니 은혜는 저승 가서도 잊지 못할꺼라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리고는 아줌마 얘기를 하셨어요.

 

 

 

 

아줌마는 그냥 평범한 가정의 주부 였다고 해요.

 

 

 

남편도 자기에게 잘 해주고 아이도 두명이 있고

 

 

그 당시에 뱃속에 애기도 하나 있던 단란한 가정 이었답니다.

 

 

 

단지, 집이 가난했기에 남편도 일을 하지만 자신도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아줌마 공장 월급날 이었답니다.

 

 

그 날은 끝나고선 월급도 받았으니 애들 옷이나 한벌씩 사주겠다는 생각에 시장에 가셔서

 

 

예쁜 애들 옷 2벌을 사시고 곧 태어날 애기 옷도 한벌 사셔선

 

 

즐겁게 집으로 돌아 오던 길이었다고 해요.

 

 

 

 

집에 거의 도착하자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아줌마를 발견 하고는 막 뛰어 오시더랍니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인사를 했는데 그 동네 분은 사색이 되어선 아주머니께 그러더래요.

 

 

 

어디 갔었어? 공장에 연락하니 퇴근 했다더만........애들, 애들이.........

 

 

 

 

아주머니는 직감적으로 뭔가 큰일이 난걸 아시고는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 가셨대요.

 

 

그런데 작지만 편히 쉬던 집은 시커멓게 불에 타 있고,

 

 

애들은 소방서서 와서 구조해 나왔을 땐 이미 질식해서 둘 다 죽어 있었답니다.

 

 

 

아줌마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으셨는데 그만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을......

 

 

 

 

 

그리고 미쳐 버리신거죠.

 

 

남편 분은 처음엔 아줌마를 보살피셨지만 점점 사이가 멀어졌대요.

 

 

 

아이들도 다 잃고 아줌마는 미쳐 버렸으니 무슨 집에 미련이 있었겠어요.

 

 

어느 날 아저씨는 미친 아줌마만 놔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시고

 

 

아줌만 혼자 떠돌다 상주까지 흘러 들어 오신거죠.

 

 

 

 

그 얘기 하시더니 늘 소중히 가지고 다니시던 보따리를 푸셨는데

 

 

거기엔 잡동사니들과 또 다른 보따리가 하나 있었어요.

 

 

 

그 보따리를 풀자 소중히 지니고 다니신 깨끗한 애들 옷이 들어 있었고

 

 

유일하게 애들을 추억할수 있는 물건이라며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것만은 꼭 가지고 다나게 된다시며

 

 

통곡을 하셨습니다.

 

 

 

할머니 무릎에 얼굴을 뭍고는 애처럽게 우시고 할머니 그래 그랬구먼 하시며 아주머니 등을 토닥여 주셨어요.

 

 

그 날 애들은 엄마가 늦게 오자 지들끼리 뭘 해먹겠다고 불을 붙인게 화재의 원인 이었답니다.

 

 

 

 

아주머니는 그 날 옷만 사러가지 않았어도 애들이 그리 죽지는 않았을거라며,

 

 

아니, 좀만 빨리 왔어도 애들이랑 함께 죽기라도 할수 있었을 꺼라며 우셨고,

 

 

전 옆에서 아줌마가 빨리 다시 미치시길 바랬어요.

 

 

 

다행인지 맑은 정신은 오래 가지 못하더군요.

 

 

그리고 아줌마가 왜 나만 보면 자꾸 만지려 하시는지도 알았어요.

 

 

아주머니가 그 날 우리 애도 살았으면 좋아만 할껀데....하셨거든요.

 

 

그 전에는 아줌마가 만지려 하면 정말 싫어 했는데

 

 

그 이후론 아주머니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아주머닌 할매 집에서 겨울을 보내시고는 봄에 다시 가출을 하셨습니다.

 

 

날도 풀리고 아주머니는 다시 시내에 있던 가게로 가셨기에

 

 

할매도 굳이 데리고 오려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봄은 그렇게 아줌마의 가출과 좋아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갑자기 할매가 쓸쓸해 지셨어요.

