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그곳에 있었다2

하하모드 작성일 17.05.15 11: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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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글에 답글도 달아주시고 추천도 눌러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딜레이가 길어졌습니다...이 부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바로 다음 내용 이어가겠습니다.




# 그 사람들


행정반에는 영석이 외 간부나 병사 그 누구도 없었다.

 

그래서 더 적막하면서도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영석이가 틀어준 선풍기에선 더운 바람만 새어 나왔다.

 

사회에서는 이럴 때 어디든 에어컨을 틀어놓겠지만,

이곳엔 사회에선 흔한 그것 조차 보이지 않았다.

 

새삼 일상의 소소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으로 파고 들었다.

 

처음에 좀 친근한척 이것저것 물어보던 영석이도

 

이내 지 할 일이 바쁜지 연신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려댔다.

 

언뜻 보기에 워드 작업을 하는 것 같은데,

 

이제 갓 전입 온 신병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잔뜩 웅크렸던 긴장감은 행정반내 공기처럼 서서히 늘어져 가고 있었다.

 

절대 그러면 안됐지만 분위기에 취했던 탓일까? 자대배치 전날 긴장감에 잠을 설쳐서일까?

 

눈꺼풀이 감겨왔다.

 

서서히 모든 시야가 좁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한 번 까딱였다.

 

바로 그때....

 

"아이고~ 마 신병이 참 편한갑다? 어이? 세상 모르고 쳐 자뿌네"

 

사악한 웃음소리와 함께 들리는 이 한 마디...

 

"냅두십쇼~ 아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렇게 졸겠습니까~ 근데 행정반엔 왠일이십니까?"

 

나는 갑자기 망치로 뒷통수를 쎄게 가격 당한 기분과 함께 졸음이 싹 달아나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충...성...."

 

그리고 그 의문의 사내에게 경례를 올렸다.

 

"충... 뭐? 이 새X야 니 점심 안 처묵었나?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돼? 이 새X 신병이 빠져갔고..."

"그라고 관등성명 어디다 팔아먹었어? 충성?"

 

사내는 거친 한 마디를 내뱉으며 나를 독하게 쏘아 봤다.

 

"아.. X발 이 새X 뭐지? 중대 실세인가? 아 X된건가??"

 

난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이 때 영석이가 나섰다.

 

"아이고, 김상뱀~ 신병한테 왜그러십니까? 할 일 없으면 빨리 위병소 당직이나 마저 서십쇼~"

 

내가 한참 어리버리까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 그 김상병이란 놈이 다가와서 한마디 했다.

 

"새X 쫄았나? 장난좀 쳐봤다~ 근데 임마 어디로 가노? 될 수 있으면 우리 소대로 보내라~ 그라믄 완전 내 분대제~ A급 만들어줄구마"

 

"글쎄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따가 중대장님 신고 마치고 따로 말씀 있으시지 않겠습니까?"

 

난 속으로 그들의 대화가 빈말이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특유의 건들거림과 어딘가 삐딱선을 탈 것 같은 먹어주는 인상, 게다가 퉁명스럽고 거친 억양의 사투리까지...

 

딱 내가 만약 저 밑으로 들어가면 앞으로 남은 군생활이 어떨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농담이라고 했지만 뭔가 말 속에 날카로운 가시가 내 심장을 후벼 파는 게 범상치 않은 놈임은 분명했다.

 

"아 X발 와이리 덥노? 아직 초여름인데... 영석아 뭐 마실 거 읍나?"

 

"냉장고 한 번 보십쇼. 맛스타 몇 개 남았을겁니다"


"맛스타? 됐다~ 마 내 간다~ 또 김중사 이 개X끼 지X 발광 떨기다"

 

"야 신병, 니 단디해라 오늘부터 죽을 각오하고 군생활 준비하라 이말이다 알았나?"

 

"이병... 김지섭!!!! 예 알겠습니다!"

 

"오야, 행님 근무서고 올게 나중에 보제이~~"

 

고요했던 행정반에 한바탕 태풍이 휘몰아친 기분이었다.

 

김병주 상병.... 놈의 이름과 계급이다.

 

이놈도 군번이 풀렸는지 퍼런색 견장을 어깨에 차고 있었으며 위병소 당직근무를 서다 잠깐 중대 행정반에 들렀던 참이다.

