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봐줘요!!

유로니모스 작성일 15.07.30 1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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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봐달다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의 제목입니다.

 

십여년 전 돌아가신 제 외삼촌께 들은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외삼촌의 시점에서 글을 진행하고자 하오니, 존대글을 쓰지 못하는 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예전 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동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만, 문득 기억이 나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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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이 월남에 있었을 때야. (월남 참전용사셨습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몇 주 후면 우리부대도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었지.

 

우리는 아무 긴장도 하지 않은 채 후방으로 철수를 하고 있는 중이었어.

 

도중에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는거야.

 

무언가 하고 총을 움켜쥐며 돌아서는데, 왼쪽 허벅지가 뜨끔 하더라고.

 

불에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 그래. 삼촌이 그때 총에 맞은거야.

 

너무 아파서 난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어.

 

눈 앞이 서서히 하얘지는 게, 정신을 잃는 중이라는 걸 느꼈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무슨 타는 냄새에 삼촌은 정신을 차렸어.

 

다리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지. 일어설 힘도 없었어.

 

우리 부대원들이 다 서서 날 바라보고 있더라고.

 

"이 새.끼! ~ 이제 괜찮아~ 걱정하지마~"

 

"다행이야...아프지 않냐?"

 

선임들은 웃으면서 다행이라는 듯 한마디씩 내게 던졌지.

 

그때도 저격병이란 건 있었거든. 아마 날 노리고 쐈었는데 실패한 모양이야. 어쨌든 다행이었지.

 

그런데 문득 부대원들 뒤를 보니 저 멀리에

 

웬 말을 탄 순경이 한명 있는거야. 일제시대 순사옷을 입은 듯한 순경이. 허리춤에는 칼도 차고 있더라고.

 

베트남 전장에 왜 저런 차림의 순경이, 그것도 말을 타고 다니나 했어. 그 와중에도 나는 궁금했지.

 

그런데 그 순경이 내쪽을 향해 말을 몰고 다가오는거야. 터벅 터벅. 말굽 소리를 내면서 말야.

 

더 이상한건 순경이 부대원들 사이를 지나칠 때마다 그 부대원들이 몸을 반대방향으로 틀더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우린 후방으로 가는 중이었어. 반대로 가면 다시 전장이야.

 

어쨌든 그 순경이 나한테까지 왔어. 말 위에서 푹 눌러쓴 순사모자 사이로 날 노려보더라고.

 

그 때 갑자기 나를 제일 챙겨주던 선임이 순경 다리춤을 붙잡더니,

 

"얘는 봐주세요, 예? 좀 봐주세요 좀!" 이러면서 소리를 치는거야.

 

그랬더니 순경이 말없이 허리춤에 칼집을 빼더니 칼집 끝으로

 

총에 맞은 내 허벅지를 쿡 쿡 찌르는거야. 헌데 이상하게 아프지가 않았어.

 

한참을 찔러보던 순경이 입을 작게 열더니

 

"에이~ 에이~ 에이~ 이어애이리애애해~"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매우 웅얼거렸답니다.)

 

그때, 삼촌은 그 순경의 입 속을 똑똑히 봤어.

 

너무 이상한게, 이빨도 안보이고, 잇몸도 안보이고, 그냥 입 속에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냥 시커멓게 보였어. 무슨 동굴처럼......

 

선임이 다시한번 큰 소리로 애원을 하더라. 제발 얘는 한번만 봐달라고.

 

그랬더니 그 순경이 침을 탁 뱉으면서 돌아서더래. 그리곤 전장 방향으로 말을 타고 가더라는거야.

 

그런데 몸을 틀었던 부대원들이 정방향으로 (전장쪽으로) 순경을 따라 가더라? 전부 다 말야.

 

그리고 마지막에 그 선임이 나한테 웃으면서 말을 하더라.

 

"씨~~발, 야! OOO이! (외삼촌 존함) 넌 임마 천천히 와라~!"

 

"그리고 말야 ~~~~~~~ (무슨 내용을 말하는건지 기억이 안나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뛰어가는거야. 난 선임을 불러보려 애썼지만 이상하게 입이 안벌어지는거야.

 

이상하게 눈물만 나더라고. 하염없이. 그리고 다시 잠들었어.

 

난 다시 알콜 냄새에 눈을 떴어.

 

눈 앞에는 의사 간호사가 날 쳐다보면서 소리를 치더라고.

 

"이 양반, 목숨 진짜 질기구만!! 정말 다행이오!"

 

...................

 

삼촌이 저격수에게 총을 맞은게 아냐.

 

우리가 지나갔던 그 마을에 베트공 부대 잔당이 매복해 있었고,

 

긴장을 풀고 그 곳을 지나가던 우리들을 따발총으로 그냥 갈긴거야.

 

부대원 21명 중에 살아남은 건 나 하나 뿐이었어.

 

다...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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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의 부대원들을 학살한 베트공들은 때마침 폭격을 진행하고 있던 미군 전투기가 지나가면서

 

그들 또한 모두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한국군들이 모두 죽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공중에서 무차별 사격을 했다고 하네요.

 

마을 사람들도 모조리 사격을 당했답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난사를 했는데도 쓰러져 있던 삼촌은 처음에 허벅지에 맞은 총상을 제외하고는

 

단 한발의 총알도 더 이상 맞지 않으셨다는 거죠.

 

몇 시간 후 생존자를 확인하려 온 후방 본대원들에게 발견되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촌이 완쾌된 후 들었던 말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이었답니다.

 

허벅지에 있는 대혈관을 관통당해 출혈이 매우 심했다.

 

지혈도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몇 시간동안 피를 엄청나게 흘렸는데 어떻게 목숨이 붙어 있었느냐.

 

뭐 이런 말들이었다네요.

 

삼촌이 무사히 고향에 도착하여 어머니께 (저에겐 외할머니) 그 얘기를 해드렸답니다.

 

그 말을 들으신 외할머니께서 통곡을 하시면서

 

"야이놈아~ 이놈아~ 테레비에서처럼 검은 옷 입고 갓 쓰고 댕기는 것이 저승사자가 아니야~~

 

원래 사자는 군복이나 순경옷 입고 말타고 댕기는게 사자야 이놈아~~

 

너 죽다 살아난거야!"

 

외삼촌은 순간 싸늘해졌다가 이내 눈물이 나셨답니다.

 

사지에 함께 있었던 부대원들이 다 죽었는데 자기 혼자 살아남은게 너무 미안해서요.

 

시간이 흘러 월남 참전용사들의 시신이 국군묘지에 안치된 다음날,

 

외삼촌은 저승사자의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던 선임분의 아들 사진을

 

그 분 묘비에 붙여주셨답니다.

 

누구보다도 멋지게, 열심히 사셨던 외삼촌,

 

이제 그분들과 즐겁게 함께 지내시고 계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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