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흉가에 관련된 얘기는 아니지만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이라 끄적여볼까 합니다.
때는 10년도 더 되었네요. 군대를 제대하고 음식 장사를 해볼까 해서 지인분 소개로 전통음식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식당 특성상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퇴근 후 버스를 타고 가려면 꽤 먼 거리를 걸어가야 했죠
마감시간이 밤10시다 보니 항상 깊은 밤 길을 걸어나와야 했는데
지친 몸을 위로하던 퇴근 길이 그날 사건 이 후 공포스런 시간이 되어버렸지요. .
사건 당일 날도 늦은 정리를 마치고 퇴근하던 길이 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후미진 장소에 위치한 식당이라 주변은 가로등도 드문 드문 들어서 있고 주위에는 논 밭, 문닫은 허름한 공장 뿐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저만 덩그라니 서있었고요
배차 시간이 20분정도 되었는데 평소처럼 별 생각없이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장쪽에서 시티백 하나가 다가오는 겁니다. 운전자는 붉은 헬멧을 쓰고 있었고, 옷차림은 남루했죠.
털털털 낡은 시티백을 천천히 제 옆에 대더군요
전 누굴 마중나왔나 보다 별 생각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니
헬멧으로 가려져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절 쳐다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뭔가 껄끄러운 기분과 함께 온몸이 소름이 돋았습니다.
뭐 기분탓이려니 외면하려고 해도 헬멧남자는 여전히 제쪽으로 몸을 돌려 절 응시하고 있었고.(시간이 갈 수록 확신이들었습니다.)
1분이 정말 한시간처럼 느껴지더군요. .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헬멧남자가 뒷자리에 있던 박스에서 (피자배달부들이 뒤에 달고 다니는 박스통)뒤적 뒤적 뭘 찾기 시작하더군요
그 뒤적거리는 소리에 저도 혼비백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큰 돌이 있길래 얼른 주어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이때부터는 공포보다 침착해지더군요.당시 제가 왜소해보여도 이제 막 군대 제대하여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너 죽고 나죽는거다 라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었는데, . 그 과정동안 남자는 오른손에 무언갈 쥐고 있더군요.
맙소사. 망치였습니다.
막상 흉기를 보니 방금 전 다잡았던 각오는 또 다시 공포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두다리가 후덜거리고 세상이 노래지더군요.
헬멧남자는 망치를 든 채 꼼짝 하지 않고 절 지켜보았고 전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기동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아 돌을 든채 엉거주춤 서로 대치만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도 제가 돌을 들고 있으니 섣불리 손을 쓰지는 못하더군요.
그렇게 말없이 얼마나 대치하고 있었을까 저쪽편에서 버스 불빛이 보이더군요
살았다라는 심정으로 온 몸에 신경을 곤두세워 헬멧남자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다행히 남자는 오토바이 시동을 다시 걸고는 홀연히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리더군요. 전 땀이 흥건한 이마를 닦으며 버스를 타려 기다리는데 버스가 절 못보았는지 그냥 지나쳐 버리더군요! 다급하게 소리지르며 세워달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제 갈길 가버리는 버스 기사를 저주하며 전 오던 길을 되짚어 식당으로 뛰어갔습니다. 외진 정류장이라 승객을 못보고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했지만. . 그게 하필 오늘. . 이순간이라니. .
천만다행으로 식당도착 할때 까지 헬멧남자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고 식당에서 숙식하며 같이 일하는 형에게 부탁해 가게 트럭으로 집에 귀가했습니다.
그 날 이 후 부끄럽지만 그 남자와 또 마주칠까봐 며칠동안은 형에게 술과 고기를 대접하며 퇴근 길을 부탁해야 했습니다. 도저히 혼자선 겁이 나서 엄두가 안나더군요. .
아무튼 제게 있어서는 인생 최대 공포의 순간이었던 일화였습니다. 지금도 궁굼한 건 그가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서 망치를 들고 저에게 무엇을 하려 한 걸까요. .
단순한 장난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미치광이 였을까요?
아무튼 그 날 이후로 사람이 가장 무서워 진 것 같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