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H중에 재학중이었고, 그날은 환경미화심사로 인한 준비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하필이면 미화부장이었기에, 사소한 일들을 해야 했습니다. 부직포로 시간표를 만들거나 집에서 풀로 빳빳하게 만든 교탁보를 씌우는 일들을.
그 날 남았던 친구는 저, 종성, 상원. 저희는 열심히 환경미화심사를 위해 작업을 했고, 어느새 해는 기울어 주변이 어두워졌기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복도에 나갔을 때 저희들은 그 어두움이 너무나 무서웠고... 솔직히 고백하면 몹시 창피스럽지만, 남자 셋이 손을 잡고 걸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교실 쪽으로 제가 있었고, 가운데 상원이가, 그리고 창쪽에 종성이가. 이렇게 셋이서 손을 잡고 나란히 일렬로 걷고 있었습니다만, 갑자기 창문으로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게 아래층 교무실의 불빛이 위로 비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습니다만...
갑자기 종성이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들은 무서워졌고, 전 종성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는데, 무섭게도 교무실의 불빛이 저희를 쫒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불빛은 뿌연 구름이나 안개 같았고, 정확하게 종성이의 옆에 위치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끼~~익~~]
그 소리는 흡사 못으로 유리를 긁는 소리... 분필로 칠판을 긁는... 그런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계속하여 저희를 따라왔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걷는 종성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 역시 빨리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종성이를 쳐다봤을때, 전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고, 지금도 그 때를 회상하면 오싹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머리만 있는 하얀 여자의 얼굴이 종성이를 노려보면서, 이빨로 유리를 긁으며, 종성이를 쫓아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전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어떻게 학교를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학교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빠져나왔을때 종성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난 죽을 거야...]
그러고서는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 굿한거 알지? 내 동생이 아파서 했던거야. 어제 밤에 무당이 꿈에 나오더라. 네 동생의 병은 고칠 수 없다고, 동생을 데려가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래서 나를 대신 데려가겠다고 했지. 너 봤지? 아까 내 옆에 있던 여자...]
[응 봤어.]
[그 여자가 바로 무당이었어.]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동안 어느새 저희 집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종성이와 헤어지려는데, 종성이가 너무 측은하기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애와 함께 자기로 마음먹었고... 종성이 집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막 들었을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종성이가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옆에 자고 있는 제 친구 보이시죠? 저 대신 저 애를 데려가세요]
전 너무너무 무서웠고, 바로 그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친구와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종성이의 집은 한차례 더 굿을 했고,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불행한 일은 나와 그 녀석과의 우정이 끝나버린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