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천 5백만년전 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
이 충돌로 인해 지구상의 75%에 해당하는 생물체가 24시간안에 소멸해버렸다.
1억 년이 넘도록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도 이 대재앙으로 인한 멸종을 피할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소행성 그리고 단 하루 만에 지구의 생태계가 변해버린 것이다.
이 대격변을 우리는 KT 멸종이라고 부른다.
소행성 충돌의 파괴력은 지구 역사상 일어난 재앙 중 단연 최고이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그리고 충돌 후 지구의 상황은 어떨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소행성 충돌 직후부터 새로운 생태계가 다시 조성될 때까지 일어난 일들을 알아보자.
백악기 후기에는 공룡뿐만 아니라 작은 포유류를 비롯해 바다에도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6천5백만 년 전 어느 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소행성 하나가 6만 4천 km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소행성의 크기는 직경 10km로 워싱턴 D.C 만한 크기였다.
< 워싱턴 D.C >
이 소행성의 높이는 해수면을 뚫고 9천m상공까지 이르렀으며 무게는 대략 1조 톤이었다.
거대한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했다.
소행성의 충돌위치는 오랫동안 논란거리였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이 산출해낸 충돌지 중심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가장자리인 칙술루브다.
< 칙술루브의 위치 >
충돌과 함께 최초의 섬광이 번뜩였다.
이 섬광은 에너지와 열이 방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간적으로 번뜩인 섬광은 멀리 떨어져 있던 공룡들의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력했다.
섬광과 동시에 발생한 열은 절대 온도 5천도에 이르를 만큼 뜨거웠다.
이 열기로 인해 소행성은 충돌한지 채 1초가 되기 전에 기체로 변환됐다.
충돌과 함께 음속보다 10배 더 빠른 충격파가 물리적 파편보다 먼저 퍼져나갔다.
< 충격파 >
초속 19km로 퍼져나간 충격파는 대기를 움직이고 공기를 압축시켰다.
충격파의 폭발력은 160km 내의 모든 생물체를 10초 안에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리적 파편이 닿기도 전에 충격파 범위 안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충격파뿐만 아니라 음속폭음도 널리 퍼져나갔다.
이 음속폭음은 수십 미터를 떨어져 있어도 고막을 파열시키고 폐조직을 손상시킬 만큼 강력했다.
현재 소행성 충돌과 가장 비슷한 인공 폭발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원자폭탄이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보유한 원자폭탄을 동시에 터트려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폭발이 만배는 더 강력하다.
< 원자폭탄 폭발 >
30도의 낮은 각도로 동남쪽에서 떨어진 소행성은 수십억 리터의 바닷물을 0.01초 만에 증발시켰다.
그리고 태양의 온도와 비슷한 4000~50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증기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30도의 낮은 충돌각도 때문에 과열된 수증기와 증발된 암석은 시속 6만5천km가 넘는 속도로 앞으로 튕겨져 나와 돌진했다.
그 초점은 북아메리카로 향했으며 이 진로 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파괴됐다.
쏘아져나간 분출물들은 60초 만에 멕시코만을 가로질러 육지에 떨어졌다.
< 멕시코 만 >
육지에 떨어진 고온의 파편들은 그 크기가 건물 한채만 했으며 그 양은 그랜드캐년을 36번 채웠을 정도였다.
무수히 많은 파편들이 비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의 충격파와 고온 파편으로 파괴된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그 범위는 검은색 띠를 이루고 있는 암석층인 KT경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KT경계층엔 소행성이나 운석에서 발견되는 이리듐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농축되어있다. 이것은 소행성 충돌의 중요한 증거이다.
< KT 경계 >
KT경계는 전 지구상에서 발견된다. 즉 충돌의 여파가 지구의 반대편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 한번 알아보자.
칙술루브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높이 90m의 해수면이 사방에 벽을 이루며 솟구쳤다.
소행성 충돌 1분 30초 후 해수면이 떨어져 내리면서
바다 한가운데 뚫린 깊이 28km, 직경 112km의 크레이터 속으로 수십억 리터의 바닷물이 빨려 들어갔다.
< 크레이터 : 소행성이나 운석 충돌로 생긴 구덩이 >
밀려드는 바닷물들이 크레이터 중앙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약 38km 높이의 물기둥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기둥이 치솟았다 쏟아져 내리면서 강력한 해일을 사방으로 퍼지게 했다.
