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고 하면 역시 야마나시지.] 라는 생각에,
혼자 야마나시현 여행을 갔었다.
산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등산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차를 타고 아슬아슬한 산길을 쭉 달려나가는 것이다.
현 경계를 넘어 막 야마나시현에 들어갔을 무렵,
갑자기 비가 거세게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와이퍼를 가장 빨리 움직이게 했지만 앞이 전혀 안 보일 정도였다.
나는 가능한 한 속도를 늦추고, 상향등을 켠채 천천히 나아갔다.
비는 갑작스레 그쳤다.
잠시 쉴까 싶어, 나는 도로변에 보이는 큰 라면집 앞에 멈춰섰다.
점원에게 [방금 전에는 비가 엄청 내리더라구요.] 하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비요? 비는 전혀 오질 않았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산에서는 날씨가 쉽게 바뀐다고 하지만,
아까 그 비는 국지성 호우였던걸까?
가게를 나온 뒤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잠시 달렸을 뿐인데 이내 길을 잃고 말았다.
마침 주유소가 보이길래 기름도 넣을 겸 거기 들렀다.
[라면집에서 나와서 왔거든요.] 라고 말을 꺼내며 길을 물었다.
[이 근처에 그런 라면집 없는데요.]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방금 전까지 비가 엄청 와서, 요 앞 산길은 통행금지에요.]
어쩔 수 없이 나는 주유소를 빠져나와 또 달려갔다.
여관이 보이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체크인하기로 했다.
여관 여주인 같은 사람이 나를 맞아주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저녁 나올 때까지 요 앞 파노라마 라인을 드라이브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주변에 주유소가 없어서 기름을 먼저 채워둬야하겠지만요.]
분명히 비도 내렸었고, 라면을 먹어서 배는 빵빵한데다 차에 기름도 가득인데..
다음날 찾아간 여관에서 [그런 여관은 없을텐데요.] 라는 대답을 듣고,
나는 숙박을 취소한 후 도쿄로 돌아왔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여행을 갔었던거람..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