오른쪽 팔꿈치에 차고 있던 당직근무자 완장이 그걸 대변해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아주 저질같은 놈이란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약 녀석의 말대로 내가 그놈 소대와 분대에 배속된다면 군생활은 끝났다고 보는게 맞았다.

 

"이따가 중대장님 오시면 대대장님께 했던 것 처럼 신고 똑바로 하고 어리버리 까지마라 곧 오실거다"


"이병 김지섭... 예 알겠습니다!"

 

멈춰있을 것만 같던 시간은 어느덧 40분 가까이가 흘렀고

차츰 차츰 행정반 안으로 작업을 나갔던 병사들이 왔다갔다 했다.

 

하지만 그들은 김상병과 다르게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각자 할 일에 몰두하는 듯 보였다.

 

몇몇이 오가며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신병이냐?" 정도만 물어볼 뿐이었다.

 

난 병X 같이 바짝 쫄아서는 엉거주춤하게 경례를 하며 연신 관등성명을 읊어댔다.

 

그래도 사회에서는 나름 20살 넘게 먹은 성인이었고 학교다닐때 반장과 과대표를 역임했을 만큼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내가

몇살 차이도 나지 않는 그들에게 똑같은 대답과 정형화된 동작을 보여주는 게 정말 내가 생각해도 병X 같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통과의례 같은 순간이었다.

 

중대장이 행정반에 들어오고 그제서야 몇몇 병사와 간부들은 중대장을 향해 경례 구호를 붙였다.

 

나만 병X 되지 않는 순간이기도 했다.

 

난 중대장실에서 간단한 신고와 면담을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소대를 배정받았는데 1소대였다...


"와... 너 1소대다 1소대 아까 그 김상병님 있지? 그 소대야 너 군생활 진짜 다이나믹해졌다"

 

나즈막하지만 빈정대는 말투로 영석이는 지껄였다.

 

정말 운명의 장난같으면서도 아주 엿같은 상황인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까라면 까는 군대지만 이 순간 만큼은 민주국가의 민주시민으로서 소대정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울부짖고 싶었다.

 

총기수불과 몇 가지 서류작업을 마친 후 나는 소대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망할...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소대만큼은 좀 다른 건물에 그나마 사람이 살만한 곳인줄 알았다.

행정반은 따로 위치하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냥 행정반에 딸린 작은 창고 정도로 생각했던 문을 열어 젖히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내가 2년간 생활할 장소였다.

 

진정한 헬게이트는 바로 이 문이었던 것이다.

 

문이 열리자 약 60M 가량 정도 되는 거리 사이로 다른 소대로 넘어가는 문이 정면으로 보였으며

가운데 콘크리트 바닥을 기점으로 양 옆에 마찬가지로 60M 정도 되는 침상이 쭉 이어져 있었다.

 

그 사이사이 다닥다닥 붙은 회색 관물대가 자리했고 중앙 지점으로 추측 되는곳에 20인치 정도 TV 한대와 작은 오디오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TV 바로 아래 침상쪽으로 베게를 놓고 머리를 기댄채 화면을 응시하는 남자가 보였다.

 

누가봐도 소대 왕고(가장 계급이 높은 병사)였다.

 

아직 일과시간이 끝난 것 같지 않은데 아주 편안한 자세로, 그것도 오래된 주황색 활동복으로 환복한 채

그렇게 무표정하게 TV만 보고 있었다.

 

나머지 병사들은 행정반 문이 열리자 일제히 나를 향해 주목했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오로지 TV만 쳐다볼 뿐이었다.

 

"오늘 1소대 전입온 신병입니다. 주기랑 간단한 자기소개 시키시고 기타 등등 뭐 아무튼 이따 밤에 보급관님 면담전까지 얘좀 잘 부탁드립니다"

 

대대 OP로 올라올때는 마냥 저승사자 같던 영석이가 오히려 천사같이 보일정도로 그 험악한 소대 공기와 분위기, 그 사람들의 표정은 나에게 엄청난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오~ 신병이야? 어디 살아? 사회에서 뭐했어?"

"야, 여자친구 있냐? 누나 있어?"

