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상인은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성 안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라도
그와 마주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했고
혹시라도 그와 마주치게 된다면
돌아오는 길에 몸 뒤로 소금을 뿌리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한 가난한 노인이 상인을 만나 뵙기를 청했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노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모두가 보란 듯 길바닥으로 내동댕이 쳤습니다.
그날 밤
침대에서 잠을 청하던 상인의 눈앞에
다리가 부러진 노인이 나타났습니다.
노인은 무서운 눈으로 상인을 노려보더니
환한 빛과 함께 성모 마리아로 변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불쌍한 노인을 도와주기는커녕
노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으로 내동댕이 친 상인을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상인에게 큰 불행이 닥칠 거라 말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상인의 아들이 마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아들의 시체를 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다시 상인을 찾은 성모 마리아는
아들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상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상인에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칠 거라 말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상인의 딸이 동네 청년들에게 강간당하고
차갑게 식은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는 딸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상인을 보았습니다.
다음날
상인의 하인이 상인의 모든 재산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습니다.
상인은 잠도 안 자며 일하고
직원들을 닦달하며 괴롭히고
여기저기 사기를 치고 다니더니
전보다 더 큰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성모 마리아는
아무리 혹독한 벌을 내려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상인을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상인에게 또 다른 벌을 내리 다간
많은 사람들이 상인에게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상인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병상에 누워 조용히 남은 시간을 보내던 상인의 눈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상인이 죽어서 지옥에 갈 거라고 말하며
만약 지금이라도 죄를 뉘우친다면
용서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상인이 조그만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습니다.
상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성모 마리아는 상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순간
상인이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무시무시한 힘으로 성모 마리아의 목을 조르며
소리쳤습니다.
넌 내 아들을 죽이고 내 딸도 죽였다.
그리고 내 재산까지 빼앗아 갔다.
너 따위가 성모라면 죽어서 천국에 가느니
지옥에서 영원히 불타며 너를 비웃어 주겠다.”
그리고
상인은 발작하듯 두 눈을 심하게 깜빡이더니
이내 숨을 거뒀습니다.
너무 놀란 성모 마리아는
하마터면 치마에 오줌을 지릴 뻔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성모 마리아는 그 어떤 악당이라도
벌을 내리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