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그냥 제 어릴적, 아무것도 모르던 순딩이 시절 겪었던 순도 100프로 실화 입니다. 물론 아주~ 아주~~ 오래전 일이라 제가 어디까지 디테일하게 기억해 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실제 겪었던 일 그대로 기억 나는 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주 옛날 옛날, 롱롱 타임 어고우...... 그러니까 제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십대 초반 대딩 시절에, 신촌에 '보스'라는 락카페가 처음 생겼습니다. 당시 어찌나 파격적인 신문물 이었던지, 서울에 좀 논다 하는 논다니 들은 그쪽으로 다 모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응사에서 보셨던 '스페이스' 라는 곳도 실은 보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그대로 벤치 마킹 했던 곳 이었죠.
여하간, 그날 친구와 보스라는 곳에서 "오메, 이렇게 싸고 물좋은데가 다 있당가. 나이트도 아닌데 술먹다 춤을 춰도 된다네." 라는 뻘소리를 작렬 시키며 술을 마시고 있는데, 저희 맞은편 쪽으로 앉아 있던 여자 세명이 단연코 눈에 띄입니다.
한명은 이미지가 홍콩배우 서기와 비슷했어요. 그런데 당시 심혜진씨가 몸에 딱 달라붙는 탱크탑을 입고 코카콜라 씨에프를 찍어서 대박을 친적이 있는데 그 여자가 그 옷을 입고 있더군요. 강렬한 눈매에 긴 파마머리를 하고. 그때 코카콜라녀를 보고 넋이 나갔습니다.
또 한명은 캐쥬얼 정장을 입었는데, 이미지가 최화정씨를 닮았고. 단언컨데 그녀가 최화정씨보다 훨씬더 매력이 있었습니다. 정말 하얀 얼굴이 기억에 남는 군요.
또 한명은 타이트한 청바지에 흰티를 입었었는데 그녀도 다른 두명이 너무 튀어서 그렇지 결코 평범한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웬지 술마시면서 그녀들에게 자꾸 눈이 갔어요. 저도 남자인지라. 그날 술마시면서 남자들 대 여섯팀이 그녀들에게 들이댔다가 대차게 개까이던걸 봤습니다. 저희 자리와 그녀들 자리가 홀중앙에 둥그렇게 만들어진 빠형태 테이블 이었는데, 이 자리가 홀 중앙 위치에 조명이 밝게 쏘고 있어서 다른 테이블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였거든요. 남자들이 대쉬했다가 까이는 걸 보고 '졸라 쪽팔리겠다' 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정말 냉정하게 거절하더군요, 아주 차가운 얼굴로.
그러나 저러나 뭐, 그때 제가 이십대 초반 이었는데 그 시기에 저는 숫기도 없고 정말 순진할때라 그저, 미인들 얼굴 구경만 하며 친구와 신나게 술이나 먹고 있었죠. '와, 또 까이네 ㅋㅋ 저런 애들은 재벌 2세 정도 되야 놀아 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말이죠. 실제 술마시며 친구와 그 얘기도 했어요. "저런 애들은 어떤 애들이랑 놀까" 라고 제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이 기엇 나는 군요.
그날따라 친구 녀석이 술이 땡기는지 저는 일찍 일어 나고 싶은데 연신 피쳐를 시켜 댑니다. 저는 컨디션도 별로라 일찍 파해 집에가서 빨리 씻고 자고 싶었는데 말이죠. 또 피쳐를 시켜대는 친구 녀석에게 '야,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이거 먹고 일어 나는 거야' 라는 말을 하던 상황인데, 웬일인지 자꾸 그 코카콜라녀와 눈이 계속 마주 칩니다. 처음에는 코카콜라 녀와 눈이 자주 마주치네, 라고 생각 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최화정 녀와 도 눈이 자주 마주 치는 거예요.
속으로 '야, 오늘은 정말 일진이 좋은 날 이구나. 저런 미인들과 이렇게 시선도 마주치는 자리에 앉고' 라는 주접을 속으로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여자분들이 서로 몇마디 말을 주고 받더니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 더군요. 코카콜라녀는 일어나서 화장실쪽으로 가고. 그런데 갑자기 최화정 녀가 제쪽으로 걸어 오는 거예요. 아니, 화장실 방향도 아니고 입구도 반대쪽인데 왜 이쪽으로 걸어 오는걸까? 라고 생각 하고 있는데 어? 어? 어? 설마? 설마? 하는데 정말로 그녀가 제 눈을 보며 걸어 오는 거예요. 그러더니 제 옆에 똭 다가 옵니다. 그러더니 제 귀에다 대고 그러 더군요.
