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를 잔뜩 머금은 잿빛 하늘을 본 남자는
더욱 속력을 높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남자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쏟아지는 세찬 물줄기에 남자는 흠뻑 젖었지만
남자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을에 전할 급한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자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종아리의 근육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있는 힘을 다해 빗속을 뚫고 달렸습니다.
그때
남자의 앞에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며칠은 굶은 듯
갈비뼈를 흉하게 드러낸 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남자를 위협했습니다.
남자가 조심히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자
개는 으르렁거리며 당장이라도 튀어 오를 듯
자세를 낮추었습니다.
남자는 개를 지나쳐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지만
그의 다리는 돌처럼 굳어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남자는 개 뒤로 우산을 쓰고 다가오는
한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
소년을 발견한 개는
남자보다 사냥하기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했는지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그 틈을 타 남자는 다시 마을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의 끔찍한 비명이 남자의 귓가를 울렸지만
남자는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도착한 남자는
마을을 향해 도적들이 몰려온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마을의 사내들은 칼과 방패를 집어 들어
급히 방어태세를 갖췄고
여자들은 노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습니다.
곧이어
도적들이 마을에 나타났고
도적들과 필사적으로 맞서 싸운 마을 사내들은
마침내 도적들을 물리쳤습니다.
도망가는 도적들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승리의 환호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승리에 취할 겨를도 없이
자신이 왔던 길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쓰고 다가오던 소년…
그 소년은
쏟아지는 폭우에 아버지를 마중 나온
남자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젤님과 떠나는 무서운 세상 이야기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