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ALS

금산스님 작성일 19.05.27 1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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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서 야근할 무렵 있었던 이야기다.

ALS라는 병에 걸려서 근력이 저하된 나머지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여자 환자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문자판이라고 부르는,

히라가나가 하나하나 적힌 투명한 판을 사용했다.

 


환자가 시선을 옮기면

그 시선에 있는 글자를 상대가 읽어가며 이해하는 것이다.

 


한밤중, 그 환자가 계속해서 너스 콜을 눌렀다.

환자 개인실에 찾아가 무슨 일인지 묻고, 문자판을 향한 시선을 읽었다.

 


[방 한 구 석 에]

[검 은 간 호 사 가 있 어]

읽다가 벌써 너무 무서워져서 나는 방에서 뛰쳐나오고 말았다.

 


복도로 나오자,

환자는 금세 다시 너스 콜을 눌렀다.

 


움직일 수도 없는 채 거기 남겨진 환자도 겁에 질렸겠지만,

나 역시 무서워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있던 선배를 불러서 함께 방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검은 간호사 같은 건 사라진 듯했다.

 


그 사건 이후, 그 환자는 나를 불신하게 된 듯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기억뿐이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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