"X끼 중학생 아니야? 졸라 귀엽게 생겼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대략 관물대 갯수를 파악해 어림짐작해 보면 20여명 정도가 단체 생활을 하는 전형적인 구막사 형태인데 여기저기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나에 대한 호구조사가 시작되니까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아니.. X발 이거 누구부터 어떻게 대답해야돼..."

 

그때였다.

 

어리버리 까고 있던 내앞에 잔뜩 똥 씹은 표정과 담배 쩐내를 풍기며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까치집까지 진

한 놈이 다가왔다.

 

"야 배진규 이거 갔다가 다 빨고 주기해줘, 아 X발 뭔 냄세가 이렇게 나..."


"그리고 얘좀 씻겨라... 요새 훈련소에서는 빨래도 안하고 샤워도 안 하냐?"

 

그러더니 배진규라고 불린 놈이 와서는

"예, 알겠습니다. 자 이리로 따라와" 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신교대가 열악하긴 했지만 이곳보다는 아니었고 주기적으로 빨래와

샤워를 했는데 아마 더블백에 같이 구겨넣다보니 덜마른 빨래 때문에 냄새가 좀 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깔끔해 보이는 인상이 아니었던 그 놈한테 들을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놈은 다시 잔뜩 지푸린 인상을 유지한 채 한 손을 전투복 안으로 들이밀고 투덜투덜 돌아갔다.

 

정한주.... 일병 계급인데 나중에 알게됐지만,

27살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입대한 놈이다.

 

일병 말 호봉으로 소대 모든 잡무를 총괄하며 상병 바로 아래에서

이를테면 이 조직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듯 보였다.

 

아주 짜증스러움이 몸에 밴 듯 보였고 나이 때문에 선임들과 잦은 트러블이 있었으며

군대를 계급이 아닌 사회의 나이순으로 생각하는 좀 어이없는 새X였다...

 

뒤 이어 등장한 배진규란 녀석은 딱 봐도 키가 한 190은 족히 돼 보이는 장신이었으며

험악한 인상과 달리 나름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분위기를 가졌다.

 

이제 갓 일병을 단 물 일병으로 한창 뒤치닥거리와 궂은일을 해야 하는 위치였다.

 

배일병이 나를 이끌고 간 곳은 화장실 같기도, 샤워장 같기도 한 곳이었는데

소대 문을 열고 정면으로 보였던 반대편 문을 열고 이어진 곳이었다.

 

그들은 이곳을 '세면장'이라 불렀는데, 역시나 시설이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안에 나름 세탁기도 있었지만 모두 고참들의 차지라 계급이 안되면 마냥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듯

줄지어선 빨래 바구니들이 보였다.

 

화장실도 소변기와 대변기칸이 나눠져 있었지만, 안 봐도 대변기는 수세식일게 분명했다.

 

고참들이 빨래를 돌리고 있었기에 아무리 신병이었지만 다른 병사들의 양해를 구해

그 고참의 빨래가 다 돌기만을 기다린채 세면바구니에 빨래를 잔뜩 넣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이 배일병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야? 나는 아까 들어서 알겠지만 배진규 일병이고 앞으로 너랑 한 분대 생활을 할 고참이다 반가워"

 

역시 배일병은 나긋나긋했고 거친 욕을 입에 달고 다니던 앞의 선임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나 역시 뻘쭘하게 간단한 내 소개와 몇마디를 건냈다.

 

그나마 이 험악한 소대에서 나름 의지할만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내 속내를 내비칠 정도로

믿음직해 보이진 않았다.

 

사실 그도 이제 갓 일병을 단 처지였기 때문에 눈치볼 일도 많고 상황도 많았을 터...

어쩌면 약간의 동변상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 전체적인 분위기와 인상이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언젠가 계급이 높아지고 소대 실세를 잡으면

돌변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 보였다.

 

그때까지 정신없는 시간이 흘러갔고 그 와중에도 처음 소대 문을 열었을 때

무표정하게 TV 화면을 응시하던 그 왕고의 모습은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아주 강렬했다고 할까...?

 

그도 그랬던 것이 짧은순간 느꼈을 만큼 소대원들도 소대 내 최고 고참이라는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지나치게 그의 앞에서 조심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심지어 두려워 한다는 인상까지 받고 있는 듯 했다.

 

뒤에 내가 어느 정도 소대생활에 적응했을 때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와 관련된 어마어마하고도 무시무시한 비밀을...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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