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9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던 시기라
매일 같이 실습을 하고 5시 즈음에 집에 돌아오곤 했죠.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너무나 피곤했던 터라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곤 했었습니다.
그날 역시 평소처럼 똑같이 피곤에 절어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노을이 질 무렵 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곤해서 세수라도 하기 위해 화장실로 갔죠.
그런데 거울을 본 순간 [어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눈이 아래로 축 처져 있는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라는 생각에 다시 거울을 봤습니다.
그런데 눈 주위 피부가 마치 화상에 걸린 것 같은 모습으로 눌어 있는 것입니다.
무서워져서 눈가의 피부를 살짝 잡아당겼는데,
피부가 죽 늘어나면서 혈관이 훤히 보였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방에는 형이 있었죠.
그런데 형 역시 눈 주위가 화상에 걸린 것처럼 눌어 있었습니다.
미칠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것과 동시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
하지만 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생생했기 때문에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죠.
겨우 정신을 차릴 무렵,
저는 바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타는 냄새도 나고,
구급차 소리도 들려왔죠.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봤더니 우리 집 위층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급히 주위 사람들에게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불이 났대요. 부탄가스가 터져서 저 집 주인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네요..]
귀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대단히 오싹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