 

 

그래서 전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더 열심히 할매랑 놀아 드렸죠.

 

 

 

집은 잠만 자는 곳 일뿐 거의 모든 시간을 할매랑 같이 했고 할머니는 장날이면

 

 

장에 가셔서 아줌마를 돌봐 주셨어요.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면 데리고 오셔서 함께 지내시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초등학교 3학년때 일 이었죠.

 

 

그 해엔 아주머니의 가출이 좀 빨랐어요.

 

 

 

그리고 그 소중히 간직하던 보퉁이도 두신채 나가셨어요.

 

 

할머니는 보퉁이를 가지고 아줌마를 찾아 가셨는데,

 

 

그 가게엘 들어 오지 않았다고 해요.

 

 

 

하루 종일 찾아 다니시고는 못 만나고 오셨다네요.

 

 

다행히 전날 시장서 돌아다니는 걸 보신 분들이 있어 무사하심만 확인 하셨죠.

 

 

 

그리고 꽃샘 추위가 찾아 왔어요.

 

 

그해의 꽃샘 추위는 정말 지독하게 추웠어요.

 

 

 

방학때라 집에 있었는데

 

 

하루종일 할매가 걱정하시다 아줌마께 다녀 오셨는데 또 못 만났나 보더군요.

 

 

오셔서는 이 추분데 야가 오데갔노? 하시고 걱정을 하셨어요.

 

 

 

그 추운 밤이 지나고 다음 날 낮엔 햇살이 유난히도 따뜻 했어요.

 

 

 

오랜만에 봄 바람이라 할매랑 마루에 앉아 콩을 고르고 있었어요.

 

 

 

 

도란도란 얘길 나누며 콩을 고르는데,

 

 

갑자기 할매가 무슨 기척을 느끼셨는지 대문쪽을 무심코 보시다가 놀란 눈으로 벌떡 일어서셨어요.

 

 

 

그러시더니 입도 눈도 손까지 떠셨죠.

 

 

기운이 빠지시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셨고 그바람에 콩들이 막 흩날리고.

 

 

 

그러시더니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 하셨어요.

 

 

우리 철혈의 할매가요.

 

 

 

기어이......기어이 일이 이리 되었구먼 하시고는 애들이 엄마 마중 나왔구먼!

 

 

그래....이제사 자네 얼굴이 편안해 보이네 그려. 하시고는

 

 

지금 가는겐가? 하시며 우시면서 웃으셨습니다.

 

 

 

 

그러시고는 먼 길 가는데 배고파 가면 저승서도 허기를 못 면하는 법이네.

 

 

마지막으로 내 밥 한끼 잡숫고 가시게나 하시고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시곤 부엌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전 어쩔줄 몰랐어요.

 

 

제 눈엔 아무것도 안보이니까요.

 

 

 

 

그때 뭔가가 내 볼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엄청 따뜻한.....

 

 

 

할매는 새로 밥을 하시면서 저를 부르셨어요.

 

 

 

좋아야! 우유는 없을테고...집에 혹시 분유 있냐? 하셨어요.

 

 

 

저희 동네 구멍가게에 우유같은 사치품은 없었거든요.

 

 

 

전 얼마전 다녀간 작은 외숙모가 ㅇㅇ이(그때 갓난 아기 였던 외사촌 여동생) 먹이고 놔두고 가신거 있어요! 했더니

 

 

잘 됐다! 엄마한테 우유 한잔 타 달라 해서 가져와라 하셨고,

 

 

전 집에 가서 우유를 타왔더니 마침 할매가 밥상을 들고 나오셨어요.

 

 

 

밥이 3공기 수저가 3벌 그리고 반찬들......

 

 

할매는 제가 가지고온 우유도 밥상에 놓으시고는

 

 

어여들 먹어, 많이 먹어 하며 쳐다 보셨어요.

 

 

 

 

한참을 쳐다보시더니 아이구 내 정신 좀 보게 하시더니 안방으로 들어가셨어요.

