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께서 처녀때 겪으신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께서 사시던 동네에 아주 빼어나게 잘 생긴 총각이 살았는데, 아랫동네의 할머니 친구분께서 짝사랑을 하셨다고 합니다.
친구분께선 고민고민하다가, 어느날 용기를 내서 사랑을 고백했습니다만, 혼자만의 사랑으로 끝나버려서 결국 목을 매고 자살하셨습니다.
그 일은 동네에 한동안 이슈가 되어 동네를 굉장히 떠들썩했습니다만, 역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해의 정월 보름날.
매년마다 보름날 저녁이 되면 윗 동네, 아랫 동네 구분할 것 없이 서로 어울리면서 밥과 나물을 먹곤 하셨답니다. 그 해에도 역시 사람들은 이웃 동네로 놀러 가곤 했는데, 젊은 사람 몇 명이 산을 넘어 가는 도중에 어떤 여자가 산길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보름날이지만, 한 밤중에 여자 혼자 이런 데 있으면 안되니, [뭐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여자는 [나도 아랫 마을로 밥서리하러 가는데, 친구들하고 떨어져서 여기 앉아있었어] 라고 했고, 모두들 그런가보다 하고는 지나쳐왔습니다만, 일행의 한 명이 말했습니다.
[아, 아까... 그얘 여름에 목매 죽은 얘잖아?]
모두들 그 소리를 듣고서야 겁이 덜컥 나서 도망치는데, 문득 누군가 안 보였답니다. 바로 목 매어 죽은 친구분이 짝사랑했던 청년이었습니다.
청년들은 기겁을 하고는 도망쳤고, 아랫동네 어른들까지 모시고 찾아 나셨는데, 결국 그 청년은 그 처자가 목 매어 죽은 나무 아래서 발견했답니다.
하지만 그 청년이 반쯤 혼이 나갔던지, 아무 것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무당을 불러 굿도 하고 했습니다만... 결국 반 미치광이가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