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고 중, 가장 무서운 것은 화재다.
연료가 무진장 있으니, 내버려두면 끝간데 없이 타오르는 것이다.
불을 진압하려면 탄광을 수몰시키던가,
갱도를 막아 산소 공급을 끊어야만 한다.
무엇을 택하던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허나 화재가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갱도를 봉쇄해야만 한다.
때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이리로 도망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그 앞에 벽을 쌓아 올리고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이 불타죽도록 내버려둬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탄광에서의 작업은 반장을 중심으로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까지 그룹을 짜, 공동으로 하게 된다.
이 그룹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동료이니만큼 서로 믿고 의지하게 된다.
훌륭한 반장이 이끄는 그룹이라면 다들 가족보다 더한 정으로 끈끈하게 뭉치게 되는 것이다.
쇼와 초기.
홋카이도의 어느 탄광에서 반장을 맡고 있던 A는 인망이 두터운 남자였다.
그가 이끄는 그룹은 새로운 갱도 굴착을 맡고 있었다.
어느날, 굴착 도중 뻥 뚫린 공간에 도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곳이 무얼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공간에 들어서자,
그 곳에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감정들이 가득 차 있더란다.
단념, 무념무상, 슬픔, 아쉬움, 후회, 괴로움, 긍지, 절망, 위로, 신뢰..
부정적인 감정이 강했지만, 그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기분을 엄숙하게 만드는 절박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공간 안을 걸으며, A는 그곳이 오래전 버려진 폐쇄 갱도라는 걸 알아차렸다.
동료들과 함께 안으로 나아갈수록, 느껴지는 감정도 더욱 강해졌다.
이윽고 마침내 도착한 좁은 공터에 가운데에는 한 사람이 앉아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듯 둥글게 둘러 앉은 사람이 10여명.
다들 바르게 앉고 가운데를 응시하며, 몸을 낮춰 열기를 피하고 있었다.
결코 흐트러짐 없이, 냉정하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가운데 앉은 이는 A와 동료들이 온 방향.
즉, 갱도의 입구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나고서 몇 십 년은 더 지났을 터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들은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뼈만 남아서도 A가 올 때까지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온갖 소문이 나돌았단다.
실은 그 산에서 과거부터 귀신이 나왔다던가, 금광의 위치를 아는 사람들을 처리해버린 거라던가.
A와 동행했던 이들의 선조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뭐, 진짜로 내 부하 중 한 놈이 거기 계시던 분 아들인가 손자인가 그랬지만 말이야.]
A가 그 갱도 안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있을 때,
그 사람만은 슬픔은 커녕 몹시 그리워 울먹거리며 마음이 아파했다고 한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