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렵 내가 겪은 일이다.
당시 친구 A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는 흔해빠진 괴담이 돌고 있었다.
5년여 전, 그 아파트 2층에 살던 사람이 자살했다.
그 사람은 자살 당일 밤 11시 즈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까지 올라가 난간을 넘고 뛰어내렸다고 한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던 샐러리맨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모든 걸 목격했다는 듯 했다.
그날부터 매일 저녁 11시 반이 되면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 8층까지 저절로 올라가고,
곧이어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다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며 웃어 넘겼지만,
A는 끈질기게 정말 일어난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나와 B, 그리고 C가 직접 확인하러 가보기로 했다.
A네 아파트에 도착해, 우선 정말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안 타는 것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와 B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A와 C는 8층으로 올라갔다.
딱히 음산한 분위기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밤이었기에,
우리는 별로 무섭지도 않고 지루하게 시간만 때우고 있었다.
그리고 11시 반이 되었다.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열린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어느새 행선지 버튼이 눌려져 있는 것 같았다.
나와 B는 무심코 얼굴을 마주봤지만, 당연히 올라타지는 않았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올라가 8층에 멈췄다.
나와 B는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땅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잠시 뒤, A와 C가 계단으로 내려왔다.
C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극구 거부했던 모양이다.
안에 누가 있었냐고 물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던 모양이다.
[우와, 진짜였네!] 라고 다들 떠들어댔지만,
귀신을 직접 본 건 아니라 나도 B도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일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직접 확인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C는 무서우니까 그만 두겠다고 말했기에,
다음날은 나와 A, B만 오기로 했다.
다음날 다시 모인 우리는 그 낙하 현장에 섰다.
별다른 얼룩 하나 없는 아스팔트 바닥이라,
A가 [여기 떨어져 죽었대.] 라고 말해줘도 별 감흥은 없었다.
11시 반이 되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두근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앞을 지나친 것 같이 강한 풍압이 느껴졌다.
콰직하고 무거운 덩어리가 떨어져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미지근한 무언가가 흩날리고, 얼굴과 옷, 팔에 철썩 들러붙는 감촉이 느껴진다.
당황해 손바닥으로 얼굴을 만져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팔에도, 옷에도 아무 흔적이 없다.
하지만 그 직후 엄청난 두통이 덮쳐와,
나는 마구 토하고 말았다.
몇 번씩이나 토하고 나서 겨우 정신을 차릴 무렵,
곁을 보니 A와 B도 나처럼 토하다 지쳐 쓰러져 있었다.
결국 그날은 A네 집에서 하룻밤 실례하고, 다음날에야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 셋 모두 심각한 몸살 때문에 사흘 내리 학교를 쉬어야만 했다.
그 후 A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날 이후 이상한 현상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다시 확인하러 갈 용기도 없고, 그저 전해들었을 뿐이지만..
나와 A, B는 아직도 건강하다.
당시에는 저주를 받는 건 아닌지 정말 겁에 질렸었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멀쩡하니 아마 괜찮은 게 아닐까..
다만 C는 우리가 건강을 되찾은 후에도
겁에 질린 듯한 얼굴로 우리를 피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겁쟁이였던 C가 우리 이야기를 전해듣고 무서워서 그랬던 것이라고 믿으려 한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