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꿈속 이야기
꿈속에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셋이서 육교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친구 둘을 양 옆에 낀 채 제가 가운데에서 걷고 있었죠.
그런데 육교 위를 건너는 수많은 사람들 중,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녹색 옷을 입은 여자가 있었어요.
귀신이었습니다.
꿈속이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저 여자, 쳐다보지 마. 귀신이야.”
양 옆의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그러자 친구들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그 여자 귀신을 모른 체 하더군요.
그런데 녹색 옷을 입은 그 여자 귀신이 우리를 스쳐지나갈 때
키득키득 웃으며 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너희 둘, 제법이구나?"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어느 순간 퍼뜩 이해가 됐습니다.
우릴 스쳐지나간 여자 귀신은 우리가 그녀를 알아봤다는 걸 간파했을 뿐 아니라,
우릴 세 명이 아닌 두 명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걷고 있는 셋 중 한 명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전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러자 두 명의 친구는 절 앞질러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고개를 갸웃하더군요.
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말해 봐. 너희 둘 중 누가 귀신이지?”
둘 중 한 명이 귀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나머지 한 명을 데리고 빨리 육교를 벗어나
어디론가 달릴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친구가 동시에 한숨을 푹 쉬더니 함께 제게 다가와,
칼로 제 배를 찔렀습니다.
한 친구당 하나씩, 두 개의 칼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아쉽네. 육교 저편까지 데려갈 수 있었는데.”
피를 흘리며 육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 생각했습니다.
'아아, 너희 둘 다 귀신이었구나.
나만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녹색 옷을 입은 여자 귀신이 '너희 둘' 이라고 한 거구나.'
그리고 전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깼습니다.
한동안 다시 잠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꿈 속에서 녹색 옷을 입은 귀신과 눈이 마주칠까 벌벌 떨었던 순간과
두 개의 칼에 복부를 찔리던 고통이 생생해서 이기도 했죠.
하지만 제일 무서웠던 것은
꿈속에서 그들을 따라 육교 건너편으로 '끌려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보는 일이었습니다.
태풍이 와서일까, 전 왜 이딴 꿈을 꾸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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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소설가 지인이 썼던 글인데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루리웹 괴담게시판 - 청오리님
[출처] [실화괴담] 꿈속 이야기|작성자 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