"저기요, 제 친구가 웃는 얼굴 인상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 차 한잔 같이 하고 싶다네요. 저희 지금 나갈 거거든요. 입구에서 십분간 기다릴게요. 십분안에 안나오시면 저희 그냥 가구요." 라고 하더니 뒤돌아 서서 셋이 입구로 나갑니다. 살면서 피가 갑자기 꺼꾸로 확 돌아 가는 느낌은 그날 처음 받았던것 같습니다. 와, 정말 기분 황홀 하더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이야기는 100프로 실화 입니다 ㅋ) 주위 사람들도 다 저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게 느껴질 정돕니다. 제 앞에 있던
제 친구가 놀란 토끼눈이 되서 벙찐체 저를 바라 보며 묻습니다.
"야....야.....저 여자가 뭐....뭐...뭐래"
"어? 어.....나가서 차 한잔 할수 있냐는데? 어떡할래?" 속으로는 저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흥분 제어가 안되는데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 친구 녀석에게 물었습니다. "이 멍충아 빨리 일어나. 뭘 물어 보고 있어." 라더니, 남겨진 오징어를 재빨리 지 주머니에 꾸겨 넣고 달려 나갑니다. 저도 버려둔채. (이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놈이라)
입구로 나가니 셋이 뭔가 깔깔거리며 저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근처 커피숖으로 가서 다섯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코카콜라녀가 자기가 처음 부터 계속 저를 쳐다 봤는데 몰랐냐고 물어 봅니다. 그 정도 쳐다 봤으면 와서 남자가 말 걸어야 되는거 아니냐, 이런식으로 말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몰랐다. 미안하다. (윙?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저희와 동갑 이더군요. 옆에 있는 제 친구 입이 찢어져라 귀에 걸려서는 희희덕 거리고 있고.
그런데 저는 사실 좀 심드렁 했어요. 솔직히 제가 잘생기도 않았거니와 (개인적으로 제 친구 보다는 낫다고 생각 하지만ㅋ) 제가 무슨 매력이 있다고 애네가 이러나 싶은 마음도 들고..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애들이 너무 잘났어요. 가뜩이나 외모로도 너무 튀는 애들이라 저랑 어울리지 않는구나 생각 했는데,
그 와중에 학벌도 최화정은 에스여대........... (이때만 해도 아 좋은 학교 다니시네요. 라고 말할 마음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코카콜라는 에스대.....(히익~) 청바지는 대전에 케이대....(이쯤되면 할말이 아예 없어 지더군요)
이거 뭐, 그때 당시에 그런 얘기를 듣고 여유롭게 "하하, 공부들 참 잘하셨나봐요" 라고 말할 호연지기가 제가 없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아 쫄린다. 괜히 나왔네. 빨리 헤어지고 집에가서 씻고 자고싶다' 라는 찌질함만 가득했죠. 거기다 집들도 다들 굉장히 부유해서 그 잠깐 얘기하는 와중에도 저와 격차가 너무 심하게 나더군요. 지금은 그런 외부적인 요소따위 신경 안쓰고 대화할정도의 능구렁이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그게 안됐었나 봐요. 저는 급속도로 흥미를 잃어 버리고 묵묵히 커피만 마시고 있었습니다. 대화는 여자들 끼리 다하고, 제친구는 옆에서 신나서 맞장구 쳐주고.
거기다 막상 밖에서 대화를 해보니, 애들 셋이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크고 주위 신경을 안쓰는지, 나중에 카페 사람들이 다 저희 테이블을 쳐다 봅니다. 별것 아닌 얘긴데 지네끼리 크게 웃고, 테이블 두드리고. 사실 처음 카페 들어 올때 남자들 시선이 얘네들한테 다 쏠린것 까지는 좋았는데, (생각해 보자면 셋이 연예인 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튀는 애들 이라) 소란 스러운 걸로 시선을 끌게 되니 자꾸 창피해 집니다. 그때열시반정도 된 시간 이었는데 제 친구녀석이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술한자 더 하자 라고 말하니 여자들도 '그럴까?' 라며 자기들 끼리 의견을 맞춰 봅니다.