 

 

그리고 한 손엔 아줌마 보따리를,

 

 

한손엔 깨끗한 옷 한벌을 들고 나오셨죠.

 

 

 

그 옷,

 

 

저도 잘 아는 옷 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하시면서 시간 날때마다 한번씩 꺼내 보시고 쓰다듬으시던 옷,

 

 

할머니가 저승 가실 떄 입고 가실 꺼라며 아끼시던 수의 한벌 이었습니다.

 

 

제게 내 혹시 못 입고 죽거들랑 꼭 이옷 입혀줘야 한다고 말하거래이 하시며

 

 

신신당부 하셨던 옷이죠.

 

 

 

그리고는 마치 아줌마 앞에 자랑하듯 펼쳐 보이시며 윽수로 곱제?

 

 

니 한테 선물로 주꾸마, 이거 입고 가거래이 저승시왕께서도 곱게 하고온 아를 더 좋아 하신대이 하며

 

 

웃으시더니 마당에서 불을 붙이셨어요.

 

 

 

보퉁이에서 아이들 옷도 꺼내 차례로 태우시더니

 

 

그래, 정말 곱대이!~~~~ 이제 가그라.

 

 

 

이승에 아무 미련도 두지 말고 뒤도 돌아 보지말고 바삐 저승까지 한달음에 달려 가거래이!~~하셨고

 

 

아주머니가 떠나시는 듯 할머니 눈길이 마루에서 마당으로 그리고 대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인사를 하시는지 어서가란 손짓을 하시다가 손을 흔들어 주시더군요.

 

 

저도 옆에서 할매 손을 꼭 붙들고 한손을 흔들었습니다.

 

 

아줌마! 빠빠이!~~~~

 

 

 

그러시고는 할머니는 크게 손을 드시고 내리시며 가슴에 모으시고는 계속 극락왕생하소서 극락 왕생 하소서 하고

 

 

한참을 축원을 하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상을 대충 치우시고 콩도 치우시고는

 

 

 

좋아야, 할미가 오늘 좀 많이 피곤타. 오늘은 그만 집에 가거라 하시고는

 

 

안방으로 들어 가셨고 전 어쩔줄 몰라 마당에 잠시 서 있었는데,

 

 

방으로 들어가신 할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셨습니다.

 

 

 

 

불쌍해서 우야노!~~~ 불쌍해서 우야노!~~~ 가여운것, 불쌍한 것! 하시면서.....

 

 

 

 

다음 날 할매가 오늘도 많이 슬퍼하시면 어쩌나 하고 가봤더니,

 

 

밤새 맘을 추스리셨는지 다시 철혈의 할매로 돌아 오셨더군요.

 

 

 

 

그리고 몇일 뒤 저는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일어난 일을 얘기 하느라 바뻤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하는 소리에 제 귀를 의심했죠.

 

 

 

애들아! 너거들 그 소식 들었나?

 

 

 

시장 돌아다니던 그 미친 아줌마 안있나?

 

 

 

 

전 아는 사람 얘기라 귀가 솔깃 해졌어요.

 

 

 

 

 

지난 달에 억수로 추분 날 안 있었나?

 

 

그 날 그 아줌마 우리 동네 짚단 쌓아둔데서 자다가 얼어 죽었다 아이가.....

 

 

 그후에 그 얘길 집에와서 할머니께 해드렸어요.
 

그 친구 동네도 알려드리고요.
 

할매는 그 동네로 당장 가셔서는 그 동네 사람들에게 아줌마가 모셔진 곳을 알아 오시고
 

무슨 무연고 공동 묘진가에 모셔져 있던 그분 묘도 다녀 오시고 그 아주머니 49제도 손수 치뤄 주셨고
 

할매 돌아 가시는 해까지 기일도 꼬박 꼬박 챙겨 주셨어요.        

 

 

 

 

 

 

 

 

 

 

 

 

 

 

 

 

 

 

 

 

 

출처 : 루리웹

 

글쓴이 : 백두부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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