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살 무렵 이야기입니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한 정거장 앞이, 막차 때는 종점이었습니다.
어느날, 평일과 휴일 시간표를 착각하는 바람에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가는 전철이 끊겨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앞 역에서 내려,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죠.
시간은 새벽 1시 무렵이었습니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말고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몇 있는 듯 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여럿이 같이 걸어가니 그나마 공포는 덜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길이 나뉘면서, 하나둘 사람들은 사라져 갔습니다.
마침내 나와 내 조금 앞에서 걷는 여자만 남았죠.
그 여자는 회사원인 듯 했습니다.
여자와는 항상 어느 정도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었지만,
집 근처 역이 보일 무렵이 되자 서서히 그 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그 여자 곁을 지나쳐 갈 때,
나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 여자가 앞에서 걸어준 덕에
밤길도 덜 무서웠고 든든했기에, 얼굴이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 순간, 여자의 모습은 사라져버렸습니다.
샛길도 없고 주변에 건물도 없는 쭉 뻗은 대로였습니다.
어디 숨을 곳 하나 없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앞에서 걷던 여자가 사라진 것입니다.
"아, 유령이었구나." 하고 멍하니 생각하면서도,
집에 올 때까지 한 시간 빠듯하게 앞에서 함께 걸어준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