저는 슬슬 짜증도 나고 졸립기도 하고 해서 말했어요. "그럼 적당히들 드시다 가세요. 저는 집에 빨리 들어가 봐야 해서 먼저 일어 날게요" 라고 말하니 여자애 들도 그럼 자기들도 집에 가겠다고 일어 서더군요. 옆에 앉아 있던 제 친구 눈에서 갑자기 저를 향한 살기가.......;;;
여튼, 그래서 나와서 서로 집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 졌습니다. 핸드폰이 없을때라. 그날 집에 가면서 친구 녀석한테 어찌나 욕을 먹었던지. 그러면서 연신 '넌 누가 마음에 드냐, 난 코카콜라가 마음에 드는데 청바지나 최화정도 좋다는둥' 너무 설레발을 치길래 제가 그랬죠. 난 상관 없으니까 니가 셋다 가지라고.
이게 뭐,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어야 관심도 갈텐데 개네들은 저와 너무 다른 세상에 사는듯한 사람들처럼 느껴졌거든요. 솔직히 집에 오는 내내 든 생각이 저렇게 예쁜애들한테 '헌팅' 이라는 걸 당해봐서 기분 좋기는 한데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만 내내 하다가 결국. 그래, 재네들 시력이 너무 안좋거나, 조명이 너무 어두웠나 보다 라고 결론 내려 버렸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그래 나중에 크게 실망 시키느니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빨리 실망 시키고 내 갈길 가자' 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연락할 생각도 없이 다음날 부터 제 할일 하고 지냈죠. 그때 방학이라 학원도 가고 알바도 하고. 나중에 들은 얘긴데 제 친구 녀석은 다음날 부터 그 세사람한테 전화기에 불이 나게 전화를 해댔더군요.
2. 여전히 저는 학원갔다, 알바 갔다가,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때 였습니다. 그 여자 애들은 그냥 하루 좋은 경험 했다 셈 치고 잊혀져 가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집에 들어 갔더니 누나가 말합니다. "야, 날날이 (집에서 항상 불리던 별명 이었습니다.) 너 요즘 날마다 너 찾는 여자 전화 온다. 누구냐?" "여자? 글쎄. 학교 친구인가 보지 뭐."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아니, 처음 듣는 목소리던데. 요 며칠 계속 전화 왔었는데, 누구냐고 물어봐도 나중에 자기가 다시 한다고 말만 하네. 너 오늘 몇시에 오냐고 묻길래 열시쯤 늦어도 전화 하라 그랬어. 이따 열시에 전화오면 이가 받아" 라고 얘기 합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그녀중에 누군가 전화를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안했습니다. 친구 녀석 말이 자기가 계속 전화를 해도 다들 바쁘다는 핑계만 대고 통화를 제대로 못했다고 했거든요. 저는 '그럼 그렇지. 그냥 그날 장난 이었나 보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정말 밤 정각 열시에 전화가 와서 제가 받았더니 코카 콜라녀 였습니다.
"너 왜 나한테 전화 안해?" (첫날 동갑이라 서로 말 놓기로 했었습니다.) "어? 아... 그...그게 요즘 학원이니 알바니 바빠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으니 당황 스럽더군요. "내일 토요일 인데 내일도 알바해?" "내일? 아..내일. 내일은 내 친구 휴가 나와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한잔 하기로 했는데." "그래? 그럼 몇시에 끝날지도 모르겠네?" "어. 그러게. 제일 친한녀석 첫 휴가라. 언제 끝날지는 나도 잘......' "그래. 그럼 뭐 어쩔수 없지. 그런데 친구들 어디서 만나?" 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대답 했습니다. "신촌에서 여섯시쯤 만나서, 형제갈비 갈거 같은데." "그래. 그럼 그 전에도 시간이 안되고?" 라고 묻더군요. "응. 오전에는 좀 해야 할게 있어서" 라고 얼버무렸 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어쩔수 없지뭐. 알았어" 라고 대답 하더니 순순히 전화를 끊더군요.
2편으로=================================
더 전개시키고 1편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너무 졸리네요. 이번 글 쓰면서 느낀건데, 와, 남들은 살면서 이런 경험 한번 해볼까 말까 한다던데, 나는 도대체 얼마나 주접을 떨고 빨빨거리며 싸돌아 다녔길래 인생이 이런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벽보고 잠시 반성을 시간을 가져 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