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은 또다시 기어나왔다.

유로니모스 작성일 08.05.06 15: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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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서운 글터에 군대 시절 에피소드가 많이 있더군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절친한 동기녀석이 겪었던 소름끼치는 실화를 적어보겠습니다.

 

동기의 시점에서 글을 진행하고자 하오니, 존대글을 쓰지 못하는 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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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가 있던 부대는 민통선 부근의 화기중대였다.

 

다른 민통선 주변 부대들이 그렇듯이, 작은 동산 입구 쯤 되는 장소에 병사(내무실이 있는 건물)가 위치해 있었다.

 

그곳 중대원들은 주로 민통선 출입을 통제하는 검문소에 근무를 섰는데,

 

병사에서 검문소를 가는 길은 약 100미터의 논길이었고, 길 왼쪽에는 말 그대로 논이 있고 오른쪽에는 잡초밭이었다.

 

"그때가 새벽 3시였나? 어쨌든 한참 새벽 시간이었어."

 

병장이었던 동기는 늘 그랬던 것처럼 느릿느릿 근무 준비를 하고, 초병 후임과 담배를 한 대 빨아제낀 다음

 

검문소에 도착해 전 근무자들을 밀어주었다.

 

한 쪽 귀에는 소형 라디오에 연결된 이어폰을 꼽고 이런저런 낙서를 하면서 동기녀석은 검문소 바리케이트에 앉아있었다.

 

그 때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ㅇㅇㅇ (암구어)"

 

느닷없이 들리는 외침에 동기녀석이 깜짝 놀라 초병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뭐야! 뭔데!"

 

"해...해병님! 저기...진입로(병사에서 검문소까지 연결되어 있는 논길)에 누가 서있습니다!"

 

......

 

분명히 무언가 서 있다!

 

젠장. 두렵기도 하지만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 병장이 아닌가!

 

"씨 발 ! 뭔데 !"

 

엑스반도에 붙어있는 랜턴을 빼들고 무언가가 서 있는 곳으로 불을 비추었다.

 

"피...필...승..."

 

뭐...뭐야?

 

그곳에 서서 경례한 놈은 바로 일주일 전에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이었다.

 

"이런 * 새끼가! 야! 너 여기 왜 기어쳐나왔어!!"

 

"나...나도 몰라요..."

 

몰라요? 진짜 완전 개념 자체가 없는 새끼가 아닌가.

 

동기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 자리에서 그녀석을 조지지 않고 내무실로 돌아가 자기가 근무철수할 때까지

 

꼴아박고 있으라 했다. 병사입구까지 비척비척 걸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동기는 상황실로 전화를 했다.

 

"야! 너 씨 발 상황실 근무 똑바로 안서! ~~~~~(상황설명) 그새끼 내무실에 들어가서 잘 하고있는지 확인 똑바로 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동기는 담배를 한 대 물고 근무철수 한 후 그 녀석을 어떻게 조질 지 궁리하고 있었다.

 

근무철수 15분 전.

 

초병이 또 무언가를 말했다.

 

"해병님...저어기...저기 또..."

 

희미한 물체가 다시 진입로 입구 쪽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녀석이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진입로를 걸어가다가 잠깐 걸음을 멈추더니, 갑자기 잡초밭 쪽으로 뛰어내렸다!

 

개 새 끼. 완전 돌았구만. 탈영하겠다는 거야 뭐야...

 

"야 따라와. 근무고 뭐고 저 새끼 좀 조져야겠다."

 

동기는 초병과 함께 잡초밭 쪽으로 뛰어갔다.

 

이병 녀석은 등을 보인 채 웅크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하는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인 채...

 

"나와 새 꺄. 빨리 안나와!"

 

호통을 치며 랜턴을 비추었는데.

 

불빛에 보인 녀석의 모습은.

 

눈 흰자를 까뒤집은 채 수도꼭지에서 물을 튼 마냥 입에서는 침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손에는 엄청난 양의 잡초가 잡혀 있었다. 손톱이 까져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리 많은 잡초를 뽑았는지...실로 귀신의 모습이었다.

 

"허억..." 동기와 초병은 순간 할 말을 잊고 얼어붙었다.

 

"나!! 나아아아아아아!!!!!!  대...대대장!!! 대대장님이!!!!!!!!!!!! 잡초 잡초 뽑으라고!! 그랬습니다!!!!!!!!!!!!!!!!!"

 

이병녀석은 눈을 까뒤집은 채 히죽대며 소리쳤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 헤헤하하핫!! 빨리! 빨리! 빨리 뽑는다! 실시!! 빨리! 빨리!!"

 

이병녀석은 동기가 있는 쪽을 돌아본 채, 여전히 눈을 까뒤집은 채 손으로는 앞에 있는 잡초를 뽑아댔다...

 

손톱이 다 까지고 풀에 긁혀 상처가 나면서...

 

"야! 빨리! 상황실 뛰어가서 애들 불러!!"

 

초병은 상황실로 뛰어갔고, 동기는 충격에 휩싸인 채 이병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아까 저 밖에서부터 뽑으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못갔잖아 씨이발놈아."

 

이병이 잡초뽑는 것을 순간 멈추고 일어나서 동기에게 똑똑히 말했다.

 

이게...진짜...* 놈이구나...

 

"너도 같이 뽑아. 빨리!"

 

"야...너 가만히 있어...대갈통 부셔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어 임마!"

 

순간 이병은 피에 젖은 손으로 동기의 목을 조르려고 뛰어들었고, 재빨리 동기는 녀석을 자빠뜨리고 발로 목을 짓눌렀다.

 

그 때 상황실에서 병력들이 뛰어나왔고, 사태가 수습되었다.

 

다음날 간부들은 회의 끝에 이병녀석을 수통(수도통합병원)에 보내기로 결정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기로 하였다. 녀석은 다음날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상태였다고 한다.

 

물론 간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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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가 있던 중대원들은 그놈이 일부러 병원에 있기 위해 미 친 척을 했다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두 달 후 수통에서 들려왔던 이야기는,

 

그 녀석이 밤에 혼자 어디서 구했는지 휘발류를 온 몸에 뿌리고 병실에 들어와

 

히죽히죽 웃으며 분신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숨을 건졌지만, 양 팔이 가슴에 붙은 채로 불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새끼...다 나 때문이라고 했어...시이발...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동기는 아직도 술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그 이병은 미쳤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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