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어릴 적부터 꿈을 꾸면 보게 되는 광경이 있다.
다리 건너 보이는 오솔길, 그 너머에는 낡은 신사가 있다.
오솔길을 걸으면 발밑의 자갈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나무로 된 신사 앞 기둥문과 인기척 없는 신사에는
자갈 소리와 강물 소리가 들려와 거기에 있으면 어쩐지 무척 행복한 기분이 된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난 후, 나는 스스로를 분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 그런 꿈을 이끌어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아기일 무렵 이혼해, 나는 아버지와 같이 자라났다.
생후 6개월 무렵에 이혼을 해서, 나는 고모 밑에서 1달 차이로 태어난 사촌 여동생과 같이 자랐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난동을 피우는 사람이었지만,
시골인데다 장남의 권위가 어마어마하던 시절이라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고, 술병으로 얻어맞는 일도 허다했다.
그랬기에 꿈에서 나오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경치는,
누군가의 보호를 원하는 생각에서 나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했다.
신이 머무는 신사를 그리며, 나를 지켜줄 신을 구하면서..
그런데 내가 사회인이 되자마자, 고모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내게 알리지 말라고 했던 듯 했지만, 고모가 몰래 알려주신 것이었다.
이미 장례식까지 다 끝난 듯 했지만,
어머니에 대해 마지막으로 알 수 있을 기회라는 생각에, 나는 어머니의 고향인 도호쿠로 향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사진을 봤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외할머니와도 처음 만났지만, 그립다는 생각보다는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사진을 처음 보자마자 "아, 어머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날은 어머니의 고향집에서 묵게 되었다.
저녁 무렵, 외할머니가 권해 같이 인근에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본 적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강이 흐르고 그 너머에 한 줄기 뻗어있는 오솔길..
그리고 저 너머에 꿈에서 몇번이고 보아온 신사가 있었다.
놀라 외할머니에게 묻자,
어머니는 첫 출산이기에 고향으로 내려와 나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이 신사 주변에 산책을 왔었다고 했다.
내가 그 마을에 있었던 건 생후 2개월까지일 뿐,
그 후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은 없었다.
6개월째 될 무렵에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찍힌 사진 한 장 남김없이 내다버렸다.
생후 2개월 된 아기는 대개 시력도 완전치 못할 터이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그 신사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정말로 기이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거기를 걸으면 귀에 익은 자갈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 앞에는 오래된 신사가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진이나 외할머니 얼굴을 보고서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던 나였지만,
어째서일까, 그 신사를 걸으면서 엉엉 울고 말았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