< 소행성에 의한 해일 생성과정 >
이때 생긴 해일의 높이는 무려 300m에 달한다.
이 규모라면 멕시코 연안에서 내륙 300km까지 모든 것을 물에 잠기게 할 수 있다.
( 보통 해일은 해저 지진에 의해 해저 바닥이 융기되면서 바닷물을 움직여 일어난다. 그 높이 최대 12m )
이것은 단지 대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파괴는 충돌 5분 후 생겨난 지진파로 시작됐다.
이 지진파는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지구 전체를 돌며 강도 10~12의 엄청난 지진을 발생시켰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진은 역사상 최악의 지진보다 3천배는 더 강력했다. 이런 강력한 지진은 다시 해일을 몰고 왔다.
소행성 충돌 직후 부터 일어난 거대한 해일, 대규모의 지진, 그에 따른 산사태가 이어졌지만 공룡을 멸종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소행성 충돌 40분 후 크레이터에서 나온 분출물들이 성층권을 뚫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중 10%의 분출물 파편들은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나머지 90%는 곧 새로운 대 참사를 불러왔다.
대부분의 파편들이 중력에 의해 다시 지구로 떨어져 내렸다.
1조억 개에 달하는 고온의 파편들이 몇 시간 동안 쏟아져내리면서 공룡처럼 커다란 육상동물들을 구워버렸다.
1억 년이 넘도록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 공룡의 멸종 >
소행성 충돌 10시간 후 전 지구는 불길에 휩싸였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들이 공룡과 같은 운명을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열폭풍은 지구 표면의 온도를 섭씨 816도까지 상승시켰다.
하지만 지표면에서 10cm~25cm밑 지하는 섭씨 41도~35도까지만 상승했다. 이것은 생존 가능한 온도였다.
작은 포유류와 파충류, 양서류들이 지금처럼 그 당시에도 땅속에서 생활했으며 굴을 파서 동면하거나 여름을 나기도 했다.
또한 열은 물속에서 빠르게 식어가면서 물속 생명체들을 생존 가능하게 했다.
생지옥의 상황에서도 흙과 물이 동식물들을 보호해줬던 것이다.
재앙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었거나 이미 지하에서 살았던 동식물은 소행성 충돌로부터 살아남을수 있었다.
그러나 대재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 지구를 뒤덮은 화마로 인해 수십억 톤의 그을음이 하늘을 어둠으로 뒤덮었다.
그을음이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는 데는 몇 달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그동안 그을음은 햇빛을 차단해 극심한 지구 냉각을 유발했다.
약 6개월 동안 지구 대부분이 얼어붙었다. 이런 추위에도 생명체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 신진대사를 느리게 만들어 적게 먹어도 생존 가능, 또는 동명 상태로 겨울을 지냄 )
어둠과 추위는 먹이사슬을 철저히 붕괴시켰다. 바로 광합성을 막으므로써 식물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명체들이 살아남았을까?
사실 먹이는 충분했다. 바로 공룡이라는 거대한 육고기가 지구 전체에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는 굶어죽었을 것이다. 살아남은 일부는 죽은 고기를 먹으면서 버터 냈다.
그을음과 함께 화학물질이 대기를 오염시켰다.
이런 화학물질은 오존층을 파괴하여 극심한 산성비를 내리게 했을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도 방출되었다.
이때 방출된 온실가스는 3천 년 동안 석유와 가스를 태울 수 있는 양이었다.
곧 추위가 가고 극심한 온난화 현상이 시작됐다. 지구의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수천 년이 걸렸다.
소행성 충돌로 살아남은 극히 일부분의 동식물들은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며 생존해나갔다.
KT경계를 살펴보면 경계 위론 공룡의 흔적이 없다.
즉 공룡이 지배하던 생태계에서 소행성 충돌이란 대격변을 겪으면서 작은 동물이 지배하는 생태계로 바뀐 것이다.
이런 생태계의 변화를 두고 볼 때 소행성 충돌은 역사상 가장 큰 사건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살펴본 소행성 충돌을 과거에 일어난 참사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 지구가 속해있는 우주에는 많은 소행성, 유성, 혜성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소행성들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절대 0%가 아니다. 공룡을 멸종시킨 대재앙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