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일 때 겪은 오싹한 체험입니다.
저희 집은 그리 유복하지 못해 어릴 적부터 자주 이사를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외할머니 댁 2층에서 살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좁은 방에서만 지내야 했기 때문에 무척 기뻤죠.
제 방에는 160cm 정도 되는 높이에 창문이 2개 있었습니다.
낮에는 햇빛도 잘 들고 환기도 쉬워 좋았지만,
밤에는 창이 바람에 흔들리거나 바깥 풍경이 비쳐 무섭기도 했죠.
그리고 어느 날, 침대를 얻어와 방에 가져왔습니다.
그날 밤은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죠.
그런데 잠을 자던 도중 몸이 불편해서 눈을 떴는데,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가위에 실제로 눌리게 되자
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이려고 온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갑자기 고개까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가위가 풀렸나 보다 싶어서
고개를 들어 무심코 시선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침대 밑에 웬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가위에서 풀려나고 싶은 생각에 정신이 없던 저는
그 여자가 어머니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엄마! 도와줘! 몸이 이상해!]라고 소리를 질렀죠.
그렇지만 그 여자는 계속 쪼그리고 앉아
아래만을 바라보며 전혀 동요가 없었습니다.
성질이 급했던 저는 이내 욕설을 내뱉으며 난리를 쳤습니다.
그러자 곧 상반신을 움직일 수 있게 되더군요.
그와 동시에 미동조차 않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저는 곧바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여자의 눈동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던 것입니다.
왼쪽 눈은 좌우로, 오른쪽 눈은 상하로 미친 듯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영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 저는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등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는데,
어제 그 여자는 단발이었기 때문이죠.
그 이후에도 밤만 되면 사람도 동물도 아닌 것이 내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검은 그림자가 창밖에서 지나가는 등 이상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반찬을 가지고 오신 외할머니께서 저를 보고
[잠을 못 자냐?]라고 물으시더니 입구에 달마도를 붙이셨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이상한 일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더군요.
출처: VK's Epitaph