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예지몽

금산스님 작성일 17.01.16 12: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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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기보다는 이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무서웠던 일이다.

 


어릴 무렵, 우리 옆집에는 A라는 녀석이 살았다.

나와는 그야말로 불알친구라, 매일 같이 학교에 가곤 했다.

 


A는 어째서인지 미래 일어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무렵 한참 빠져있던 만화라던가 애니메이션이 다음주 어떻게 진행될지를 미리 알려주곤 했다.

 


어떻게 아는 것인지 신경쓰여 물어보면,

A는 [꿈에서 봤어.] 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 예지몽 같은 것이었겠지만,

그 무렵 나는 어수룩했기에 [좋겠다~ 나도 꿈에서 보고 싶어.] 라고 생각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5학년이 된 해, A는 죽었다.

트럭 뺑소니 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들었다.

 


A의 장례식은 친척만 모인채 치뤄졌기에,

나는 A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한동안은 A가 죽었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지만,

A의 여동생이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씩 A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 전 이야기다.

지난 황금연휴 때, 간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A네 집 앞을 걷고 있는데,

A네 아줌마를 만났다.

 


[오랜만에 뵙네요.]

[어머, B군 완전 어른이네, 이제.]

가볍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A한테 향이라도 올릴 생각으로 A네 집에 들르게 되었다.

 


A에게 향을 올리고, 또 아줌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문득,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들려온다.

 


[B 오빠!]

A의 여동생이었다.

 


A가 죽고 난 후, 나는 A의 여동생이 혼자 외로워하는 걸 두고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A의 여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학교에 가곤 했다.

 


그 사이, A의 여동생은 자연스레 나를 오빠라고 부르게 됐고.

그대로 A의 여동생과 나는 둘이서 잡담을 나눴다.

 


[남자친구는 생겼어? 대학은 어떻게 잘 준비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A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무심코 물었다.

 


[A 뺑소니범은 잡혔어?]

[아, 응, 괜찮아..]

뭔가 물어보면 안되는 걸 물어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나는 더 깊게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A 말야, 트럭 뺑소니로 죽었었지?]

[아, A군? 그렇게 말했었구나..]

[그렇게 말했다니, 무슨 뜻이야?]

[엄마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변사였던가 그랬다더라고, 사실은.]

 


[변사? 뇌졸중 같은 거라도 터진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아이들한테 쇼크를 주면 안된다던가 하는 이유로 트럭에 치였다고 말했던 거 같아.]

[그럼 뺑소니가 아닌거네?]

[응. 그렇지만 자세히는 엄마도 잘 몰라.]

수수께끼는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그날 밤, A 일이 신경쓰여 나는 졸업앨범과 문집 같은 걸 잔뜩 꺼내 닥치는대로 읽어봤다.

A가 쓴 글은 지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를 설명해보자!" 라는 질문 중,

A에 관해 이렇게 써 있는 게 있었다.

 


[A군은 미래를 알고있어서 대단해. 불나는 것도 알고 있어서 대단해.]

조잡한 문장이었지만, 그 덕에 떠올랐다.

 


나는 A와 통학하며, 매일 아침 미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고작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이야기나 듣고 싶어할 뿐이었지만,

종종 A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느날 아침, A가 집에서 나왔는데 팔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걸었다.

 


[왜 그래, 그거?]

[어제 밤 불이 나서 화상을 입었어.]

[엥? 불? 어디에? 안 아파?]

[학교 가는 길 도중에, 갈색 개 있는 집 있잖아. 거기야, 거기.]

 


[진짜? 보러가자!]

[그래!]

그래서 둘이 함께 부리나케 그 집까지 뛰어갔지만,

집은 멀쩡하게 거기 서 있었다.

 


[뭐야, 거짓말 치지마!]

[아냐, 거짓말 아니야. 진짜로 봤다니까.]

그리고 며칠 뒤, 그 집은 전소했다.

