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떠다니는 머리카락

금산스님 작성일 17.11.01 2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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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반은 그날 마지막 교시인 영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초여름이라 에어콘도 없는 교실은 그야말로 찜통처럼 더웠다.

게다가 그날은 비가 와서 밖이 어둑침침했다.

 


언제 번개가 내리쳐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음침한 분위기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반 전체가 무언가 위축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영어 수업은 자신에 관한 스피치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단상에는 친구 K가 올라와 있었다.

 


우리가 야유를 보내는 사이 녀석은 변변치 않은 영어로 스피치를 시작했고,

스피치 중반 무렵 갑자기 K가 말을 멈췄다.

 


반 아이들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멍하니 있던 K가 작게 중얼거렸다.

 


[목이 떠 있어..]

다들 K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뒤를 올려다봤다.

나를 포함한 몇 명은 비명을 질렀다.

 


정확히 교실 한가운데 공중에 머리카락 덩어리가 떠 있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물체인데다 너무나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그것은 좀처럼 자취를 감추지 않아,

선생님들이 몰려오기 직전까지 계속 공중에 떠 있었다.

 


결국 그날은 그대로 집단 하교를 하게 되었다.

그게 보이지 않았던 영어선생님은 집단 히스테리 현상일 것이라 말했다.

 


다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공중에 떠 있던 머리카락 덩어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게 나타났던 순간,

광기에 사로잡혔던 교실 분위기도..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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