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무실에서 나이 지긋하신 선배님하고 한참 일에 열중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사무실은 **동에 있었던 비교적 신축 건물이였고, 싼값에 임대해서 사용하였습니다.
그때 같이 일하시는 선배님은 집이 부천이셔서 가끔 일이 늦어지면 사무실에서 주무시곤 하셨는데, 어느날 저한테 [너 혹시 여직원 뽑는다고 광고 냈었냐?] 라고 뜨끔없이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럴 여유가 안되었기에 [제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런 일이 합니까?]라며 그런 일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선배님께서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밤샘작업 마치고 자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깨우더라...?"
선배님은 [혹시 면접보러온 아가씨인가?] 하곤 당시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깊은 잠이 들었을때만 그 여자가 나타나서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가위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분명 어께를 툭툭치며 [일어나세요] 라는 갸날픈 목소리... 분명 건드리는 느낌은 분명 사람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허나 [좀 그렇다, 면접 보러온 아가씨가 새벽에 올리가 만무하지] 라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시는 선배님. 그 선배님이 나이가 40대 이셨고, 성격이 좀 남자다우신 분이시라, 귀신이나 가위같은건 [애들 장난] 이나 [신체가 허약해서 보이는 헛것]으로 치부해 버리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그런 선배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니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분명 어제 밤샘하시고 주무신다던 선배가 안보이시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 이야기도 있어서 약간 불안해졌었지만, 거래처에 약속이 있어서 지하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안 보이시던 선배님께서 선배님 차에서 주무시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선배님, 왜 거기 계시는 거에요?] 하지만 선배님께선 이유를 말씀해주시지 않고, 대충 말을 얼버무리셨습니다. 그후로 며칠동안 선배님이 차에서 주무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밤에 제가 퇴근하면 재빨리 저를 따라 나오시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알수 없어 궁금증이 더해만 갔습니다.
그리고 시간 흘러... 얼마 전, 그 선배 형수님의 생일날이 되서야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배의 말로는 당시에 그 여자가 계속 나타났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주무시려고 쇼파에 누으면. 바로 옆 아니면 발밑에서 누군가가 왔다갔다 하고. 잠이들면 다시 툭툭치며 깨우고...
전 왜 그런 이야기 안하셨냐? 라고 화를 냈지만 선배님은 [니 첫 사무실인데 내가 재수없는소리하면 안돼쟎냐] 라며 제가 사무실을 빼고 없는돈에 고생할까봐 참으셨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그 사무실에서 더 있었으면 큰일날뻔 했노라며.. 사무실 잘 뺐다고 더 좋은곳에 얻을꺼라고 위로해주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귀신?!]이 점점 영악해졌다는겁니다. 아침에 사무실에 올라와보면[차에서 주무시니] 쇼파에 어제까지만해도 잘 개어 놓은 이불이 펼쳐져있고, 어떤날은 커피포트의 물이 몽땅 없어져있더랍니다.
그보다도 선배가 가장 놀랐었던건, 새벽에 일하는 도중 갑지기 귓가에 사람이 소근소근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마치 바로 옆에서 누가 말하는 것처럼. 물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여하튼 선배가 절 이렇게 생각해주는걸 참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배한테 그럼 이야기를 하시고 우리집에서 주무시지 왜 차에서 주무셨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선배님은.
"자식! 남자가 가오가 있지. 그깐 귀신에 쫒겨서, 니네집 가서 자냐?"
저도 대뜸 응수를 했죠. [아~ 그래서 차에서 주무셨구랴~ 흐흐흐]
여하튼 지금 생각해보면 애들 장난같은 일이고 그 선배가 뭔가 착각했을수도 있지만, 지금도 가끔 밤샘작업하면 그 선배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