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슈퍼에서 일할 때 이야기다.
그 날은 태풍이 몰려오고 있던터라,
오전 내내 태풍이 오기 전에 쇼핑을 해두려는 손님으로 평소보다 붐볐다.
저녁이 지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자,
손님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도 태풍을 뚫고 오는 손님이 있었다.
입구에서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한 손님이 들어왔다.
30대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나는 인사를 하고, 계속 바구니를 정리했다.
가게 안으로 돌아가자, 그 손님들이 야채 코너 부근에서 걷고 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상품을 바라보려 아래쪽을 보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부모자식이 계속 아래만 바라보며 앞을 향해 걷고만 있었다.
뭐 찾고 있는 것도 아닌지, 바구니도 손에 들지 않았다.
혹시 도둑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 두 사람은 생선 코너와 정육 코너를 지나,
종업원용 뒷공간에 쓱 들어가버렸다.
나는 당황해 들어가 두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쪽을 바라봐도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확실히 들어갔었는데..
나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다, 문득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해봤다.
[지쳐서 잘못봤겠지.] 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도 본 적 있어.. 이유는 모르지만 태풍이 불 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가
저쪽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걸 본 직원들이 많더라고. 그것도 꽤 큰 태풍이 올 때만..
주의를 주려고 가보면 없어지고 말야. 나도 전에 아르바이트 하던 아줌마한테 들어서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15년 전에 근처 도로에서 어머니랑 딸이 차에 치여 죽었다더라고. 그날도 오늘처럼 태풍이 불었고.
마침 이 슈퍼로 오던 도중이었대. 요 앞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었더랬나..]
혹시 내가 본 것도 사고당한 모녀의 귀신이었을까..
이미 그 슈퍼는 헐리고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어,
지금도 거기 그 모녀가 나타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