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이후로 쭉 혼자 잤던 저입니다만, 가끔 괜히 기분이 이상하거나 할 때면 안방에서 엄마와 같이 자곤 합니다. 그 날도 아빠가 계시긴 했지만, 마침 아빠가 늦게까지 거실에서 TV를 보시기에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안방에서 금새 잠들어버렸습니다. 깊은 잠을 자는 편도 아닌데 그날따라 아주 푹 말이죠...
그렇게 푹 잠들었었는데, 갑자기 공기가 싸늘해졌습니다. 문 쪽으로 보고 자서 그런가, 하고 눈을 떴는데 역시나 문이 약간 열려있었고. 일어나긴 귀찮은데 닫을까 말까 ...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몸을 아주 약간 방안으로 들이밀고 멀뚱히 서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만 해도 아빠일 줄 알았습니다.[아빠가 자주 그런 장난을 즐기십니다;] 그래서 잠결에 [뭐하노, 문 닫고 들어와서 자라. 춥다]라고 하고는 그냥 누워버렸는데, 멀뚱히 계속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왠지 짜증나서 아빠 뭐하시는 거에요? 라며 벌떡 일어났는데, 갑자기 나가버렸습니다. 뭐하시는 걸까 라며 혼자 궁시렁대며 일어나서 바닥에 내려섰습니다만, 무언가 물컹한걸 밟고는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내려다보니 아빠가 바닥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때야 퍼뜩 생각이 났습니다. 아빠가 겨울엔 춥다고 바닥에 이불 깔고 주무신다는 게. 이윽고 전 온 몸이 오싹해져서는 얼른 문이나 닫자, 하고 문으로 손을 뻗었는데 문도 이미 닫혀있었습니다. 그것도 빈틈도 없이 꽉. 그리곤 문 열어볼 용기도 없이 그대로 후다닥 다시 기어 올라가 눈 꼭 감고 잤습니다.
하필 또 방문 바로 옆에 전신거울이 있는 구조라, 뭐가 비칠지 상상조차 안 되었습니다. 절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대체 누구였는지...
[추신] 물론 가족은 절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