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PC 관련 된 일로 작은 여행회사에 파견을 갔다.
경리 담당과 사무 담당 여직원이 한명씩 있고,
영업 직원 남자 한 명에 여사장까지 전부 네 명인 작은 회사였다.
내 일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버를 세우는 등,
여행 업무와는 관계 없는 일이었다.
경리 담당 여직원은 일을 하는 듯 했지만,
사무 담당 직원은 성격도 나쁘고 몸집도 거대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과자나 먹고 있고,
사장이랑 수다나 떨 뿐 일을 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영업직 남자는 뭘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기분 나빴던 건,
여행 회사인데 여행객이 전혀 찾아오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달 동안 일을 했는데, 문의 전화만 일주일에 한두번 있을 뿐,
손님이 직접 찾아온 일은 한번도 없었다.
서버 관리를 하고 있었으니, 외국과 여행 관련 메일이 오고 가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사장도 뭘 하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메일 시스템은 있는데,
외국과 우편이나 FAX로 거래를 하고 있었다.
실제 손해는 없었지만,
음침한데다 회사라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기분 나쁜 한달이 지난 후,
나는 바로 다른 파견지로 옮겨갔다.
그리고 반 년 정도 지났을 무렵,
우연히 그 회사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그때 그 회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밝은 분위기였던데다, 활기 넘쳐보였다.
놀라 여기저기 클릭해보는 사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사원들 사진이 있었지만,
그 때 내가 봤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직원 수도 훨씬 많았으며 사장도 남자였다.
모든 게 내가 아는 그 회사와는 달랐다.
심지어 위치마저..
그 회사는 도쿄에 있었지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회사 주소는 칸사이였다.
하지만 회사의 이름, 로고부터 여행회사라는 것까지는 전부 같았다.
나는 손님을 가장해 [혹시 도쿄 쪽에 지사가 있으면 거기 문의를 좀 하고 싶은데요.] 라고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저희는 20년 넘게 칸사이 본점만 운영 중입니다. 지사는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기분이 나빠져,
나는 도쿄 그 회사 자리에 가보았다.
그 여행회사는 입점해 있던 빌딩마저 사라져, 그저 공터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한 달 동안 다녔던 그 회사의 정체는 도대체 뭐였던걸까?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