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해체하다 보면 가끔 묘한 구조의 집을 만날 때가 있다.
천장까지 계단이 이어지다 그대로 끝나버린다던가,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있다던가.
이런 것은 대개 증축이나 개축 과정에서
처음과 집 구조가 달라진 것들이다.
또 가끔씩 해체 도중 숨겨진 방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히 건축한 사람이나 집주인의 취미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해체한 집은,
그런 상식을 뛰어넘는 구조의 이상한 것이었다.
그 집은 단층집으로,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이었다.
상당히 낡았기는 하지만 폐옥이라 할 정도는 아니라, 부수는 건 좀 아깝다 싶었다.
집주인은 집을 철거하고 빈터로 남겨두겠다는 듯했다.
그리하여 포클레인으로 허물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다다미 여섯 장 정도 크기의 방이 나왔다.
그 방은 천장을 빼고는 벽도, 바닥도 죄다 도자기 타일이 붙어있어
처음에는 목욕탕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이상했다.
가운데에 배수구 같은 느낌의 금속 뚜껑 달린 구멍은 있었지만, 욕조는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수도나 배관 시설조차 없었다.
목욕탕이라고는 볼 수 없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했던 것은,
사방의 벽에 출입문이 없다는 것이었다.
입구가 없는, 고립된 공간..
타일을 깐 장인은 어떻게 밖으로 나온 것일까?
뭐, 벽에 타일을 붙이고 밖에서 방을 축조한 것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들여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방인지, 나에게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쩐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려 애쓰며 집을 허물었다.
그 터는 지금도 빈터로 방치되고 있다.
그곳을 볼 때마다 집주인은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집을 철거하고 빈 터로 남겨두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