 


덧붙여, 그 불로 사람은 죽지 않았던 것 같다.

다친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니.

 


나중에 새로운 집이 세워지고, 그 개도 돌아왔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와 A는 "A가 꿈을 통해 미래를 보고 있다." 는 결론을 내렸다.

 


그 무렵엔 [1999년 7월에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대!] 라던가 하는 종말론적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었다.

나는 A에게 [1997년 7월에 지구는 어떻게 되는건지 보고 와.] 라고 했다.

 


며칠 뒤,

A는 내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

[뭐야, 시시하네.]

[그치만 엄청 멋진 게임기 봤다고.]

[어, 진짜? 알려줘!]

결국 우리는 미래를 알아봐야 흥밋거리로만 써버린 셈이다.

 


A는 그 후에도 계속 미래 일들을 이야기했달까, 향후 나올 게임기들에 관해 이야기 해줬다.

요새 나온 Wii라던가 닌텐도 DS 같은 이야기도 들었고.

 


마지막에는 [엄청 큰 TV에서 공룡이랑 비행기가 뛰쳐나왔어.] 라는 소리를 했었다.

언젠가 나올 3D 게임 같은 거겠지..

지금보다 더 미래를 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죽었다.

문집을 손에 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A의 사인이 몹시 궁금해졌다.

나는 A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시간 있어?]

[낮에는 괜찮아.]

[그럼 오빠가 밥 한번 살게.]

나는 반억지로 A의 여동생과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A의 여동생과 교외 아울렛에 가 밥을 먹고, 오후 3시쯤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나는 A의 여동생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A의 여동생이 A가 꾸던 예지몽 이야기를 꺼내, 마침 잘됐다 싶어 이렇게 말해봤다.

 


[예지몽을 꿀 수 있으면 트럭 사고도 좀 알아차리지, 그 녀석도 참..]

[음.. 저기.]

[응?]

[이거, 사실 말하면 안 된다고 해야하나...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긴 한데.]

 


[응.]

[오빠.. 사실 트럭에 치여 죽은 게 아니야.]

[..무슨 소리야?]

잠시 텀을 뒀다, A의 여동생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날... 나는 오빠랑 같이 방에서 자고 있었어.

 아침에 내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오빠는 아직 자고 있어서, 나는 혼자 거실로 갔어.

 조금 있다, 갑자기 방에서 오빠가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어. "끄아아악!" 하고.

 엄마가 당황해서 방으로 뛰어갔는데, 엄마도 비명을 지르더라고. 놀라서 나도 따라갔더니.. 그랬더니 오빠가..]

나는 입을 다물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타죽어있었어..]

[타죽었다고?]

[새까맣다고 해야하나..]

A의 여동생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도 손이 떨려옴을 느꼈다.

 


[내가 방에서 나오고, 그 잠깐 사이에 그렇게 된거야..]

나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이상한 이야기를 해버려서..]

[아냐, 고마워. 나도 A가 어떻게 떠난 건지 알고 싶었으니까.]

나는 그 때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혹시 인체 발화 현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는 하나 더 물었다.

 


[미안. 하나만 물어볼게. 인체 발화 현상이라는 거 알고 있어?]

[응. 전에 찾아봤었는데, 그건 아닌거 같아. 마치 숯처럼 변해버렸었다고 나중에 들었거든.]

 


그렇게 잠깐 사이 숯처럼?

그런게 가능한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나와 A의 여동생은,

그대로 말 한마디 없이 집까지 돌아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 A는 예지몽 때문에 그렇게 죽은 게 아닐까.

과거, A는 예지몽을 꾸다 본 화재 때문에 화상을 입었었다.

 


그렇다면 그날 A는,

꿈을 꾸다 엄청난 화재 사건이 일어나는 예지몽을 꾼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사람이 단숨에 숯이 될 정도라니..

도대체 A는 마지막에 무얼 보았던 것일까.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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