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동료이자, 존경하는 인생 선배 K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K씨는 젊을적 어업 관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고기잡이를 나갔던 트롤선 선장에게 돌연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승무원 Y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K씨는 무슨 일인지 묻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선장에게 말했다.
[어찌되었든 동료가 죽어 혼란스러운 건 잘 알겠네.
하지만 선장인 자네가 당황하면 큰일이야! 침착하고 냉정해야 해!]
그리고 가까운 항구에 정박하도록 지시한 후, 그 항구로 달려갔다고 한다.
항구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눈을 감은 Y의 시체가 있었다.
선상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경찰이 출동해 사정청취를 하고 부검까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 사이, K씨는 선장과 선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선장의 증언은 이러했다.
Y가 죽기 전날, 난생 처음 보는 생선이 잡혔다고 한다.
새까맣고 번들번들해 아름다우면서도 무척 큰 생선이었다.
선장은 난생 처음 본 생선에 왠지 모를 꺼림칙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Y가 [이거 먹어보자!] 라며 그 검은 생선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선원들은 모두 [기분 나쁘니까 그러지 마.] 라며 Y를 말리려 했지만,
Y는 막무가내로 그 검은 생선을 향해 식칼을 들이댔다.
그 순간, 그 생선에게 [키이이이이이이..]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선원들은 더욱 기분이 나빠져, [당장 버려!] 라고 외쳤지만 Y는 들은체만체였다.
그 검은 생선의 살은 새하얘서,
선장의 말에 따르면 넙치살 같았다고 한다.
반으로 갈라놓은 생선은 꽤 맛있어 보였지만,
이상한 비명을 들었기에 다른 선원들은 그 생선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 생선을 먹은 것은 Y 뿐..
Y는 볼이 미어터지게 생선을 집어삼키며 [맛있어, 맛있어.] 라고 연신 되뇌였지만,
다른 선원들은 기분 나빠하며 손도 대려하지 않았다.
결국 검은 생선의 나머지 반쪽은 바다에 내던져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한 선원이 소리쳤다.
[이봐! 저기 좀 봐! 배 뒤쪽!]
선장이 달려가 배 추진기 쪽을 보니,
반만 남은 어제 그 생선이 배를 따라오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설마 추진기에 몸이 걸려있기라도 한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반 밖에 않은 생선이 스스로 헤엄쳐 따라오고 있었다.
내장이고 뭐가 하나도 없는, 죽은게 틀림없는 생선이 어떻게..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칠 무렵,
이번에는 다른 선원의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이봐! Y가.. Y가 죽었어..!]
선장은 당황해 Y의 선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잠을 자던 자세로 말라 붙은 Y의 시체가 있었다.
마치 미라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는 Y..
선의가 말한 사인은 노화였다.
Y는 40대 후반이었지만,
죽은 모습은 100살이 넘은 노인 같았다고 한다.
곧바로 시체 사진을 카메라로 찍었고, 선원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선장은 그 와중에 부랴부랴 사장인 K씨한테 연락을 했던 것이다.
경찰은 선의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그때 K씨도 같이 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다들 [이건 이집트 미라 사진이잖아!] 라고 외칠 정도로,
그 사진 속 시체는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항구에 돌아온 Y의 시체는 마치 잠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멀쩡하고 깨끗했다.
결국 부검 결과 심부전으로 인한 심장발작이 사인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미라 같이 말라붙은 Y의 사진은, 차마 유족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
기분 나쁘고 재수도 없어서 선장과 K씨, 선의가 셋이 합의해 태워버렸다나..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해서,
[그거 정말로 있었던 일인가요?] 라고 몇번이고 물었다.
하지만 K씨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진짜 이야기야. 사진도 당시 선장이랑 선의, 경찰이 다 봤었고 증언도 해줄거라고.]
아무래도 바다에는 아직도 사람의 힘을 벗어난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 같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