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원도 최전방의 어느 산악보병사단에 근무했습니다
당연히 GOP에서도 근무를 했고 당시 중위로 소초장을 하던 때였습니다
제 작전지역은 약 2km로 계단이 많은 a구역과 평지가 대부분인 b구역으로 이루어졌고 바로 앞에는 강원도에서 길고 길기로 유명한 천이 비무장지대에서 흐르고 있었어요
문제의 구역은 a구역이었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과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공병부대의 탄약고가 있었어요. 이 탄약고는 군에서 훈련받으면서 처음 보는 독특한 지형에 있었는데 산이 시작되는 평지가 넓은 공간으로 안으로 훅 파져 있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자연적으로 그렇게 생길 수 있나 의문이 들기도 하죠.
a구역의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순찰로에 산병호가 있었는데 저희 대대의 모든 GOP지역에는 산병호가 즐비했습니다. 예전에 삼청교육대에 잡혀들어간 사람들을 동원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적 포탄이 낙하할때 몸을 엄폐할 목적으로 사용되며 주로 지휘자, 지휘관(소대장, 중대장)이 점령하는 초소입니다.
a구역의 계단과 그 산병호, 탄약고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직선거리로는 불과 400m도 떨어져있지 않았습니다.
처음 문제가 생긴 곳은 탄약고입니다. 야간 순찰시 간부는 이 탄약고를 무조건 한번씩 돌아야 하는데 어느 날부터 가끔씩 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소대원들이 그런 말을 하기에 또 이상한 괴담을 흘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순찰병과 순찰을 돌며 그 탄약고 근처를 지나는데.. 저도 그 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딸랑~ 거리는 소리. 군 복무를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국지도발작전때 발성장애물로 방울을 이용합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낚시대에 묶어두는 방울과 비슷한 것인데 바로 그것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 겁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낮에도 뻔질나게 순찰도는 탄약고이고 방울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으며 있을 이유도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 소리가 들렸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아니고 리듬을 타듯 들리는 것입니다.
작전지역인만큼 상급부대 순찰자가 와도 바로 제가 알게되어있고 순찰병들의 밀조위치나 시간도 알기 때문에 탄약고에 사람이 없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죠.
방울 소리를 듣자 마자 순찰병과 조심조심 가봤지만 어느새 방울소리는 사라지고 탄약고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소리는 이후에도 가끔씩 듣게 되었지만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없었구요.
이 보다 더 사람을 환장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습니다. a구역으로 올라가는 계단, 즉 그 탄약고 근처를 오르면 일주일에 1, 2번씩 위에서 사람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소리가 울린다? 아까 말했듯이 소대원들의 위치는 다 알고있고 초소에 있는 인터컴으로 상황실에 보고를 하기 때문에, 감시카메라도 순환으로 돌고 있기 때문에 순찰인원은 아닙니다. 외부인이라고 할지라도 제 작전지역이니 바로 알게됩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계단을 바닥이 딱딱한 신발로 걷는 소리. 올라가는 건지 내려가는 건지 판단도 안되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땐 바로 투광등 불빛이 없는 철책에 몸을 낮춰 소총의 장전손잡이를 잡았었습니다. 순찰병은 후방, 저는 전방을 경계하면서 해당 지역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소리는 역시 이따금씩 들렸지만 끝내 정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병사들 사이에 괴담이 돌아다니는 것을 제가 막을 수 밖에 없었지요…
별로 무섭지 않은 글이 되었네요. 그냥 제 경험담을 적어봤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