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괴담 - 질투

찬들찬들 작성일 17.07.05 16: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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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정도 전부터 일어난 일이다. 내 연인이 나보다 전화를 보며 웃는 일이 더 많아졌다.  얘기할 때도 그녀는 전화만 주시하고 있다. 비밀번호도 바뀌었다. 예전 비밀번호도 모르고, 여태 물은 적도 없었지만. 액정에 남은 자국으로 보건대 가장 많이 누르는 번호도 바뀐 모양이다. 저녁을 먹을 때도, 내가 가장 신경을 쓸 때도, 우린 그 작은 진동에 방해받는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그녀가 날 신경 쓰도록 더 노력했다. 특별 요리를 만들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대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 데려다주고, 그녀가 특별하다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여전히 전화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위이이잉- 잠금해제, 읽고, 웃고. 답장, 잠금.


밤이 되면 난 이 생각들로 괴로워했다. 가끔은 새벽이 되도록,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였다. 한 달하고 좀 더 지났을 때 상사인 안젤라가 날 불렀다. 우리는 길게 얘기를 나눴고 난 가족이 사망해 마음이 괴롭다고 거짓말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한 주건 두 주건 필요한 만큼 쉬다 와도 좋다고 했지만 이 친절함은 그녀가 내게 베푼 것 중 최악의 일이었다.


여자친구는 그날 밤 늦게 일을 하고 있었고 내가 날이 밝도록 탁자에 앉아있는 걸 보고 놀랐다. 난 언제나 그녀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을 하러 나섰고, 보통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그녀가 미소짓다 다시 잠드는 걸 보고 나갔으니까. 잠깐의 침묵 끝에 그녀는 미소 짓더니 왜 내가 아직 집에 있는지 묻기 전에 뺨에 입맞춤했다. 안젤라가 휴가를 좀 줬다고 하자 그녀는 날 따스하게 껴안았다. 내가 품고 있던 두려움이 그녀의 애정 앞에 눈녹듯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아침으로 와플을 먹는 동안 그녀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 읽고, 웃고, 답장하고, 잠금.  아까 느꼈던 애정이 간데없이 사라졌고 공허함이 가슴을 채워갔다. 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 와플을 뺏어가더니 날 보며 미소지었다. 위이잉- 잠금해제, 읽고, 웃고, 답장, 잠금. 난 일은 어떤지 물으며 짧은 대화라도 하려 했다. 위잉- 잠금해제. 건성으로 대답하곤 액정을 보며 읽고, 웃고, 답장하고, 잠금.

 

날 올려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일 때문에 온 거야. 그녀가 답했다. 거짓말이 가슴 속 뭔가를 망가뜨리는 것 같았다. 난 다시 와플을 먹었다. 위잉- 잠금해제. 읽고, 웃고, 답장, 잠금. 내 전화기를 들었다. 세 단어를 치고, 보내고, 잠금. 휴대폰을 내려놨다. 위잉- 잠금해제, 읽고, 답하고, 잠금. 전화가 "문자왔어 병신아!'하고 외쳐댔다. 잠금해제. 나도 사랑해. 잠금. 테이블 너머로 그녀에게 미소지었지만, 마주 짓는 미소엔 거짓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전화가 몇번 더 울렸지만 그녀는 식사중이었던 터라 무시했다. 가끔 눈을 마주쳤다. 와플에 시럽을 더 뿌리고 천천히 한입크기로 잘랐다. 시선은 여자친구의 얼굴에 고정시킨 채로. 나한테서 뺏어간 와플과 커피를 먹은 뒤였다. 위이잉- 힐끗. 그녀는 일하러 나가야 한다며 휴대폰을 들고 자리를 떴다. 잠금해제, 읽음. 그녀는 그렇게 집을 나섰다.

 

그날 밤 그녀는 일찍 돌아왔다. 수상쩍은 냄새가 났다. 집안에 다른 남자가 있는 것만 같은. 카레에 넣을 양파를 썰기 전 뺨에 입을 맞추고 가볍게 포옹했다. 우리는 부엌에서 다정하게 얘기했고, 진동음이 들렸다. 신경이 바싹 곤두서 칼질을 멈췄다, 그녀를 보기 전에. 칼날은 그린페퍼를 반쯤 파고들어있었다. 그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칼을 내려놓고 뒷문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냐고 물었지만 그저 바람을 쐬러 간다고 했다. 문 손잡이를 돌리기 전, 액정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처음이었다. 진동, 잠금해제, 읽고, 웃고, 답장, 잠금. 진동, 잠금해제, 읽고, 웃고, 답장, 잠금. 진동, 잠금해제, 읽고, 웃고, 답장, 잠금. 지난 나흘 동안 시달려왔다. 내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아까만 해도 대화 중에 답장을 할 정도였으니. 문자를 주고받는 걸 보며 동전을 너무 세게 쥔 탓에 손바닥이 쓸릴 정도였다.

 

이제 휴가 5일째다. 난 정원 손질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화단도 만들고 신선한 흙에 꽃도 몇 송이 심었다. 위잉- 난 미소지었다. 어제 저녁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줬다. 맛있고, 진한 양고기 카레. 위잉- 동네에서 가장 큰 꽃다발도 사다줬다. 위이잉- 전에 없을 만큼 격정적으로 그녀를 품었다. 위이잉- 그녀가 날 향해 진실로 미소 지었을 때, 다른 것을 보며 미소지을 일이 다시는 없도록 만들었다. 영원히. 위이잉-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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