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출할 때면, 종종 남동생 친구가 놀러오곤 한다.
그런데 그 녀석이 왔다가면 꼭 열대어 몇 마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번에 만나서 잠깐 이야기했을 때는 물고기가 좋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혹시 훔쳐가서 몰래 집에서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어느날, 우연히 집에 일찍 돌아왔는데 그 녀석이 내 방에 있었다.
수조 앞에서 뭘하는지 어슬렁대고 있길래 범행 현장을 잡았구나 싶었다.
어깨를 잡고 [야, 너 뭐해?] 라고 말하자 그 녀석은 나를 보았다.
하지만 손에 비닐봉지 같은 건 들려있지 않았다.
열대어를 가져가려는 건 아닌 듯 했다.
그저 수조 뚜껑을 열고 안을 보고 있었다.
문득, 그 녀석의 입이 우물거리는 게 보였다.
묘하게 신경쓰여 입을 열어보라고 했다.
내 열대어가 끔찍한 꼴을 하고 혓바닥 위에 놓여있었다.
그 녀석은 내 열대어를 훔치는 게 아니라 잡아먹고 있던 것이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